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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조회수 : 1,728 | 추천수 : 28
작성일 : 2008-01-26 00:03:51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에 기타 연주곡을 하나 구해서

한동안 들었습니다.물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들어 있었지요.

실제로 알함브라 궁전을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대한 소감을 남기고

사진을 남긴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기대반

걱정반 그런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소피아 미술관에서 2시에 만나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그 날 도착하기로 된 곳은 그라나다였습니다.

그라나다에서의 2박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도착한 날 밤  플라멩고를 보는 일,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알함브라 궁전을 구경하고

세비야,론다,코르도바 중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코르도바를 보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가볍게 그 지역을 돌아보곤 비행기로

바르셀로나로 떠나야 하는 그런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라나다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멀었습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감이 잡히지 않지만 땅이 넓은 나라에서의

지척으로 보이는 거리도 사실은 참 멀다는 것

그래서 현지에서 살면서 실제로 그 지역에 대한 정보가

확실한 사람들과의 협의가 아니면 저처럼 길에 대해

어두운 사람은 낭패를 보기가 쉽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가도 가도 올리브밭이 이어져 나오는 길을 지나치면서

차속에서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중간중간,미술관에서 구한 책들을 읽기도 하고

가능하면 클래식 방송을 틀어달라고 부탁하여

음악에 대한 갈증을 달래기도 하고,

우리들에겐 전혀 생소한 지역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스페인 여행에서 느낀 점들,자전거나라가 이런 프로그램을

하면 어떨까 하는 건의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라나다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물을 구하기 위해 들른 휴게실,그 곳에서 맥주 한 잔을

마셨는데 그 맛이 참 일품이었습니다.

아,이렇게 맛있는 맥주가 있다니

제겐 늘 맥주는 쓰다는 느낌뿐이었는데 새로운 맛의 발견이었다고 할까요?

맥주를 마시면서 소피아 미술관에서 못 다 본 그림에 대한

아쉬움을 날려버리고

일단 호텔에 가방을 내려놓고 플라맹고를 보러 갔습니다.

플라맹고,참 말은 많이 들었지만

막상 그 곳에서 어떤 느낌으로 그들의 춤을 바라보게 될 지

사실은 감이 잘 오지 않았더랬습니다.

너무나 작은 공간이 무대여서 과연 이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면서 춤을 추는 것일까 반신반의하면서 시작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막상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 그들의 몸짓과 어울림이

점점 격렬해지면서 제 몸이 그들의 춤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참 강렬한 경험을 했습니다.

낮의 소피아와 밤의 플라맹고 사이에 마치 오랜 시간이

흘러버려서 낯선 공간으로 순간 이동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이 곳에서의 하루 하루는 늘 하루가 아니라

다채색의 공간으로 빛나는 ,그래서 하루가 이틀,혹은

여러 날이 쑥 지나가버리는 것같은 참 특별한 시간이

되고 있었습니다.

몸,음악에 반응하는 몸,춤에 반응하는 몸,

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지요.

몸치이지만 춤을 보는 일은 제겐 늘 새롭고 신선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답니다.

아쉬운 것은 그 날 메모리가 수명을 다한 카메라때문에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인데요

그래서 더욱 마음으로 담아온 풍광과 춤,

더 선명한 느낌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래도 사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글을 쓰는 동안

느껴집니다.

뒤적이다 보니 그라나다를 떠나던 날 길거리에서 만난

포스터가 있어서 한 장 올려놓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바라본 그라나다 시가지인데요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한 캐롤님을 본따 보람이에게 물어서

저도 한 번 흉내를 내어보았습니다.

느낌이 사뭇 다르네요.

뒤죽박죽 정리된 사진을 찾다보니 삼천포로 빠져서

한참을 바라보면서 베토벤의 황제를 듣습니다.


여기까지 쓰고는 한동안 다른 일에 빠져서

그리고 매일이 너무 빡빡한 일정이라 차분하게 앉아서

사진 뒤적이면서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다시 읽다보니

플라맹고에 겹쳐지는 영화 장면이 있군요.



칼라스포에버에서 본 카르멘 장면입니다.

다시 이야기를 돌리면

스페인에서 구한 아주 귀한 사진집이 한 권 있습니다.

그라나다 특히 알함브라를 찍은 흑백 사진집인데요

사실은 그 사진속의 알함브라가 더 멋지다고 느낄만큼

마음을 빨아들이는 사진집이랍니다.

이런 느낌은 바티칸에서 만난 사진집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그 때도 피에타를 여러 각도에서 잡은 사진에 넋을 잃어서

정작 피에타 앞에서는 감흥이 생기지 않는 이상한

현상을 체험했었거든요.



여행을 소개하는 책자에 보면 알함브라 궁전에 들어가는 일에는

시간제약,그리고 사람들의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잘 못하면 제대로 못 보기도 하고,들어가서도 허둥지둥하다보면

못 보고 나오는 곳도 있다는 정보가 많았습니다.

아마 저도 혼자 갔더라면 우왕좌왕하다가 앗차 하는 순간에

못 보고 올 수도 있었겠구나 싶더군요.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출입구에는 줄이 길게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경우 미리 표를 구입해놓아서

다행히 어려운 점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곳에 로컬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현지 사는 가이드가 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안에서 색다른 건물을 만났습니다.

카롤로스 5세의 명으로 지은 궁전이라고 하네요.

물론 책속에서 이 곳에 카를로스 5세의 궁전이 있다는

팁을 얻었어도 막상 이곳에 오니 그런 저런 정보들은

다 날라가버리고 갑자기 마음이 진공상태에 빠지는

기분이더군요.











이상하게 흙으로 다져진 공간에 비치는 햇살

그것이 만들어내는 무늬만 보면 저절로 손이 가네요.

기다리는 시간동안에 들어가서 본 카를로스의 궁전입니다.



그는 스페인에서 출생한 것이 아니라서 스페인어를 모르는채로

이 나라를 물려받았다고 합니다.

그가 이 곳에 왔을 때 플랑드르 지방 사람들을 함께 데리고 와서

관료로 등용하고 그들과 상의를 하면서 이 나라를 다스리려고

했고,당시 그에게 더 중요한 지역은 신성로마제국이었을 것이니

스페인은 오히려 세금을 걷어서 갖고 가는 세금원의

역할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겠지요?

그래서 그를 대신하여 그의 어머니 흔히 광녀 후아나라고

알려진 어머니를 다시 권좌에 앉히려는 쿠데타도 있었다고

하네요.물론 실패로 끝났다고요.

다행히 그는 티치아노와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에 대한 감식안이 있었던 사람이라

물려 받은 나라 스페인에서 무어인의 흔적을 깡그리

지워버리려는 무모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높이 평가받고 있더군요.



안에 박물관이 있지만 그곳까지 여유있게 볼 형편은 아니어서

그냥 눈길만 주고 나와야 했습니다.그것이 아쉽네요.지금도



건물 밖이 특이하여 그 곳에 모델로  백명자씨를 세우고

한 장 찍었습니다.

모자가 특히 어울리는 그녀는 이번 여행에도 색다른 모자를

여러 개 가져와서 분위기에 따라서 바꾸어 쓰더군요.






사실 무어인은 코르도바에 있을 때가 그들의 전성기였고

이 곳에는 스페인의 레콩키스타 운동으로 인해

자신들이 세운 수도에서 쫓겨나서 온 곳이 바로 그라나다입니다.

그러니 기울어가는 왕조가 자신들의 마지막 근거지로

세운 공간인 셈인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 수 있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이 곳은 요새이기도 하고,왕궁이기도 하고

그런 기능적인 것을 떠나서 사람이 상상력과 사랑을 담아서

정성껏 만든 꿈의 공간이기도 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라비아 사막에서 출발한 민족이 이 곳에 와서 세운 공간들

만약 그들의 친족들이 이곳에 다니러 왔다면

이 공간이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요.






드디어 이 곳의 메인 공간에 들어가기 전입니다.





이미 들어와서 둘러보고 난 다음,한 숨 쉬려고 앉아 있는

여행객들이 있네요.





거의 전 공간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은 그런 곳이라

설명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돌아다녔습니다.





필시 가족과 함께 다니다가 피곤해서 화가 난

이 아이는 일행과 떨어져 혼자 골을 내고 있는 모양인데

표정이 재미있어서? 한 컷 몰래 담았습니다.



물에 비친 이 공간의 이미지를 나중에 인도의 타지마할을

건설할 때 땄다는 일화가 있더군요.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상을 만드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권에서라도

사람이 장식하고 싶은 욕구를 말릴 수는 없겠지요?

그들이 다양한 문양으로 만들어낸 공간의 아름다움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손재주가 거의 없는 제겐 정말 한숨이 나오는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언젠가 터키 여행때에도 문양만 보여주는 책을 한 권

조금 비싸다 싶어도 구해 온 기억이 났습니다.

얼마나 자주 펼쳐보면서 즐거워했는지 몰라요.

지금도 가끔 들추는 책이기도 하고요.

그 생각이 나면서 자꾸 카메라에 손이 갑니다.



왼쪽이 우리들의 로컬 가이드인데요

서로 인사만 하고는 그저 가만히 있는 역할이

제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헤네랄리페에 갈 때는 일부러 말을 걸었습니다.

그라나다에서 태어난 토박이라고 하네요.

수인사를 하고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도 저 의자에 한 번 앉아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도 없이

돌아다니느라 결국 사진속에서만 의자가 비어있군요.





이 곳이 스페인의 수중에 들어온 것은 1492년 1월 2일이라고

하네요.

이 공간을 전쟁으로 파괴하기 아쉬워서 그랬을까요?

무어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은 전쟁을 피하고

이 곳을 떠납니다.그가 떠남으로써 이 공간은

무혈입성식으로 스페인인들이 접수를 하였고

덕분에 우리들은 500년이 넘어서도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에 들어와서 그들의 숨결과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 후대에 보면 정말 중요한 결정이었는가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로군요.









알함브라에 대해서 읽을 때마다 사람들이 칭찬하던

사자 12마리가 있는 공간,그 공간이 보수중이라는 비보?

가 있었습니다.

물론 감흥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내부를 구경다녔습니다.







내부 구경을 얼추 끝내고 이 곳을 발견한 미국 작가

어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가 쓴 알함브라 궁전의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구해보고 싶었지만 한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는데

마침 나가는 길에 그 곳 가게안에서 만났습니다.







셩채로 올라가서 바라본 그라나다 풍경입니다.

하얀 색 집들이 인상적이지요?

그런데 아뿔싸,아침에 충전을 마치고 하루 종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카메라에 벌써 이상이 생겼습니다.

너무 흥분해서 카메라를 눌러댄 탓이겠지요?

알함브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 헤네랄리페는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공간에서 곧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없이

책 한 권 들고 들어와서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쉬엄 쉬엄 마음에 드는 구절을 읽다가

잠깐 의자에 앉아서 졸기도 하는 그런 망중한을

꿈꾸었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azel
    '08.1.26 10:17 AM

    항상 글 감사히 읽고있습니다.:)이번 여행코스가 제가 다녀온코스와 일정이 거의 같아서 (아마 스쳐가듯 몇번은 마주쳤을런지도..ㅋ_) 실감나게 잘 읽고있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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