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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내 삶의 OMR카드

| 조회수 : 2,288 | 추천수 : 41
작성일 : 2008-05-04 11:39:27


지난 금요일 둘째 경빈이 중간고사 시험감독을 다녀왔습니다.

바쁜데 그런데 까지 가느냐 하지만
담임 선생님과 잠시라도 편하게 마주할 수 있고
아이 학교 생활 이야기 친구 이야기도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 멘토로서 어떻게 1년 동안 이끌어 가실지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도 듣게 되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여
힘들고 버겁지만 시간을 쪼개는 겁니다.

제가 아이 학교와 아이에게 해 줄수 있는 작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사실 학부모님들에게
시험감독 해달라고 하는 것도 부담이된다 하시더군요.

다 바쁘게 살고 학교에 오고 싶어 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고 그래요.
공부와 상관없이 제가 할 일이 있으면 저는 하는 편에 서려고 합니다.

고 3 경빈이 고 2 형빈이
두 아이들이 시험 준비한답시고
나름대로 끙끙거리며 밤새 공부 하더니
썩 자기 마음에 드는 결과는 아닌듯 합니다.

공부도 제 맘대로 되는게 아니건만
마음 답답한지 경빈이가 혼자 훌쩍거리면서 울더군요.

쌀쌀맞은 엄마는 나 힘들다고 툭~쏘아 붙이고 말았어요.

이름있는 대학 안가면 어떻더냐?
네 성적에 맞게 대학을 가면 되는데
누가 뭐라 안하는데 왜 울고 난리냐~

그냥 답답해서 그랬을 것인데
참 매정하게 쏘아 붙였다 싶어 미안했어요.

사실 이 엄마도 답답해서
어디가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건만
아이 마음도 내 마음 같았으리라 생각하니
참 몹쓸엄마다 싶습니다.



시험 감독을 하면서 느낀것은
이 OMR카드 한 장에 아이들의
모든 것이 달려 있는 듯 한게 안타까웠습니다.

정답 체크하면서 잘못 체크하여
두 번이나  OMR 카드를 바꾸는 아이 마음은
오죽 답답하랴~ 싶었습니다.

그러며 살아감에 있어 정확하고 옳바른
정답 OMR카드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세상살이에 정답카드가 없듯이
각 자 처해진 입장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법이 여러가지 이건만
가끔 우리는 생각의 오류를 범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와 다르다 하여 다른 사람 사는 방식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나와 같다 하여 사는 방식이 잘된 것도 아님을 알아갑니다.

그 사람의 처해진 상황과 입장이 아니라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라고
절대로 말해 줄 수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 사람은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저 사람은 저럴 수 밖에 없음을
그냥 편하게 바라봐 주는 것도 어쩌면 옆에서
응원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반가워 하셨던 햇감자 한 소쿠리

3학년 교무실이 고소한 감자 내음으로
모두 즐거워 하셨다니 감사했어요.

남들은 어떻게 그리 하냐 그럽니다.

단 한 분 내 선생님을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적은 비용으로 교무실 전체가 다 좋을 수 있다면
결국 우리 담임 선생님과 내 아이에게 덕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힘든 아이 마음은 시간에 맡겨볼랍니다.



중간고사 시험으로
학교 교정도 잠시 숨쉬기를 멈춘 듯 조용했습니다.



교실 뒤에 붙어있던 대학 입시 기사들

형빈이 동아리 활동도 이번 시험성적에 관계없이 내버려 두어야 하나?

저가 그리 하고 싶은 동아리 활동이건만
어디 시켜서 다리 절뚝거려가며 하랴 싶습니다.

신문반도 있고 영어회화반도 있건만
저가 좋은게 치어리더 동아리니 이 일을 누가 말리랴 싶어
생각이 참 많아 졌습니다.



아침 끼니를 걸르신 듯 우유 한 팩 올려져 있던
담임 선생님의 책상

경빈이도 그 날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는지
약을 먹고 학교를 갔었지요.

이 모두가 우리네 삶입니다.

세상살이 정답 OMR카드는 없지 싶습니다.
순간 순간 선택과 결정을 잘하려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려면 조금 내가 더 아프겠지만 말입니다.




5월의 편지 / 소리새
    

4월은 가고 꽃은 피는데 그님 오지 않고
그리운 맘 또다시 찾아온 5월의 편지

철새따라 멀리 갖던 그 님의 편지는
그리운 날 또 다시 찾아와
나의 마음 달래 주네

봄 여름 가고 꽃잎 떨어지면 철새 떠나가고
봄이 오면 또 다시 찾아올 5월의 편지

철새따라 멀리 갖던 그 님의 편지는
그리운 날 또 다시 찾아와
나의 마음 달래 주네

철새따라 멀리 갖던 그 님의 편지는
그리운 날 또 다시 찾아와
나의 마음 달래 주네
나의 마음 달래 주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비
    '08.5.4 12:57 PM

    맛있어 보이는 감자와
    오엠알 카드
    이런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진과
    따뜻하고 애련한 글에서 엄마의 맘이 보여지고 읽혀집니다
    참 힘든 시간을 애들이 살고 있구나 싶어져
    애초로워지다가 또 닥달하다가...
    그렇게 엄마도 살아갑니다
    경빈마마님
    "이름 들어본 대학" 들어가기 참 힘들죠?

  • 2. 차이
    '08.5.4 12:59 PM

    참 수고 하셨네요
    경빈이나 형빈이가 엄마의 뜻을 해아려 최선을 다하리라 봅니다
    그러면 되는 거죠^^
    지천명의 나이에도
    따뜻한 엄마의 마음을 느끼는 것 같아
    찡한 마음입니다

  • 3. 새있네!
    '08.5.5 1:00 AM

    솔직히 인생의 문제를 두고 제게 OMR카드에 그 답을 적으라 하면
    몇 점이나 맞을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아님 그간 제가 선택의
    기로에서 택했던 것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해도 역시 두렵군요.

    촌지아니고 항상 찐감자랑 금방 부친 뜨끈한 부침개같은 음식으로
    학교에 적극적인 참여나 봉사로
    선생님께 아이에게 정성을 다하는 경빈마마님이 참 좋습니다.

  • 4. 램프
    '08.5.5 10:26 AM

    내 삶의 OMR 카드...
    시험감독 후기를 참으로 훌륭하게 써 내려가신 경빈마마님의 글 솜씨가 부럽습니다.
    그래요.
    정답이 없는 세상살이에 이 사회는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입니다.

    그래도.
    때로는 햇감자 한 소쿠리가 정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5. 샘밭
    '08.5.5 12:05 PM

    소박한 햇감자 한 소쿠리처럼 님의 소중한 마음이 느껴져 참 좋습니다.

  • 6. 은하수
    '08.5.5 8:03 PM

    진솔한 삶의 향기가 묻어 있는것 같아 느낌이 좋습니다.
    잔잔한 음악도 좋네요

  • 7. 푸른두이파리
    '08.5.6 12:49 AM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 8. 혀니랑
    '08.5.6 10:35 AM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9. 경빈마마
    '08.5.6 9:14 PM

    아이들 있는 집에서는 다 같은 마음이리라 여깁니다.
    공부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마음 아픈 일은 분명 있으니까요.
    그래도 각 자가 할 일은 분명 있을 것이라 믿으며
    이 세상과 잘 아우르며 살기를 바랄뿐 입니다.

    나비님
    차이님
    새있네!님
    램프님
    샘밭님
    은하수님
    푸른두이파리님
    혀니랑님
    레이첼님
    따뜻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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