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음식을 하나 한 다음
아주머니 오신 덕분에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루쉰의 글을 읽는데
아,역시 대가는 연애편지도 이렇게 다르게 쓰나,감탄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중국의 근대사가 눈에 보이는 ,그러면서도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게 되는
한 인간의 내밀한 모습을 보게도 되는 그런 글읽기를 한참 해도
역시 차가 오지 않네요.
기다려,말아 고민하고 있는데 그제서야 버스가 옵니다.
(루쉰을 읽고 나면 소걸음으로 천리길을 가다 -정수일님의 책제목인데 갑자기 자신이 없네요.
그 책을 읽어보아야지 마음 먹고 있습니다.)
오늘 호수공원은 정말 장미가 만발해서 여기도 저기도 눈을 돌리기만 하면
장미원에 장미가 눈길을 끌더군요.
많이 찍은 사진중에서 과감하게 버린 것도 많지만
이것은 이래서 저것은 저래서 버리지 못하고 망서린 사진도 많이 있어요.
애정으로 인해서 눈이 흐려져 과감한 선택을 못하는구나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이 곳에 올려서 차선으로라도 더 보기 좋은 것,덜한 것을 이야기들어보고
그 다음에 어떻게 찍어야 하나,고민해야지 싶어서
무더기로 올려 놓습니다.

장미원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전체를 다 잡을 수 있는 역량이 모자라
반만 잡아보았습니다.

그동안 장미원에서 본 사람들중에서 오늘 인파가
제일 많은 날이더군요.
선거날이어서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장미가 핀 것을 감상하러
온 사람들때문에 그렇겠지요?

역시 빨강 장미는 어렵지만 오늘 그래도 마음에 드는
색으로 잡힌 장미입니다.


사진기를 만지기 시작한 지 반 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진 찍으면서 보냈는지
생각해보면 그런 집중이 놀랍기도하고
스스로 기특하기도 하네요.

작품사진을 하시고 싶은 분들에겐 가야할 길이 너무 멀겠지만
저는 일상을 기록하고 가끔 책을 읽다가
함께 나누고 싶은 그림이나 사진을 찍어서 올려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정도라
이 정도로도 감탄하면서 지내고 있는 중이랍니다.

아마 세월이 지나고 나서 다시 이 사진들을 보고 나면
무엇때문에 그렇게 즐거워했을까
지금 보면 결점투성이인데 그렇게 부끄러워 할지라도
지금 당장은 그냥 즐기고 싶네요.


오늘은 제 개인적으로도 참 놀라운 날이었습니다.
낮에 음식을 하나 만들고 나가서
한참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길
새로 레서피 받은 것을 해보려고 시간이 촉박한데도
마트에 들러 닭을 사들고 왔습니다.

저녁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데 학원에 간 아들이 돌아왔어요.
배가 고프다고 해서
아무래도 내일 새벽이나 아침에는 몸이 깨지 않아서
음식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니
그렇다면 하고 마음을 먹고 오밤중에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레서피대로 따라서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언제 익었다는 것을 아는가가 제겐 아직도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들에게 먹어보라고 하니 안에서 조금 덜 익은 것같다고
하네요.
그래서 기다리게 하고 다시 시간을 들여서 졸인 다음
먹도록 준비해주니 이번에는 맛있다고 먹습니다.
맛있다고 먹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서
두부를 꺼내어 지난 번에 레서피 받고 시도했을때
아이들이 간이 적당한 것 같지 않다고 한 음식을 다시
해보았습니다.

지난 번 음식을 다시 해본 것이라고 하니
아들녀석 왈 엄마,이 음식 내다 팔아도 되겠다
아니 칭찬이라고 이렇게 멋없이 하다니
처음에는 마음이 이상햇는데 어떻든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제가 슬며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승태야,공부하기 싫은 아들에게 자꾸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한다고
네가 금방 변할 것같지 않으니
엄마가 이 시기에는 그냥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몸이라도 자라게 돕고
기다리기로 했어,

요즘 잔소리를 덜하니 아무래도 많이 부드러워진
아들.,역시 우리 엄마는 착해서 좋다고
자기는 착한 여자가 좋다고 합니다.

참 이런 말을 듣고 웃어야 하나,울어야 하나
어이가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즐겁게 마무리하고
잘 수 있도록
내일 국어시간에 외워야 한다는 시를
낭송하는 것 보고 잠자라고 인사하고서
지금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 정도의 평화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이
마구 떠오르네요.

내일 아침이면 이것이 진짜 평화인지 의심하게 될 지
모른다해도
이렇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아들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