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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화가 ,곽훈

| 조회수 : 2,696 | 추천수 : 133
작성일 : 2008-05-05 17:26:25


   아침에 피아노를 치는 신동을 스크린에서 보아서일까요?

오늘따라 과감하게 새로운 악보를 보기도 하고

(아직은 멀었다고 미루어두었던 곡을 오른손만 연습을

하면서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하고) 마음에 스며들었던

곡을 여러 차례 다시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상하게 마음속에 남아있던 서점에서

만난 화가의 그림이 어른거리네요.



내일 시험인 고등학생들이 있어서 저녁에 잠깐 수업하러

나가야 하는 관계로 조금 낮잠을 자야 하나,아니면

그림을 볼까 망서리다가 역시 그림이 더 관심이 가서

검색하러 들어왔습니다.






왜 이제까지 한 번도 그의 작품을 못 만났을까요?

아니면 공동전시에서 만났을 수도 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요?

마침 그의 미술세계를 설명하는 오늘 서점에서 만난 저자의

글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길래 읽어보았습니다.

화가의 그림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복사해서 올려놓습니다.




  영혼의 암호 - 氣의 회화
(곽훈의 개인전에 부쳐......)

곽훈의 새로운 작품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작년 봄 그의 화실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렸다. 동산처럼 꾸며진 집터와 구불구불한 길과 나무들, 숲 속의 오름가마, 자연을 살린 공간구성 자체가 그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실에는 새로운 작품들이 있었는데 화면에 그려진 형상들이 독특했다. 수수께끼 같은 둥그스름한 형체에서 수없이 퍼져 나가는 빗살무늬 흔적들..... 색은 밝고 따듯했다. 무엇을 그린 것인가 물어 보았더니 작가는 ‘박주가리’를 그린 것 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박주가리가 가을 들판에 흰색의 씨앗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는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참 아름답지요.”

작가 곽훈은 박주가리를 통해 우주의 신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박주가리’는 우주의 신비를 여는 자연의 작은 암호인 것이다. 사실 이제까지 곽훈이 그린 모든 대상들은 하나의 암호와도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한한 우주의 신비를 여는 작은 암호 말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우주는 여전히 신비로 가득차 있다. 아니 어쩌면 과학의 발달이 우주의 신비를 더욱 크게 느끼게 하는지도 모른다.
존재의 원리를 캐면 캘수록 이상하게도 신비는 더욱 큰 존재의 그림자가 되어 남는 것이다. 바로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우주의 이 영역이야말로 예술가의 영혼을 촉발시키는 무한한 창조의 샘이다.
곽훈의 예술세계는 바로 그 영역을 응시하고 그것을 펼쳐 보이는 끝없는 영적(靈的) 탐색의 과정이었다.

그가 1987년에 그린 나 , 를 보면 곽훈의 그러한 내적 의도를 읽을 수가 있다.
에서 화면 전체는 미묘한 색채의 옷을 입은 거친 터치의 유기적(有機旳) 흔적들에 의해 긴장된 에너지의 파동으로 넘치고 있다. 그러한 파동은 화면 한 쪽에 그려진 제례목(ritual tree)에 의해 흡수되기도 하고 제례목으로부터 방사되기도 하면서 화면을 생명의 울림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이 그림 속의 나무는 더 이상 일개 현상으로서의 나무가 아니라, 우주적 생명의 전언자(伝言者messenger)이자 우주적 생명과 하나가 된 나무이다. 작가 곽훈은 이 작품에서 개체로서의 모든 나무나 사물들이 단순한 나무나 사물인 것만이 아니라, 사실은 우주적 생명의 숨결을 지닌 신성한 제례목이며 신성한 사물이기도 하다는 진실을 말없이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많은 작품들에 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더욱 선명히 느낄 수 있다.
곽훈의 작품에서 그의 정신과 신체의 움직임에 의해 화면에 그어진 붓터치 하나하나는 다양한 힘과 속도와 방향성을 지니고 무한대한 우주의 도처에서 진동하는 气의 움직임을 상징하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혼돈으로 뒤섞인 것 같은 그의 그림이 거리를 두고 멀어질 수록 일정한 질서와 조화에 의해 독특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은, 마치 카오스로서의 우주가 보다 광활한 눈으로 조망하면 보이지 않는 질서와 조화에 의해 움직이는 긴장된 생성의 장(場)인 것과 유사하다.
그의 작품에서 라는 제목은 오래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사실 다른 제목이 붙은 그의 모든 작품들도 라는 제목을 붙여도 무방한 것들 이다.

란 무엇인가?
气란 동양철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우주적 실체를 지칭하는 심오한 명칭이다. 气사상은 11세기의 철학자 주돈이(周敦頤)를 거쳐 주자(朱子)에게서 체계화 되어, 한국의 철학자 서경덕(徐敬德:1489~1546)과 퇴계(退溪:1501~1570),율곡(栗谷:1536~1584),녹문(鹿門:1711~1788)
에 이르러 더욱 정묘(精妙exquisiteness)해진 독특한 동양의 사상이다.
气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힘을 지닌 우주(宇宙)의 실체(實體)로서, 모양도 없고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움켜잡으면 비어 있고 붙잡으면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實)한 것이니 이것을 무(無)라고 할 수는 없다. 气는 공간적으로 무한한 것으로서 어느 곳이나 가득 차 있으며, 气는 시작된 처음도 없고 앞으로 없어질 끝장도 없는 영원무궁(永遠無窮)한 실체이다. 기는 스스로 약동하고 미묘하게 서로 결합하면서 천지만물(天地萬物)을 생성 시킨다. 기는 신비로운 생명의 근원적 힘인 것이다.

곽훈의 작품은 바로 의 불가사의한 힘으로 가득 찬 우주의 신비를 그리고 있다. 그는 그 세계로 통하는 작은 암호(暗號)로서 그가 선택한 사물들을 응시하고, 해체하며, 재구성하는 사색의 과정을 통해, 신비로운 생명의 근원적 힘이 약동하는 우주의 신비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곽훈은 사람들이 흔히 보고 지나쳐 버리는 자연의 개개 사물들 속에서, 예술가의 독특한 눈에 의해 새로운 의미로 빛나는 사물을 발견한다. 곽훈의 시각에 의하면 사물들은 모두가 우주의 신비를 간직한 빛나는 존재자(存在者)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그 빛나는 존재자들은 한갓 일상(日常)의 먼지에 싸인 사물일 뿐이다. 대중이 말하는 사물이란 바로 이와 같이 그 빛나는 가능성을 차단당한 피상적 사물인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자고, 깨어나고, 걷고, 생활하며 무수히 많은 사물들을 접촉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사물과 그들 사이엔 차가운 단절이 존재할 뿐이다. 기계문명이 고도 성장을 이룬 현대는 더욱더 인간과 사물과의 단절이 차갑게 심화되고 있다. 인간이 자연의 사물로부터 고립되어 있고 근본적으로 차단되어 있다는 것은, 인간의 비인간화(非人間化)를 재촉하는 길이다.
진정으로 인간이 사물과의 깊은 만남을 이룰때, 그리하여 생명의 근원적 힘이 약동하는 우주의 신비와 하나가 될때, 인간은 그가 얼마나 기적으로 빛나는 세계속에 있는가를 감사하며 깨달을 것이다.

곽훈은 주의깊게 자연의 사물들을 바라보고 선택한다. 그의 응시에 의해 사물은 비로소 일상(日常)의 먼지를 털고 신비로운 암호처럼 빛나는 것이다.
그 암호는 나와 무한한 우주를 연결하는 영혼의 다리(bridge)이다.
따라서 곽훈의 그림에 있어서 타성에 젖은 사물의 피상적 형태는 중요한게 아니다. 그는 사물을 덮고 있는 피상적 형상의 껍질을 벗겨냄으로써 그 속에서 눈부시게 방사되어 나오는 불가사의한 생명의 힘으로 충만한 우주의 신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곽훈은 몇 년전 고국의 산야에서 박주가리가 흰색의 씨앗을 바람에 날려 보내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순간, 박주가리와 그 자신과 불가사의한 우주의 생명력이 깊은 섭리 속에서 하나가되어 빛나는 체험을 한 것이다.
자연의 작은 사물인 박주가리는 이제 예술가 곽훈의 눈을 통해 무한한 우주의 신비로 통하는 영혼의 암호가 되었다.
그가 2002년에 그린 에서 박주가리 씨앗 주머니는 밝은 색채와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붓터치에 의해 발견의 기쁨으로 진동하고 있다.
그로부터 1년 후, 그의 그림 속엔 밝고 따듯한 색채로 부드럽게 부풀어오른 둥글고 긴 풍선같은 형상들이 나타난다. 마치 무언가가 입김을 불어넣은 것 같은 특이한 형상들 이다. 우주의 가 대지를 감싸안고 자연의 작은 사물 속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리고 2004년 작품에서 자연의 작은 사물들은 무수히 많은 줄무늬 흔적들로 변화하여 힘차게 진동하며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것들은 이미 박주가리가 씨앗을 공중에 흩뿌려 날리는 모습이 아니다. 큰 화면 가득히 수없이 뻗어나가는 독특한 줄무늬 형상들은 압도적인 시각적 호소력을 담고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한다.
그 독특한 형상들은 생성의 를 방사(放射)하는 우주의 눈빛처럼 일상(日常)의 먼지에 싸인 보는이의 가슴속에 희망의 불을 지피는 것이다.

곽훈은 최근 전혀 다른 형상의 두 개의 화면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하나의 화면은 힘차게 뻗어나가는 줄무늬 형상을 그린 것이고, 또 다른 화면은 우주의 역동적 질서를 상징하는 형상의 화면이다. 이렇게 두 개의 화면을 하나로 결합시켜 작품화 함으로써, 자연의 모든 사물들 속에 광활한 우주의 섭리가 숨쉬고 있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사물은 우주로 통하는 하나의 암호인 것이다.



2006년 이른 봄에, 서북서실에서
임 두 빈 (Im, Doo-Bin)  




기라는 제목의 그림과 설명을 읽고 있으려니

최근에 철학강의에서 들은 기에 관한 설명이 떠오르네요.

동양사상에서 기란 분화되지 않은 표현으로 얼마나

다양한 현상을 포괄하는가에 대한 것인데요

생기,온기,열기,냉기,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표출되는 개념을 평소에 의식하지

않고 쓰다가 이제 언어에 걸려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곤

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화가의 그림에서 그 기를

다시 만나고 있네요.



오래전에 사서 읽다가 끝까지 못 읽고 팽개쳐둔 책중에

키케로란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도서관에서 스토아철학에 관한 발제를

준비하다가 키케로에 관한 대목을 읽게 되자

그 책이 생각나더군요.

꺼내서 읽던 중 아니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왜 전에는

그렇게 지루하게 생각했을까,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마리우스와 술라의 시대에 유년기를 보낸 키케로

카이사르,그리고 아티쿠스 이렇게 세 사람이 같은 시대를

살았으나 서로 다른 길을 택해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대가 사람을 형성하는 것,기질이 사람을 형성하는

것,그리고 그것의 결합으로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지요.






오늘 서점에서 보리출판사가 간행한 동백꽃지다란

제목의 강요배 화백의 제주도 4.3항쟁을 다룬 그림책을

보았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마음준비를 하고 그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시대를 증언하는 것에서 각자의 몫이 있구나

문학으로 증언한 사람들못지않게 한 장의 그림이 주는

굉장한 울림이 있다는 것을 마음떨리게 느꼈습니다.




어제 밤 빌려서 본 천년학의 한 장면이 생각나더군요.

주인공 송화가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게 된 후

남자주인공 동호가 그녀를 찾아서 제주도 애월에 갑니다.

그 곳에서 물어보더군요.

부모님에 대해서 알아보았는가 하고요.

대사에 자세한 사연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았어도

그녀의 부모의 죽음이 좌,우익의 싸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암시하는 대화가 등장했는데 그 때 제주가 담고 있는

역사의 무게가 느껴졌었는데 오늘 이렇게 더 직접적으로

그 역사의 현장을 그림으로 만나는구나 마음이 묵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데 보람이가 부르네요.엄마

박경리 죽었다고 하는데

제겐 박경리라고 그렇게 부르는 것이 얼마나 낯선 일인지

모릅니다.

마음속의 스승으로 모시는 분중의 하나라서일까요?

처음 토지를 읽는 이후로 거의 십년단위로 작품을 다시

읽게 되는데 그 때마다 같은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느낌이 달라서 역시 대작은 다르구나 감탄하곤 했던 일을

생각해내게 되네요.



마음속으로 박경리 선생을 보내면서 고른 그림입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족하다,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기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박한 밥상
    '08.5.5 6:01 PM

    생소하신 분이네요
    저야 워낙 지식이 짧으니.......

    박경리선생님께서......
    손수 텃밭의 채소들을 기어다니다시피 하시며 돌보시던 말년의 모습이.....

    화가 정일씨 작품도 여건이 되시면 한번 올려주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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