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른 책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일월에 마음먹고 보기 시작한 아메리칸 마스터피스책에
손을 댈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시작한 책읽기이니 계속 하고 싶어서
자리잡고 앉았지요.
오늘 보고 있는 화가는 리차드 디벤콘인데요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입니다.

이 화가는 버클리란 제목의 연작을 50점 이상 그려냈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이 제일 처음 넘버링이 되어있네요.

초기엔 세잔과 마티스의 영향으로 그림을 그렸고
그 다음에는 미국 추상표현주의자들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고 그것을 자기 나름으로 소화한 화가라고
소개되어 있군요.


그의 그림을 처음으로 본 것은 오션 파크란 제목의 그림이었습니다.
자신이 살던 동네 이름이 바로 오션 파크였다고요.
그런데 동네를 구상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고
캔버스를 분할하여 추상으로 공간을 배치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작품도 제목은 오션 파크이지만 제가 처음 본 그림과는
다릅니다.

그림을 보고 있는 순간에는 감흥이 생겨서
나도 그림 그리러 가면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많이 하는데
막상 화실에 가서 앉으면 왜 그렇게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것인지 참 어리둥절합니다.

언젠가 굳어있는 머리가 풀리면서 뭔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그렇게 수월한 일이 아니네요.

그래도 조금 컸다고 느끼는 것은 좌절감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고
자신을 비하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힘이 더 커졌다는 것입니다.
내려놓는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아서
오랜 세월 마음에 고통이 있었는데 그것이 조금 수월해지니
사는 일에 탄력이 붙는 것이 느껴지네요.



이제 화가가 머리에 그림으로 그려지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로 충분하다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돌려주기 전에 한 번 더 듣고 싶어서 켜놓고 듣는
호로비츠의 연주와 더불어 그림을 보는 시간
역시 즐거운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