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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눈 마중***

| 조회수 : 937 | 추천수 : 9
작성일 : 2007-01-28 21:25:35

눈 가뭄에 지친 서울 사람들에게 반가운 기상청 예보가 있었습니다.


내일 제법 많은 양의 눈이 내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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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바람이 난 까메오.


저녁 늦께까지 배낭을 꾸리는데 콧노래도 절로 흘러나오고 엔돌핀이 팍팍 솟아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열흘간 기침감기로 고생을 하여 산행을 못한데다가


눈까지 내린다니 생각만해도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STA64624_copy.jpg


 북한산성 입구를 벗어나 늘 다니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솔잎이 낙엽이 되어 쌓인 푹신한 길...


향기는 없어도 참으로 아늑한 고요속으로 빠져들어가며 행복을 만끽합니다.


저만의 자유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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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보니 해가 옅은 빛깔로 내리 쬐는데 과연 눈이 내릴른지..


원효봉 중턱에서 덕암사로 빠져 가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원효봉으로 오르는 도중에 만난 시구문.


 


문의 이름도 참 거시기하게 소름끼칩니다~


屍口門이라니?


옛 사람들은 가리는 것도 많아서 시체를 부정하다고 생각하여


산 사람과 죽은 이가 드나드는 문도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죽은 이를 위해 만든 문치고는 아취형의 아담한 것이 공은 많이 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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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까지만 입장료를 받았는데 아직도 한 아자씨께서 지키고 있길래 말을 붙여봅니다.


"아니~ 웬일로 나와계십니까?"


"네에~ 이 달말까지는 나오라는군요. 글쎄.."


손톱을 계속 깎으면서 대답을 하십니다^^


 


"그럼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늘 오가며 만나는 젊은 이들이 염려되어 물어보니,


"젊은 친구들은 그냥 붙어있구요 늙은 이들은 다 나가라네요~" 


껄껄 웃으시며 하시는 말을 뒤로 하고 계속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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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봉은 계곡으로부터 릿지를 타고 오르기는 했지만 이렇게 등산로를 이용하기는


한 2년은 넘은 것같습니다.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계단으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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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만큼 올랐습니다.


맞은 편의 의상봉이 바위틈으로 바로 앞에 보이고 잔설도 희끗희끗 보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고 기침 몇 번으로 감기를 완전히 날려버립니다~


감기대장 까메오에게 산은 보약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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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뎌 원효봉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눈은 커녕 햇빛만 잘도 내리쬡니다.


 


이러다가는 일기예보가 맞는다해도 오후 늦게에나 오겠는걸...


내심 바람만 맞겠다는 생각에 걸음을 라르고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라도 늦은 산행이라도 된다면 어렵겠지만,


랜턴까지 준비했는데 무슨 걱정이겠냐 싶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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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문의 모습은 언제나 봐도 예쁜 색시같은 모습입니다^^


 


여름내 안간힘을 쓰면서 기어오르던 담쟁이덩쿨도 이파리를 다 떨구어내어 실핏줄처럼


간신히 찬 바람을 피해가며 석문에 바짝 붙어있습니다. 


 


이제 다시 내려가야합니다.


시간을 소비해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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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내려와서야 백운봉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 도달했습니다.


이정표 옆에 앉아있는 조그마한 바위의 모습이 신기합니다.


 


화강암속에 마치 고대 철갑옷 모양의 다른 석질의 돌조각이 촘촘히 박혀있어


나름대로 귀여워 늘 한 번씩 만져주고 지나가는 바위~


 


계속해서 더 내려가야 다시 올라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오늘은 기필코 님을 만나야만 합니다~


님께서 반드시 오신다는 기별이 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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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성문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지금 시각은 두시~


어구.. 슬슬 배도 고파오고 맥도 빠지는데 하늘은 여태 소식도 없이 환하기만 하니


이거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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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메오가 가장 사랑하며 즐겨 오르는 행궁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이 건 또 뭔가요???


 


참나무가 베어져 있는데 가운데 구멍이 뻥~뚫려있네요@.@~ 


광릉긴나무좀이라는 벌레가 파먹어 들어가 고사된 참나무를 일부러 베어버린 것이 분명합니다.


저런.........


더 확산되기 전에 빨리 조치를 취해야겠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한체 발걸음은 라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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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적마다 언제나 반겨주듯 귀여운 모습의 석물이 있는 곳~


행궁지...


 


등산객이 별로 다니지 않아 호젓할뿐만 아니라 아늑하여 쉬어가기엔 안성맞춤인 곳.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이궁시에 사용하려 지었던 행궁지에 남은 것이라곤 석축과 석물 몇점뿐...


그래도 남한산성과 같이 사용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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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산에서 몇 개 되지 않는 샘터입니다.


바가지는 얼음속에 갇힌지 오래이지만 샘물은 졸졸 소리없이 솟아나옵니다.


 


찬 기운이 돌지만 한 컵 받아서 꿀꺽꿀꺽~~~


감기 뒤끝이라지만 소양인인 우리의 까메오는 한 겨울에도 찬물만 마십니다 그려^^


 



        

 남장대지에 올라 동쪽의 삼각산 백운봉으로부터 남쪽 성벽능선을 거쳐


대남문과 문수봉까지의 모습입니다.


 



        

 역시 남장대지에서 북쪽을 향하여 백운봉과 원효봉을 거쳐


의상릿지를 바라본 정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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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남문에 당도하도록 기다리는 님은 아니오고,


지금 시각은 4시..


 


문밑에 쪼그려 앉아 점심을 먹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니 점점 어두워지네요^.^*


갑자기 찬 바람도 불어 손과 발이 시려옵니다.


그래도 오늘은 라르고입니다.


 


STA64674_copy.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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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 눈길에 미끄러져 꽁지뼈가 골절되었는데도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아이젠을 착용치 않고 또 다시 눈길을 그냥 내려옵니다.


 


제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겠습니까?


두어 번 자빠지고 넘어지고...


암튼 웃기지도 않는 잉간입니다^^*


 


제 딴에는 라르고니까...


스톡을 의지했으니까...


 


그럭저럭 내려오다보니 참말로 눈발이 송이송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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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눈을 맞이하기 위해 어제부터 지금까지 준비하고 기다리며 온 산을 헤메고 다녔습니다.


아무도 없는 늦은 산길을 홀로 걷습니다.


펑펑 쏟아지는 눈길 속에 산이 걷는지 내가 걷는지..


눈이 나를 맞는지 내가 눈을 맞는지..


 


눈이란 참 신기하다못해 신비롭기까지합니다.


한 겨울 우리에게 내려주는 하늘의 축복인양 흡족하게 그 양은 많지 않았어도


까메오가 내리는 눈을 만나러 이렇게 친히 마중나간 날이었지요.


 


먼 데서 오는 사랑하는 님이 늦게 도착하여 만난 것만큼이나 더욱 반갑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나돌리
    '07.1.28 10:19 PM

    엊그제 금욜 산행을 다녀 오셨나요?
    저도 그날 북한산성으로 올라 대남문에서
    점심 먹고 구기동으로 하산을 했는 데....
    다 내려오니..눈발이 날려 아주 즐거웠답니다.

    시간 차만 날뿐 거의 같은 코스를 산행했네요....ㅎㅎ
    겨울 산행을 산우들이 참석을 많이 하지 않아
    둘이서 매주 금욜 다니고 있답니다.

    밤과 꿈님
    늘 건강하시고
    눈이 펑펑 오는 날~
    삼각산 산행 한번 같이 하시죠...ㅋㅋ

  • 2. 하얀
    '07.1.29 10:01 AM

    사진과 글 스르르 훑어 보면서 내려왔지만
    제가 산행하는 기분이 드네여...
    멋집니다~
    산행 중 차가운 샘물 꿀꺽~ 무지 시원하셨을듯~
    잘보고 갑니다~^^

  • 3. 밤과꿈
    '07.1.29 10:21 AM

    돌리님 반갑습니다~

    지난 번 사진전시회에 찾아뵙지도 못한 것 사과드립니다.
    감기로... 헤헤ㅔ

    그날 가셨었군요.
    눈을 바라고 갔었는데 바람만 맞았지 뭡니까.

    겨울산행 조심하시고 천천히 거북이 걸음으로 즐기셔요^^*

    하얀님 고맙습니다.
    샘물이 수정과나 식혜보다도 훨씬 시원하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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