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목련입니다.
목련이 그곳에 있는 줄 1년 내내 잊고 지내다 매년 이맘때면 새삼스레 그 존재를 느끼곤 합니다.
평소엔 늘 있는 듯 없는 듯 그 곳에 서 있다가 꽃을 피워야 비로서 잊혀 지낸 자신의 존재를
잠시 드러내는군요.
그 동안 저 목련 꽃을 몇 번째 보았는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매 년 볼 때마다 이번이 이곳에서 보는 마지막 목련이려니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이 벌써 8번째인지 9번째인지 기억조차 가물거리는군요.
목련꽃을 볼때면 늘 저절로 입에선 옛 노래가 흥얼거리며 흘러나옵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 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목련의 몽우리를 본지 3일이 지났는데 어느 날 이렇게 갑자기 꽃이 피기 시작 하더군요.
아마도 이번 목련 꽃은 정말로 이곳에서의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목련일 것 같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한지 5일이 지나니 온 하늘을 꽃잎으로 하얗게 뒤덮는군요.

1주일이 지났습니다.
벌써 꽃의 기운이 없어 보이는군요.

생기를 잃은 꽃잎이 누렇게 변하고......

하얗게 하늘을 뒤덮었던 하얀 꽃잎은 하나 둘 낙화가 되어 떨어지는군요.

이제 남아 있는 꽃이 별로 없군요.
바람이 불 때마다 힘없는 꽃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밤새 바람이 많이 불었나 봅니다.
봄 햇살은 따사로운데 목련 꽃잎은 아파트 주차장 바닥에 가득 합니다.

그렇게 풍성했던 하얀 목련을 다 떨구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앙상합니다.
겨울이 다시 온 것일까요...?

그러나 나뭇가지를 자세히 보면 무언가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새 잎이 나오고 있습니다.

떨어진 하얀 꽃잎을 딛고 푸른 잎이 돋아나고 있군요.

앙상했던 가지가 이번엔 초록색으로 점점 물들어 가고, 점점 풍성해집니다.

이젠 제법 하늘을 가릴 만큼 풍성해졌습니다.
참 신기한 일 입니다.
불과 한 달 여 동안에 이렇게 큰 변화가 있었는데도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냥 그렇게 굴러가다니......
이렇게 또 한번의 봄날은 가는군요.
----강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