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집앞에 도시가스 점검에 관한 게시문이
붙어 있어서 자세히 보니 날짜가 화요일 오전 9시에서
12시까지네요.
이런 날을 그냥 넘기면 나중에 사정이 복잡해져서
화실가기 전에 해결하고 가려고 여러 차례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도 받지 않아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아홉시가 넘어가고 이제 검침원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고 체념하고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벨소리가 납니다.
우리 동네 검침원은 중년의 아주머니이신데
늘 웃는 얼굴로 일을 하시는 것이 보기에 좋아서
말을 붙여보기도 했던 사람이 다시 오셨네요.
여차저차 해서 연락을 해도 받지 않더라고 말하니
아차 진동으로 해놓은 모양이라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냅니다.
덕분에 일 한가지가 빨리 해결이 되자
갑자기 평소에는 잘 돌아가지 않던 잔머리가 돌아가기 시작
합니다.
그렇다면 아침에 빨리 동사무소에 가서 아이들 여권 서류
구비해서 여행사에 맡기고
영화를 한 편 본 다음 화실에 조금 늦게 갈까?
아니,영화는 다음에도 볼 수 있지만
오늘을 놓치면 간송미술관에 갈 날을 잡기가 어려우니
그렇다면 하고 마음속으로 저울질을 합니다.
화실의 전화번호를 몰라서
일단 동사무소 가는 길에 들러 사정 이야기를 하고
목요일 오전 수업마치고 바로 시간되는대로 오겠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는
서류를 갖추어서 여행사에 가는 길에
영화관 앞에서 시간표를 보니 보려고 하는 영화시간까지는
상당한 시간 공백이 있네요
그렇다면 역시 간송미술관에 가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겠다 싶어서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서류 처리 부탁한 다음
지하철로 간송미술관에 갔습니다.

이번 전시는 제가 놓쳐서 그런지 신문에서 본 기억이
없네요.
제비꽃님에게서 추사에 관한 전시라는 것만 들은 상태에서
아무 정보도 없이 나선 길인데
미술관 앞에 간단하게 붙은 종이를 통해서 감을 잡고
들어선 곳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이 국화입니다.

해마다 두 번은 가게 되는 곳이라 이제
그 안의 공간이 눈에 익어서 더 친근한 장소가 되었지요.

오늘 다양한 국화를 원없이 본 날이기도 하네요.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사진부터 찍고 있으려니
본말이 전도된 기분이 드네요.




어느 정도 사진을 찍고 나니
비로서 궁금해집니다.
추사작품만으로 일 이층 전시공간을 다 채운 것일까?
그렇게 작품이 많다면 이제까지 내가 본 것은
얼마나 적은 부분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