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원래는 연희동 음악회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화요일 서혜경의 라흐마니노프가 너무나 강렬해서
아직도 그 시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정말 오랫만에 보람이랑 시간이 맞아서
함께 저녁먹고 영화 한 편 보기로 했지요.
둘이 이견이 없이 서로 고른 영화가 바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는 그것이 어떤 것이라 해도
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는 것을 진즉
알고 있었지만 미리 이 영화에 대한 평들이 무성해서
더 기대를 하기도 했고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그녀
임순례 감독의 작품에,문소리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오후 4시에 수업을 마치고 일단 아람누리로 갔지요.
여행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도서관 책 빌리기를
새로 시작하려고요.
오랫만에 가니 새로운 책이 많이 들어와서 거의 두 시간을
정말 즐겁게 빌릴 책,앞으로 보고 싶은 책
아이들에게 권하면 좋을 책등으로 분류해서 정리하고 나니
벌써 보람이와 만날 시간이 되었네요.
스토리를 다 아는 영화라고 해도
장면 장면이 재미있기도 하고 가끔은 마음이 찡하거나
짠하기도 하고,
객석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사이 사이에 눈물이 흐르기도
하는 사이에 벌써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에 실제 아테네 올림픽에서 뛴 선수들의 영상과 더불어
감독의 인터뷰 장면이 나오더군요.
사실 그 장면이 제겐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수들의 장래에 대한 불투명한 현실에 목이 메어
이야기를 다 못 끝내던 감독의 마음이 느껴져서이겠지요?



제겐 감독과 문소리이외엔 다 낯선 배우들이었지만
영화속에서 만나는 그들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요.

임순례 감독이 다음엔 무슨 영화로 우리 앞에
나올까 기대가 됩니다.
낮고 소외된 ,그래도 힘을 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그녀가 앞으로도 마음 가득 감동이 밀려오면서
그것이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삶에서도 힘이 되는 그런 작품으로 다시
오는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 것 같네요.

여담 한 마디,등을 보이고 우리 앞에 서 있는 선수가
양 보람선수입니다.
덕분에 영화내내 불려지던 보람이란 이름때문에
영화관에서 공연히 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