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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똘레도에서 만난 중세의 밤

| 조회수 : 1,254 | 추천수 : 30
작성일 : 2008-01-12 13:25:08


   프라도 미술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여행기를 3차례나 올렸지만 아직도 머릿속을 떠도는

그림들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 거기서 나와서 한 걸음 다른 곳으로 가야겠지요?

똘레도라는 지명은 제겐 그저 엘 그레꼬가 그린 똘레도풍경으로

기억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곳에 가서도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지요.

그 곳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프라도에서 점심도 굶고 그림을 보는 바람에 똘레도에 도착했을 때는 금강산도 식후경인 상태였습니다.

무엇을 어디에서 먹을까 전혀 모르는 우리 일행은

지점장님이 자신있게 소개해주는 음식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스페인 여행기를 읽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빠예야를 주문해서

먹었는데요,더불어 시킨 물과 와인병이 예뻐서 우선

한 컷 찍었습니다.






잘 아는 곳이라면 사람수대로 시키면 남을 것이 확실한

음식을 한 두 명분 줄여서 주문할 수 있으련만 이곳은

타향이니 그럴순 없어서 이렇게 많은 양을 맛있게 먹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남기면서

잘 먹는 아들들이 있는 백명자씨는 이런 날

아들이 생각난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는 우리들이 여행을 즐기느라고 아이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이 곳 식당의 서빙하는 남자,여자들이 하나 같이

인물이 좋아서 한 컷 찍어도 좋겠느냐 물으니 수줍어하는

미소로 오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에 딱 들게 잡히지는 못했군요.

먹으면서 즐겁게 이야기하다 보니

대성당에 입장할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둘러 대성당으로 갔는데

그 곳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규모의 고딕성당이었습니다.

이 곳의 규모에 놀라고 있자니

세비야의 성당은 이 것보다 더하다고 옆에서

설명을 더해주시네요.

마침 이 곳에 오기 전에 everymonth의 예술사 이야기모임에서

고딕을 머라여님의 설명과 슬라이드로 제대로

보고 온 상태라서 더 기억에 생생하고,직접 건축물을 보면서

그 때를 더듬어 생각하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한 편 머릿속을 점령하는 생각은

이 건물을 올리기위해서 사람들이 치렀을 희생에 대한

것이었지요.

건물이 그냥 올라가는 아니겠기에 누가 이 많은 경비를

대야 했을까? 20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서 완성된 성당이라고

하니 한 시대의 사람들에게 부담이 전적으로 가해진 것은

아니겠구나 그런 것이 위로가 되는 것일까요?

신약에서 만난 예수는 다시 그가 지상에 온다면

이런 건물속에서 어떤 기분으로 서 있게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그것은 바티칸에서도 마찬가지로 저를 괴롭히던 생각이었는데요

카톨릭 신자인 지점장님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최선의 것을 주고 싶듯이 가장 아름다운 성전을 만들어

헌납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으로 해석을 하더군요.

건물속에 과연 사랑이 충만한가,저는 아직 그것에 대한

확신이 없지만

그래도 중세에 오두막에서 일상을 힘들게 살았을 사람들이

성당에 오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아니면 이 곳이 바로 지상의 천국처럼 느꼈겠지

일상의 고통을 잊고 이 속에서 잠시라도 평화를 누렸을까

그렇다면 그것으로 이 건물이 기능을 다 한 셈인가

혼자서 상상을 하게 되더군요.

어느 한 시기 사람들이 힘을 합해 지은 건물들,당시에는

그것이 고통이었어도 혹은 환희였다 해도

어쨋든 그 건물들이 남아서 지금의 우리에게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한 시기의 삶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것 나름의 의미는 있는 것일까?

생각이 갈래 갈래 날개를 타고 흩어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성당은 고딕양식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상하게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을 맘껏 펼쳐주는 것은

아니어서 갑자기 스테인드 글라스가 제대로 된

고딕성당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성당 내부를 둘러본 다음 그 곳에 전시된 다른 유물들을

보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특히 당시의 필사본 성경이 전시된 앞에서는 감탄을

금할 수 없는 느낌이었는데요 다만 문맹이라서

제대로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씨앞에서는 그저 그림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보았습니다.






자신의 전존재를 신앙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대에 살았던

인간은 지금의 우리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신앙이 삶을 지배했던 시대라 해도 그 안의 개인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았겠지,그들에게 그 것이 무슨 의미였는지

기록으로 남아있어서 지금의 우리가 읽을 수 있다면

그런 갈증을 느끼고 있는 저를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는

시간이었지요.








이들이 누군가 했더니 이 성당에서 복무한 성직자들이라고

하네요.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머리에 관이 없어서 궁금해하니

중간에 세속으로 나간 분이라고요.

그의 아들이 직책을 이어받아서 저기 있노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사람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질게 없는 것이지

더구나 인간의 감정이란 것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유물전시실에서 만난 로마시대의 사비니인과 싸움에 나선

로마인들,신기하더군요.

어라,성당에 이런 유물이 했더니 이 지역에서 발굴된

것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라고요.












같은 공간에 와있던 다른 나라 여행객의 표정을 보고

그들을 앵글안에 잡는 일도 재미있는 일중의 하나이지요.




안의 공간이 제가 제대로 잡기엔 너무 거창해서

역시 실력이 모자란 사람에겐 무리로구나 하면서도

그냥 나오기엔 뭔가 곤란한 기분이었습니다.




역시 배움이 짧으니 응용할 수 있는 힘이 모자란 것을

뼈저리게 느낀 날이기도 했고요.




성당을 나서니 이미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넘어버렸습니다.

아쉽지만 프라도에서 본 모작으로 만족하는 수밖엔 없었지요.

그래도 그가 그린 똘레도를 직접 본 것,고딕성당의 진수를

맛 본 것,그것으로 대신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전 그곳의 풍광을 느끼고

사진을 찍을 여유가 있었지요.










아니,그렇게 생각하다가 사진을 보니 그게 아니군요.

이 사진들은 성당으로 올라가기 직전 시간을 내어 찍은 것이고

성당에서 나와서 기념품 가게에서 똘레도 ,그리고 성당에

관한 영문판 책을 사려고 했더니 너무 조잡한 질에

그냥 포기하고 성당을 제대로 담은 두 장의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 두 가게에 들렀는데요 하나는 금,은세공품을 파는

가게였고,다른 하나는 이름을 난생 처음 들어보는 야드로인가

하는 도자기파는 곳이었습니다.

제게 더 관심있었던 가게는 단연코 금,은세공으로

여러가지 문양과 그림을 보여준 곳이었는데요

너무 마음에 들었던 세 점의 작품은 지금도 머리에

깊게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소 한 마리가 우뚝 서 있는 아주 단순한 작품인데

이상하게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으나

값이 여행객인 제가 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그저

마음에 품기만 했습니다.

덕분에 나중에 그와 유사한 느낌의 마그네틱을 만나는 순간

두 개를 구해서 지금도 냉장고 앞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지요.

다른 하나는 똘레도를 그려낸 것인데 이것은 앞의 것에

비해서 더 비싸서 그저 입을 벌리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래도 정갈한 느낌의 똘레도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가게를 나오는 순간 만난

세계지도를 담은 작품인데 아들이 커서 큰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날,세계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날들을 기원하면서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지요.

물론 다른 눈길을 끄는 작품들도 많았지만 제겐

잊지 못할 작품들이 바로 이 세 점이라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제가 너무 그 작품들앞에서 아쉬워 하고 있으니

지점장님이 언젠가 집을 장만하면 그 그림들을 구해서

걸어놓고 초대하겠노라고 해서 함께 웃었습니다.

그런 날이 오면 좋겠지요?

두 가게에서 시간을 보낸 바람에 밖은 이미 어두워졌습니다.

어두어진 거리는 낮과 얼마나 다른 공간인지

이런 느낌이 바로 중세의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살아간

밤의 모습이겠구나,정말 신선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다지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이미 깜깜한 공간

아주 드물게 보이늘 불빛도 희미하여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기침을 하는 상태가 심상치 않은 지점장님의 건강만 아니라면

이 곳에서 내려서 한 바퀴 산책하고 가자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고

걷기에 이력이 붙은 고은옥님은 이 곳에서 하루 자고

새벽에 걸으면 좋겠다고 해서 역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웃었습니다.

이 곳에서 보낼 수 없는 시간이라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은 점점 상상속에서 늘어났지만

오늘만 살고 마는 것이 아니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기 전까지 중세의 밤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시간을 마음 가득히 담고 마드리드를 향해 떠났습니다.

오전의 프라도,낮 시간의 똘레도

그리고 밤의 똘레도

하루에 경험하는 여러가지 시,공간이

마치 하루를 삼일처럼 살았구나 ,그런 느낌이 드는

참 특이한 하루였지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연맘
    '08.1.12 3:59 PM

    야드로

    굉장히 고가인데다 깨지기 쉬어
    다루기도 힘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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