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틀 죽을듯이 가을을 몹시 타고 나선 지리산으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올랐습니다.
구례구역 도착이 새벽 3시 20여분..
한시간을 기다려 출발한 버스가 성삼재를 오를 땐 '내가 왜 여길 왔나..'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속은 울렁거리고 난생 처음 멀미를 다했지요^^
이윽고 성삼재에서 내려다본 구례의 반짝이는 불빛과 상큼한 한기속에서 원기를 회복하고
노고단을 향해 올라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헤드랜턴도 끈채 약간은 어둡지만 그래도 달빛 비치는 산길을 걷기엔 기분 짱~이었습니다.
드디어 노고단에 올랐습니다.
때 맞춰 일출이 시작됐고 어느새 올라왔는지 선행자들이 맞이해줍니다~
앞에 보이는 둥근 봉우리는 올라가야할 반야봉^.^
그 오른 쪽 뒤로 높게 자리한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입니다~
저 멀리 해가 떠올라야할 자리엔 구름이 끼어서 애석하게..
그치만 노을빛이 붉고 고와 일출에 버금가는 황홀한 아침이었습니다.
멀고 긴 산행은 아니고 뒤따라오시는 두 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빨리 걸음을 재촉하여 사직도 찍고 시간을 넉넉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산길을 마구 달려나아갑니다~
제 아무리 뛰어가봐야 식사거리는 누이들이 가지고 있으니 가나마나지요^^
어느 새 해가 떠 올라서 제법 따갑네요.
사진에서 많이 보아온 운해가 드리워진 첩첩산중...
'아항~ 지리산의 맛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지리산행은 처음인 까메오.
산을 조금이나마 한다는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지리산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게
부끄러울 것까지는 없더라도 쫌 거시기는합지요^^
돼지령에 왔습니다.
만산홍엽을 이룬 산등성이~
노고단의 뒷모습에 찍새의 그림자를 넣어 담았습니다.
이렇게 자꾸만 遠景을 올리는 것은
다른 산처럼 한꺼번에 지리산의 모습을 담을 수없는 안타까운 심정이기에서죠.
웅장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제 어휘력의 부족을 한탄할 뿐입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기서부터는
누이들을 떨쳐보내드리고 반야봉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이런 표현은 순전히 제 생각이고,
누이는 아까부터 절 따라오기 힘이 드시는지
"조금만 더 가서 널 놓아줄테니 좀 참아라~"하셨답니다.
제 일생을 마치고 이제는 고사목이 되어버린 아름다운 존재들..
그들을 감싸고 주위엔 또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습니다.
반야봉 1km~
여기 저기 벗어놓고 올라갔는지 주인 잃은 배낭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고요.
점점 올라갈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산너머 산. 그 너머 또 산...
휴우~~~
드뎌 지리산의 제 2봉 반야봉에 당도했습니다.
꼭대기에서 만난 귀여운 청년.
생글생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하셔요? 일행이 계신것 같았는데요.."
"아~ 누이들이신데 저 아래에서 내려가신답니다."
그 청년 사윗감으로 최고겠는걸...
니콘 수동카메라로 여기 저기를 눌러대길래
"어디 블로그 갖고 있어요?"물었더니
네이버에 있단다.
"나도 한 장 부탁합니다" 찰칵!
그럴줄 알았으면 주소를 물어보았겠는데 첨 보는 사람에게 실례가 되는 것같아
그냥 지나친 게 못내 맘에 걸린다.
저 머얼리 뒷편으로 지나온 노고단의 전경이 선연합니다.
내려오기 아쉬워 한 바퀴 돌아보는데 눈에 들어온 건
저 멀리에 자리한 상록수림의 능선.
줌으로 한참 잡아당겨서 촬영했는데 괜찮게 나왔네요.
이 것도 사진으로 많이 보아온 것중의 한 곳입니다.
사진을 접하다보면 작은 것보다야 큰 것이 사실적이고 더 실감이 나지만
블로그의 특성상 작게 편집을 하자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너무 오래 지체했나요?
이제 하산을 해야합니다.
올해 단풍은 여엉~아니올시다예요.
오랜 가뭄으로 나뭇잎은 나무에 붙어있는채로 말라 오그라붙어있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은 발에 밟히는대로 곧바로 가루로 변해버립니다.
그래서 혹시 예쁘게 물든 것이 없을까 두리번 거려야 했지요.
마침 눈에 띈 녀석을 잡으려는데 곁에는 심하게 찌그러져 변형된 소나무가 있어 함께 담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자연림 그대로의 완전한 모습.
수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숲으로는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인 것이
지리산은 워낙 깊고 갈길이 멀기 때문에 앉아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기 때문일거라 생각됩니다.
한참을 내려와 올려다본 반야봉 그리고
삼도봉~
넓직한 이 곳이 무슨 峰이야???
마침 바위위에 표지석이 있어 들여다보니 삼도봉은 전북,경남,전남의 3개 도를 아우르는 경계지점이네요.
그래서 이름이 三道峰~
조금을 내려와 옆을 내려다보니 허걱@.@~
낭떠러지네요..
위에서 내려오니까 평평했구나...
아래에서 본다면? 분명 봉우리가 맞습니다.
깊은 낭떠러지 아래로는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인데
이 녀석들도 한데 어울리니까 예쁘지요?
가까이에서 보면 모두가 시들하답니다^^
600개의 계단이 설치된 내리막 길을 내려와
뱀사골로 접어들었습니다.
여름내 물기를 머금고 자라난 이끼낀 고목의 잔해들..
이마저도 바싹 말라버렸으니....
지금 시각이 11시.
지도상엔 하산길은 세시간이라니까 까메오 걸음이라면 늦어도 두시간 반이면 되겠구나 했지요.
뱀사골 단풍이 기가 막히단 얘길 전부터 익히 들었던터라
슬슬 산책삼아 경치 구경하면서 계속 하산중에 또 한 폼 자작 연출, 촬영, 주연.....
그런데....
올해부터 2010년까지 뱀사골 계곡이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이 되었답니다.
밧줄로 길게 8km이상을 구역으로 나누고 이를 어길 시에는 5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네요.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뛰어들어가 떠드는 저 인간들은 뭔가요?
좋긴 좋습디다~
나도 들어가고 싶은 유혹이 엄습하더라구요^^
가도 가도 끝없는 계곡길~
말이 8킬로미터지 계곡길 8킬로미터는 장난이 아니잖아요?
병소(甁沼)입니다.
물길의 모양이 병처럼 생겼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조심 조심 바위를 타고 내려가 팔을 길게 내려뻗어 찍었습니다.
단풍이 오죽 시원치 않았으면 이런 것도 올렸겠느냐 하실테지만
그래도 색깔이 그 중 낫기에 붉나무의 모습도 '먼 산'속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산 아래엔 아직도 초록이 남아있고
세시간 거의 다 걸렸지요~
내려오는 길은 오르는 길과는 달리 지도상의 표기대로 참고해야할 것입니다.
心秋水를 기억하십니까?
가을물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갖기 위해...
산아래 처음 동네에 다다랐는데 감나무에 감이 시원치않아보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디야???
관광버스 두 대가 와있지만 손님들은 냇가에 앉아 고스톱치기에 열중이어서
버스 정류장을 묻는 까메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터미널로 명명되어진 곳엔 남원행 버스가 낮잠에 빠져있고
지금 시각이 2시 20분인데 출발시간은 4시 5분이랍니다@#^%&ㅑ)(!~!
상가들도 모두 가사상태에 들어간듯하니 뭔일이래요?
아마도 뱀사골 계곡 출입금지 덕분(?)이 아닐까요?
버스 배차간격도 늘어났고 각 지방에서 들어오던 차편마저도 없어지고
2010년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올해 단풍 만큼이나 답답한 심정으로 상경을 했습니다.
지리산의 모습중 십분의 일도 경험치 못한 무박2일의 산행,
몸 컨디션도 엉망이었으나 끝까지 완주할 수있었던 건
'먼 산'이 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감나무에 감은 열리지 않고 단풍만 곱게 물들었습니다~
BGM : Michael의 Moonlight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