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날

| 조회수 : 1,833 | 추천수 : 77
작성일 : 2006-11-03 02:03:58


   오전 수업을 하는 중 도서관 데스크를 오전중에 담당하고

있는 분이 저를 부릅니다.

선생님,보람이 전화예요.

새벽에 나가면서 담임선생님에게 승태의 시험 결과를 알아보고

전화해주겠다고 하고 나간 아이가 벌써 결과를 알았나

궁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으니

오늘 모의고사 보는 아이가 동생때문에 많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합니다.

엄마 오후 3시까지는 비밀이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엄마만 알고 있어야 되는데 승태 합격했대.

그리고 아직 과는 모르나봐.

보람아 고맙긴 한데 너 지금 모의고사 보는 중 아니니?

그런데 지금 쉬는 시간이야

그래,알았어 남은 시험 차분하게 보거라 하면서

수화기를 놓았습니다.

수업시간에 도로 들어가서 소식을 알리니

함께 하던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해주네요.

그래서 오늘 사실은 수업끝나고 그림그리러 가야 하는 날인데

순대로 점심 함께 하자고 집으로 우리 모두를 초대한

박혜정씨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마치 학교 빠지고 마음 불편하지만 동시에 해방감을 느끼는

악동처럼 그냥 그렇게 신우아파트로 놀러갔습니다.

위 아래층으로 살고 있는 신혜정씨의 음식솜씨가 가세되어

입도 마음도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로

여러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마치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공처럼

행동하면서 그런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

참으로 많은 갈등을 빚게 되었지요.


첫 아이의 사춘기때에도 일년에 서너 차례

정말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둘째 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란 자리가 사표를 낼 수 있는 자리라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힘이 들 때도 많았지요.

그러다가 에니어그램을 통해서 그 아이들과 제가 얼마나

다른 유형의 사람들인가를 알고 나자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가가 아니라 다른 것이 문제로구나

다른 기질의 아이를 내 식으로 재단하고

마음 아파하고 혼내기도 하니

아이도 집이 숨막힐 수 있겠구나 그렇게 수긍을 하게

되었지만 이론과 실제의 거리는 얼마나 먼 지

아마 경험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 같네요.



중학교 때의 내신성적이 계속 내려가서

마지막 성적표가 나오고 보니 시험 볼 학교 지망할 경우

거의 20점을 깍이고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성적표를 보면서 말을 하더군요.

엄마,나 이렇게 놀 때 왜 그냥 두었어?

유구무언이란 문자는 그런 때 쓰라고 있는 모양인가

웃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태도가 금방 바뀌는 것은 아니지요.

이런 상황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아들이 시험에 붙으면 여러 사람에게 희망이 되는 셈이니

응원을 하겠다고 해서 웃기도 했습니다.







아들의 사춘기를 함께 겪으면서 배운 한 가지

아무리 부모가 원해도 아이가 마음속 깊이 원하지 않는 일은

밖에서 밀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바라는 것을 놓아버리게 되더군요,

완전히 놓았는가 하고 물으면 사실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겠지요?

지금도 합격 소식을 받고 나니

3월이 되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제 나름의

계획이 서지만 그것을 한 번 마음에서 접습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제 청사진에 불과하니까요.

언제나 웃으면서 옛 일을 추억하는 날이 올까요?




사실은 더 큰 시험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보람이는 완전히 마음에 들게는 아니라 해도

자신이 알아서 스스로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마음이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사춘기의 열병을 앓던 때에 비하면 지금 그 아이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인삼,홍삼보다 위라는 고3을 참 수월하게 넘기고 있어서

제가 금요일마다 나들이하는 것도 마음의 부담이 덜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참 감사하다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네요.

아마 그래서 대학입시의 경우에는 어떤 결과라도

제가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멀리서 가까이서

아이를 위해서 기도해주신 분들

함께 걱정하고 고민해주신 분들

합격소식에 기쁨을 함께 해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순탄한 과정으로 온 결과라면 이렇게 기쁠 수 있을까

그래서 고통뒤의 열매가 더 달다고 하는 것인가

혼자서 고개 끄덕이면서 함께 한 화가는

칸디스키입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변인주
    '06.11.3 7:11 AM

    Congratulations!
    Your writing and pictures were very familiar with me. I got one copy of Kandinsky's from The Simon Museum when I went to my son's field trip together. He graduated college this year and got a job. But I still worried about him when he doesn't answer a phone late at night! :( why I fell owe him still?

  • 2. 안나돌리
    '06.11.3 8:41 AM

    축하...축하드려요^^

    조금은 선배로서~
    지나고 나면 모두 제 갈길을
    찾아 가는 과정에 불과하답니다.^^&

  • 3. 준&민
    '06.11.3 9:19 AM

    축하드려요. 좋으시겠어요^^

  • 4. 프리스카
    '06.11.3 10:19 AM

    동감이 많이 되는 글입니다.
    저도 조금 먼저 겪었는데 바랄 수 없는 중에 합격했을 때의
    그 기쁜 마음은 스릴감 그 자체지요.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앞으로 몇번 더 남으셨네요.^^

  • 5. 노니
    '06.11.3 1:30 PM

    감사하는 마음으로라는 제목을보고 합격했구나 하고 기쁜마음으로 클릭 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마음을 잔잔히 표현해주심이 엄마로서 위로받기도하고 같이 속상하기도하고 같이 기쁜마음을 느껴 봅니다.

    저도 몇년후 기쁜소식을 올릴수 있는 날이 오기 바라며 믿음을 가져봅니다.

  • 6. 장은영
    '06.11.3 1:34 PM

    저희 아들이 지금 중2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2학년이 되면서 제대로 사춘기가 왔나봐요.
    성격부터 다른 아이와 저... 제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답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를 힘들게 한다면 아이를 못키울것 같은 생각도 들더군요.
    그저 사춘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립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7. 사랑둥이
    '06.11.4 12:06 AM

    축하드립니다.....

    님의 글과 올려주시는 그림 잘 보고 있습니다...

  • 8. intotheself
    '06.11.4 12:46 AM

    함께 축하해주신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정신과의사인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자존감 형성에 관한 것에 대해서요

    이렇게 조금씩 아이들과 더불어 저도 철이 들어가는 것일까

    인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지는 것일까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 되는 것일까

    참 많은 생각을 품고 돌아오는 길,그래도 발걸음이 참 가벼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6331 떠나는 가을을 붙잡아 봅니다. 6 시골아낙 2006.11.04 1,692 46
6330 11월 달력~~좀 늦었네요^^;;; 3 안나돌리 2006.11.04 1,285 31
6329 우리 세현이♡ 예요~ 1 정성들이 2006.11.04 1,301 13
6328 프라도 미술관 도록에서 만난 라파엘로 intotheself 2006.11.04 1,484 54
6327 리움미술관에서 만난 귀한 그림들 intotheself 2006.11.04 1,724 72
6326 이 순간의 걱정! 5 이음전 2006.11.03 1,815 87
6325 늦둥이 이쁜딸.. 4 나혜옥 2006.11.03 1,752 9
6324 <산행후기> 우리의 가을이야기 8 안나돌리 2006.11.03 1,356 19
6323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날 8 intotheself 2006.11.03 1,833 77
6322 산세베리아에 핀 꽃이에요. 16 란비마마 2006.10.31 3,915 66
6321 망했어와 엄청 망했어 사이에서 4 intotheself 2006.11.01 2,186 17
6320 늦둥이 이쁜딸 9 나혜옥 2006.10.31 2,418 10
6319 <공지> 제11차 아네모 디카배우기 모임입니다. 1 안나돌리 2006.10.31 997 32
6318 저도 이런 모습으로 남고 싶습니다. 1 안나돌리 2006.10.31 1,719 30
6317 또랑에서의 단상 3 이음전 2006.10.31 1,437 73
6316 아름다운 우리집 화단 7 가을여자 2006.10.31 2,019 12
6315 교회의 새단장... 2 강정민 2006.10.31 1,262 8
6314 열흘된 조카예요.^^ 21 핑크하트 2006.10.31 2,112 17
6313 마지막 단풍을 찾아서~ 7 밤과꿈 2006.10.31 1,319 12
6312 포항-수원 축구경기에서 김수열 2006.10.31 938 27
6311 카운트 다운은 끝나고 1 intotheself 2006.10.31 980 26
6310 한밤에 듣는 연주 4 intotheself 2006.10.31 1,295 77
6309 오랜만에 보는 이 녀석 7 여진이 아빠 2006.10.30 2,368 70
6308 들길을 걸었다. 1 이음전 2006.10.30 1,206 66
6307 수류탄 고기잡이 1 볍氏 2006.10.30 1,18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