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책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습니다.
그림책에서 저는 책보다는 그림에 더 방점을 두고 보았었는데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던 사람중의 한 명인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네요.
마침 집의 컴퓨터가 수명을 다해가느라 동영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관계로 그동안 일본드라마보느라
미루고 있던 출시된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처음 고른 영화가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와 황혼의
사무라이
그리고 두 번째 고른 영화가 미스 포터와 란도리입니다.
란도리라? 무슨 말인가 했더니 laundry (세탁소)의 일본식
발음이더군요.
영어,일본어 이렇게 한 편씩 고르는 이유는
막 물이 오르기시작한 일본어 듣기를 지속하기 위한 것인데
그것도 그것이지만 일본영화 자체에 이제 맛을 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이야기는 1902년의 런던에서 시작됩니다.

피터 래빗 이야기에 향수를 지닌 사람들
영국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르네 젤위거의 연기를
맛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그리고 자연의 풍광에 눈을
적시고 싶은 사람들 누구에게나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은
영화이지요.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일본어를 좋아하는 딸에겐 잊지 못할 사람이더군요.
해도 해도 늘지 않는 일본어 이제 그만 배우라고
(가방을 들고 갔다 온 채로 그냥 두었다가 다시 가는
그런 상태를 지속하고 있던 중이라 제겐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폭판선언을 하고 나서 한동안 보람이는 일본어와 담을 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영화를 보다가
남자 주인공이 너무 멋있어서 꼭 만나보고 싶다고
그러러면 일본어를 해야 한다고 어렵게 말을 꺼내더군요.
그래서 제가 건 조건이 가타가나를 하루만에 암기해서
통과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오케이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기실 마음속으로는
아마 불가능할거야,그동안 그렇게도 오랜 세월 배우면서도
가타가나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으니 하는 마음이 강했었지요.
그런데 동기가 부여되고 나니 아이는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더니 다 외웠으니 시험을 봐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곤 그 시험에 통과한 후 다시 만난 일본어
그 다음에는 참 놀라운 진전이 있었지요.
제가 방에서 드라마를 보는 중에 아이가
뛰어 들어오면서 엄마,저 배우가 바로 내가 말한
그 사람이야 하더군요.
저도 신기한 마음에 새롭게 보여서 그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는데 우연히도 그 드라마가 다루는 소재가
한국인 가수와 일본인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라서
더 흥미가 생겼는지도 몰라요.
영화 란도리를 이야기하려다가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네요.
코인 란도리를 운영하는 할머니를 돕느라
그 곳에 나와서 일을 하는 머리에 상처가 있는 테루와
마음에 상처가 깊은 미즈에
혼자서는 홀로 서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둘이서 만나는 이야기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한가 속으로 의심하고 있는 저를
바라보는 일이 마음아픈 시간이었습니다.
의심하는 나,과연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상처의
치유가 가능한가?
가능한가 아닌가 현실태로서의 정답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나 영화의 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