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서 읽기 시작한 김광우님의 글에 홀딱 빠져서
오늘 긴 시간을 마네와 모네에 관한 글과 그림으로 보냈습니다.
오십이 조금 넘은 나이에 마네가 병으로 사망하는 것까지
읽고 나니 하루가 다 지나버렸네요.
근대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마네
인상주의의 선구자라고 칭해지지만 사실은 인상주의와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작업을 했던 마네
그러면서도 모네에게 계속 경제적인 지원을 하면서
격려하고 서로 어울려 작품활동을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도 한 마네
물론 이 책에서 두 사람만 등장하는 것은 아닌지라
당대의 프랑스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다른 책과는 달리 거의 전 시기의 두 사람의 그림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습니다.
번역이 아니라 저자가 한국인인 것도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 생기고 이제 우리들도 이런 역량을 지닌 저자를
만났구나 싶어서 공연히 기분이 좋았지요.
늘 전성기의 화가가 아니라 전생애를 조망하는 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더 반가운 독서가 되었겠지요?
초상화에 주력했던 마네가 말년에 몸이 아프자
정물을 그리기 시작하더군요.
오늘 밤에는 말년의 작품들을 보고 싶어집니다.
마네를 후원했던 사람들,보들레르,졸라
그리고 말라르메
그들의 정신적인 후원이 그에겐 백만 대군이나
마찬가지의 역할을 하더군요.
창조의 샘이 물론 자신안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집단을 만나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이번 인상주의자들의 작업을 읽으면서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화가들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로마에서 마네의 그림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던 이후에
그의 그림에 대해서 훨씬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 뒤론 그의 그림에 관한 글이 있으면 찾아서 읽어보게
되더군요.
요즘 뒤뷔페,르네 마그리뜨 이런 식의 기획전시가 잇달아
열리자 우리나라에서도 벨라스케즈,마네,모네
고야 이런 굵직굵직한 전시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됩니다.
마침 마네의 그림을 보면서 베를린에서 열렸던 호로비츠의
연주 실황을 녹음한 비디오를 빌려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본다기 보다는 소리를 듣는 중인데요
연주가 끝나면 청중들의 열렬한 반응이 굉장한 반향으로
느껴져서 공연장에 있는 기분이 드네요.
검버섯이 핀 호로비츠의 손가락,그래도 손가락에서
울려펴지는 소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흔히 여유가 생기면 문화를 즐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을 느끼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낮에 수업을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마네와 모네란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 물었습니다.
마네와 모네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대답이 태반이더군요.
피카소,고흐,고갱,(고갱은 그림을 본 적은 없지만
고흐와 관련해서 들었다고 하고요)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가장 흔하게 대답하는 화가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공부하기 전에 교양강좌로 마네와 모네 그림을
보라고 책을 돌리고 나서
한참 있다가 한 녀석이 저를 호들갑스럽게 부릅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자신이 읽고 있는 영어지문에서
갑자기 모네의 인상,해돋이 그림이 나오면서
인상파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던 것을 발견했던 것이지요.
그 순간,아이는 조금 전에 본 그림이 생각나서
너무 신기하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 녀석에겐 인상파,혹은 모네란 이름을 들으면
오늘의 기억이 상기되겠지요?
그런 작은 인연들이 모여서 언젠가 전시장에 가는 기회로
연결되면 좋겠다 그런 소망이 생긴 날이기도 하네요.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