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시간에 베르메르를 보다가
반가운 전화에 그만 그림보기를 중단했지요.
밤에 들어오니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서
드보르작의 음악을 틀어놓고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을 읽다가
오늘 우연히 도서관에서 한국사의 천재들이란 제목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다인기행을 읽었던 차에
조금 더 인물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저자중에 이덕일이란 반가운 이름이 있길래
커피 상인을 잠시 젖혀두고
그 책을 손에 들었지요.

3명의 저자가 13명의 천재들을 다룬 글인데요
각자가 인물을 나누어서 쓴 글이랍니다.
그런데 여기서 천재라는 정의는 단순히 머리가 비상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대의 상식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란
견해를 채택해서
보조 국사 지눌,고려시대 혹은 우리 역사 최고의 외교관이란
찬사를 받는 서희, 관노에서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가
된 장영실
정조시대 규장각의 검서관으로 시작하여
발해고를 남긴 유득공이 일부에서 다루어지고 있네요.
제겐 유득공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된 것이
오늘 독서의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래서 백탑파란 말을 다시 읽으니
방각본 살인사건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습니다.
참아야지 하고 그냥 왔지만서도.


이 그림을 보고 있으니 그가 빛을 얼마나 잘 이용하는
화가인가에 대해서 감탄하게 되네요.
그의 이전에 이미 렘브란트가 존재했었던 것이
어떤 식으로든 그의 그림세계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공연히 궁금하기도 하고요.

곰브리치를 읽다보면 원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보는 행운을 누린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가 물론 나는 원화를 보았다고 자랑하려고 그런 말을
쓴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니 우리가 도판으로 보는 이 그림앞에서 느끼는
감동과 실제로 그 그림앞에서 서 있을때의 차이에 대해서
아무리 짐작한다해도
그 간격을 좁힐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만 보아도 아찔한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beyond description이란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지요.

이 작품은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본 그림인데요
그 때만 해도 네덜란드의 그림이 갖는 미술사에서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모르던 때라
베르메르,고흐,그리고 렘브란트
이 세 화가의 그림만 집중해서 보고
네덜란드의 16.17세기의 그림을 유심히 보지 못한 것이
오늘 그림을 보고 있자니 유감이로구나
하는 안타까운 기분입니다.
그러니 늘 후회는 늦게 오는 법인가요?


landscape이란 말과는 달리
townscape이란 말은 조금 낯설지요.
그런데 델프트 풍경이 바로 당대에 가장 뛰어난 도시풍경화로
뽑힌다고 하네요.
이 그림을 소재로 나온 소설이 번역되어 있으니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보고 나면
구해서 읽어보겠다고 마음에 작정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듣고 있는 음악이 끝나가고 있네요.
이제 그만 다른 일을 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