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절에 다녀왔습니다.

오늘따라 다른 가족들은 모두 급한 일이 있어 어머니 모시고 단 둘이 오붓이 다녀 왔지요.

아버지 가신 후 매 주 찾은 이곳이 올때마다 그 모습을 바꾸는군요.

한창 무르익은 봄 날,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보아주는 사람 없이 흐드러지게 피어 절정을 이루고 있는 그 모습이 시리다 못해 안타깝습니다.

햇살이 이젠 조금 따갑게 느껴집니다.

적막한 암자에 벌들만 소란스레 분주합니다.

그나마 벌들이라도 찾아주니 그리 쓸쓸해 보이진 않습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스님, 다음주에 와도 영산홍의 이 모습 볼 수 있을까요?'
'아니 이것들 몇 일 못가. 혼자 보기 아깝구만......'
제행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