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층 전시장에 먼저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전시된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린 추사의
얼굴 ,시기적으로 조금씩 다른 시대의 얼굴이라서
더 관심이 가네요,
오늘 권돈인이란 이름을 머리에 새기고 왔습니다.
그와 추사의 교분이 두터웠던지 서로 시를 주거니 받거니
한 시첩이 있더군요.
일층에서는 주로 글씨라 내용을 알 수 없는 탓에
글씨 자체의 형태에 주목하면서 보았습니다.
문맹이 따로 없구나 한탄하면서
더듬거리면서 글씨를 보고 있는데 마침 글씨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몇 분 서로 이야기나누는 것을 귀동냥하면서
그나마 위로를 하면서 보았지요.
그가 교류했던 폭넓은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
연경에 갔을 때 만났다는 옹방강의 글씨도 있더군요.
계산무진이란 글씨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오전에 대강 가방을 챙겨서 들고 나간 관계로 (이렇게
먼 곳으로 나들이 하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었으니
) 필통이 없어서 글씨를 스케치라도 하고 싶은데
답답하더군요.
조그만 것 하나도 정작 필요할 때 없으니
부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던지 새삼 준비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느낀 날이었습니다.
이층에 올라가니 그제야 아기 자기한 소품으로
추사의 난이 여러 점 있어서 벌써 마음이 달라지네요.
한 쪽에는 추사의 난이 주로 있었고
다른 쪽에는 처음이다 할 정도로 다양한 대원군 이하응의
난이 여러 점 있었습니다.
서로 마주보고 조금 다른 작품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의
작품을 본 날,귀한 전시로군 하고 즐거워지네요.
나이가 아주 지긋한 한 여자분이 혼자서 그림을 보다가
참 좋다, 그렇게 감탄사를 내뱉다가 제가 옆에 있으니
참 좋지요? 하고 다시 한 번 이야기하던 그 장면이
제겐 잊혀지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조희룡의 매화, 소치의 그림,
김수철의 작품 몇 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본 것도 즐거운 기억이 되겠지요?
이층의 전시는 그냥 내려오기 아쉬워서
한 번 더 둘러본다음
아래층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만 둘러보고 나오니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네요.
그렇다면? 하고 다시 잔머리가 돌아갑니다.
일년에 한 두 번 있는 기회니
이런 날은 택시를 타고 삼청동길로 내려가면서
성북동의 가을을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
그 다음에 경복궁앞에 내려서 만약 학고재 전시가 시작되었으면
그 전시를
아니면 바스키아전을 보고 가도 될 정도의 여유는 있네요,
택시를 타고 삼청동 길을 내려오는데
아직 완연한 가을 단풍이라고 할 순 없어도
택시속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좋습니다.
학고재앞으로 가니 아직 전시준비중이라
그렇다면 지난 금요일에 놓친 바스키아 전을
보기로 했습니다.


바스키아가 누군지도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영화로 먼저 만났던 화가
그라피티 (낙서화)도 버젓하게 예술의 한 장르가 되게
만든 사람이로구나
그런데 낙서를 벽에 벽화의 형태로 그린 것이라면
어떻게 전시를 하나 궁금했었는데
막상 전시장안으로 들어가니 그가 캔버스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캔버스가 아닌 다른 형태의
공간에 그린 27점의 그림이 전시가 되고 있는데
방금 떠나온 간송에 온 사람들과
이 곳 전시를 보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확 차이가 나서
그것이 가장 먼저 들어오네요.
바스키아 전에는 정말 저를 제외하곤
다 대학생 풍의 관람객들만 있더군요.
그 중 인상적인 광경중의 하나는 어린 딸을 유모차에 태워
온 젊은 엄마가 친정어머니처럼 보이는 분에게 아이를 맡기고
혼자 들어와서 그림을 보러 들어오는 장면이었습니다.
국제 갤러리는 상당히 독특한 전시를 많이 해서
그 곳에서 하는 전시라면 국내에서 이런 기회가 아니면
평생 언제 볼 수 있으랴 하는 마음에
꼭 가게 되는 갤러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갤러리도 나름의 색깔이 분명해야
관람객에게 어필하는 전시를 할 수 있겠구나 싶네요.

밖으로 나오니 경복궁 민속박물관 앞쪽으로
국화가 가득합니다. 여기도 국화가 하면서 한 장 찍었습니다.

경복궁을 가로 질러 지하철을 타려고
길을 걷다가 만난 재미있는 간판이 눈에 띄어서
한 컷 찍었는데요
거참 말을 누가 만들었을까?
적절한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경복궁안에서 만난 꽃입니다.
지난 12월 이 공간에서 처음으로 디카 모임을 한 날
춥기도 무척 추웠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하나도 못 알아듣고 답답하던 날
자유롭게 찍어보라고 하는 권유에 막막한 심정으로
두리번 거리던 것이 바로 얼마전 일 같은데
이제는 어딜 가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하루의 일과를 담고 있는 저를 보면서
세월의 무게를 느낀 날이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