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개학을 했지만
도서관 어른들의 수업은 9월 개강이라
이번 한 주는 오전시간에 조금 넉넉하게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오전을 한껏 쓰고 ,도서관에 가기 전 낮잠을 자려고 누운 시간
전화벨이 울리고 낯선 남자목소리가 들리네요.
심선생님..
누구지?
알고보니 늘 다니는 대여점 주인아저씨인데
전화로는 영 낯선 소리로 들려서 놀랐습니다.
부탁한 책이 들어왔으니 들러서 가져가라는 친절한
전화였지요.
사실 2주전에 목록을 잔뜩 적어서 혹시 가능한 책은
구입 부탁드린다고 하고 나서 일본열광과 마음의 치유
두 권이 들어오고 그 이후로는 별 말이 없어서
나머지 책은 포기하고 그냥 사서 보거나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은 빌려보고 나머지는
어떻게 하지 하고 망서리고 있던 중이거든요.
반가운 마음에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출발하여
대여점에 들렀더니
왕과 나,김처선과 논개 (김별아의 소설)그리고
제가 부탁하지 않은 책이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구한 책이라고
(제목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스누헤란 제목이 맞는 것같네요.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아크나톤시대의 실존인물을 다룬
소설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다섯권을 주시더군요.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으니
데스크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한꺼번에 다 가져가시고 읽는대로 돌려달라고요.
일단 책은 제가 먼저 스타트를 해야 그 다음 순환이 빠른 것
같다고 해서 막 웃었습니다.
사실 대여점에서 제가 내미는 쪽지대로 책을 이렇게
많이 구입해주시는 것은 상당한 출혈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거의 싫은 내색없이 이렇게 해주시는 것이 참 고마운 일이지요.
그래서 아주 가끔씩이라도 저도 먹을 것도 사들고 가고
아주머니와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 그런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책을 들고와서 뒤적여보다가 그래도 단행본인 왕과 나,김처선을
가장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제목을 본 중학생이 말을 하네요.
선생님,그것 혹시 드라마하는 작품아닌가요?
그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아마 맞겠지,혹시 예종이 나오는 드라마니?
몰라요,그냥 선전만 보아서요
다음에 한 번 보고 알아다드릴께요.
그래서 집에 와서 책을 검색해보니 책에 대한 정보는
올라와 있지 않고 드라마이야기만 가득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소설을 읽다보니
궁중 사람들의 위계나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서
대장금을 다시 보아야 하나,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 도움이 되겠다 싶기도 하지만
소설에서처럼 내시라는 집단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짚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린 나이에 (문종때) 가난때문에 내시가 되고
세조가 왕위에 오르는 일에 협력해서 세조때에
영향력있는 내관으로 일하다가 예종이 죽으면서
사가로 돌아갔다가 7년만에 다시 궁으로 들어온 내시 김처선을
통해서 거의 개인사만이 아니라 조선왕조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성종비 폐비 윤씨를 둘러싼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소설,
그동안 성종에 관한 실록을 읽을 때도 미심쩍은 부분이
풀려서 의미가 있기도 한 소설이었습니다.
하루 정도 더 읽어야 다 읽겠지만
다 읽고나면 그 시기를 따라가면서 조선왕조실록을 읽어보고
싶어지는 after가 기다리는 소설이기도 하네요.
마침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사람들에겐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을 소설이겠지요?


왕도정치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음모와 갈등이 있었던
궁중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사람들에게
밖에서는 시,서,화로 그리고 술로 달래는 다른 시간이
정말 필요했겠구나 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