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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경청

| 조회수 : 1,374 | 추천수 : 52
작성일 : 2007-06-04 00:11:28


  어제 대여점에 책을 반납도 하고 새로 나온 책이

있으면 빌리기도 하려고 갔었습니다.

모방범이란 제목의 추리소설과 경청을 빌려왔는데요

빌리면서도 이런 자기계발류의 책은 읽을 때는 마음을

흔들어놓지만 막상 읽고 나서 실천을 제대로 못하면

마음만 복잡하지 ,그런데 사는 것이 아니고 빌려보는 것이니

그래도 읽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들고 온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더 마음속을 흔들어놓는 내용이더군요.



어제 밤 도서관에서 수업을 하던 중 보람이가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승태가 일본어 공부 제대로 하지 않아서

결국 수업을 못했어.

사연은 들어오면 들려준다고 합니다.

보람이가 이번 여름 일본여행 가기로 했는데

비행기표 값을 도와달라고 하기에 그냥은 어렵고

동생을 위해서 주말에 일본어 수업을 한다면 미리

비행기표 값을 치루어주겠다고 해서 시작한 공부인데

삐걱거리면서도 조금씩 진도가 나가더니 다시

상황이 악화된 모양입니다.

복잡한 심정으로 집에 들어왔더니 서로 불어터진 상태에서

엄마에게 각자 하소연을 합니다.

그런데 승태가 제게 와서 말을 하는 겁니다.

엄마는 왜 내 말을 귀기울여서 듣지 않고 미리

판단해버리냐고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경청에 관한 책을 읽다가 이미 제가

혼자서 아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이유가

미리 내가 갖고 있는 답이 있어서

그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못 읽고 있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고민하던 중이어서

어제는 가능하면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려고 애를

쓴 것이 아이에게도 전달이 된 덕분인지

그래도 막 화를 내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더군요.

알았다고,엄마가 네 말을 제대로 못 들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오늘 못 한 공부는 그러면 내일 하겠는가 물어보니

알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 들어오니 한 시간 공부하고 지루해서

쉬었다가 다시 하려는 중이라고요.

그렇다면 쉬는 날이 있으니 그 날 하기로 하고

엄마가 챙겨온 만화역사책 한 권 읽어보는 것은 어떤가

권하니 누나의 잡지책에 나온 앤디 워홀에 관한

기사를 보겠다고 합니다.

앤디 워홀?

아하,그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엄마,왜 캠벨 스프가 문제가 되는 거야?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갑자기 제 마음속에서 불빛이 하나 켜지는 느낌이네요.




책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의 아들이 켜는 곡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입니다.

들어와서 들어보려고 찾던 중

아들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서 우선 경청을 소개하는

글부터 쓰고 싶어졌습니다.

몰라서 못하나,알면서도 못하는 것이지

그렇게 우리는 변명을 늘어놓고 살지만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진정으로 안다면 실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무엇을 실천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면

그것을 진심으로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부드러운 제 대응에 마음을 풀었는지

아들이 말을 겁니다.

엄마,심각하게 할 말이 있다고요.

무슨 이야기인데?

성적표가 나왔는데 심각하게 잘 못 나온 점수거든.

다음에 좀 더 열심히 할께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작은 제비꽃
    '07.6.4 12:52 AM

    '네가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였을런지....

    어떻게 대답하셨을지 잘 짐작이 안 가요.

    하루 종일 종알대는 딸애에게
    제발 지금은 그만! 이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차례나 하지요.
    오늘도 신나서 책 이야기 하는 아이에게
    엄마 바쁘다고 '그만!' 했었는데
    그 말 듣은 아이가 금방 풀이 죽더라구요.
    맘이 짠했는데도 그냥 모른척 했었어요.
    이 밤에 그 일이 맘에 걸리네요.....

  • 2. 노니
    '07.6.4 10:56 AM

    어제 아이들 아빠가 책을 여러권 사온중 경청도 있더군요.
    경청을 먼저 읽더니 참좋은 책이네 합니다.
    아이들 육아서에 항상 강조 하는 말이 아이들 말을 잘들어 주어라 였던것 같네요.
    그러나 시간이 허락지않아서, 마음이 급해서,성격이 급해서 등등 여러이유로 실천 못했던 것이네요.

    요즘 드는 생각은 타고난 기질도 바뀔수있을까? 입니다.
    불혹의 나이를 넘겼건만 좀더 개선 되었으면 하는 성격이 좀처럼 변하지않고 툭 튀어 나올때 그 난감함과
    좌절감 등이 요즘 나의 머리속에 자리잡고있는 많은 생각중의 하나입니다.
    '경청' 정말 아이들에게 실천하고 싶은 것중의 하나이건만 아이들은 이미 많이 커버렸네요.
    늦었다고 할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지요.
    intotheself님 경험을 거울 삼아 저도 다시 한번 실천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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