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이루지 못한 여우굴 찾기에 나섰습니다.
쾌청한 날씨, 봄바람의 미풍이 전신을 감싸안고 도는 계절의 여왕 5월.
라일락 향기를 흠뻑 맡으며 함께 가실까요?
그 눔의 여우굴, 여우는 과연 몇마리나 있는지?
연둣빛 실록 속에 원효봉을 오릅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신바람이 나질 않습니다.
밝은 태양과 신선한 바람이 함께하는데 가슴속은 답답하고 글루미하네요~
이런 날엔 더욱 조심해야겠습니다.
벌써 앞엔 다른 등반객이 바위에 올랐군요^^
이런 기분은 첨 있는데 바위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일단 올라서 밭은 심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한발 한발 앞으로!
그런데 여기서 오늘의 산행계획이 뒤바뀔줄이야~~
어렵사리 올라와 쉬는데 자그마한 여자분이능숙한 솜씨(발씨?)로 뒤따라 오시더군요.
"어서 오셔요!" "안녕하세요?" 이런 저런 인삿말을 교환하니 무지 사교성이 많은 분이다.
염초봉을 가는데 자일이 없다는군요 난 갖고왔으니 그럼 이 참에 염초봉 동행합시다~
의상봉도 새잎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아! 우연찮게 내 눈에 들어온 건 하얀 민들레......
저 놈 한 포기가 일만원씩 팔린답니다^^*
접사 촬영이 잘 안되었군요 쯧쯧~~
이젠 꽃 나무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지요.
원효봉 정상에서 바라본 염초.백운.만경 그리고 노적봉까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언제나 바라보아도 멋진 봉우리들.....
지나온 길의 성벽과 북문의 아취.
바위틈새에 피어난 진달래의 생명력에 감탄도 하며 헉헉~~~
바로 그 베테랑 선수께서 앞장을 서서 직벽을 오릅니다.
나도 뒤따라 오르는데 대장이 알면 야단맞겠당^^
지난번에 오를 땐 자일로 확보를 해 주었는데 오늘은 빈 몸으로 오릅니다.
어느 새 백운봉 정상에 올라 서쪽 능선 바위밑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중간에 합세한 사십대 중반의 아자씨, 키도 훌쩍 크고 몸매는 예술 그 자체라
같은 남자가 봐도 부럽기만합니다.
올라오면서 여러 가지로 도움도 받았지요~
마주 보이는 만경봉은 계속 올라야할 봉우리......
인수봉 야바위하던 때 새벽 안개속으로 보이던 만경봉이 멧 山자를 그렸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올라섰습니다.
만경봉에서 뒤돌아본 백운봉과 인수봉의 모습은 언제나 당당하지요^^*
사실 만경봉 릿지는 몹시 오르고 싶었던 곳입니다.
오봉 이후에 다른 일행들은 몇번했다는데 난 아직도........
오늘 귀인들을 만나 비디오길로 올랐습니다.
후배 대장 말로는 염초 릿지보다 쉽다고 했는데 결코 그렇지 않네요^^
오르는 길이 온통 레이백으로 이루어졌고, 초행길이어서 더욱 그런가 봅니다^^
지나온 길 백운봉과 염초봉이 빠안히 보이네요.
저 멀리엔 보현봉과 대남문이 잡힐듯 서있고~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니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신록속에 묻혀있는 도선사엔 연등행렬이 수를 놓았습니다^^
내가 초행길이라는 말에 나의 싸부님(싸모님?)이 홀드와 디딤돌 그리고 자세등을 너무나도 세세히
가르쳐주셨습니다.
오늘처럼 기분이 거시기한 날엔 조심 또 조심을 합니다.
싸부님께서 쉬어가신다는 곳엔 예쁜 소나무가 자태를 뽑내며 섰습니다.
"보은의 정이품송은 못되어도 종이품은 되겠네요"
웃으면서 종이품송으로 명명하였지요^^*
오른편으로 의상릿지와 그 너머로 비봉 그리고 사모바위도 어렴풋이 뵙니다~
예쁜 것들..........
두 팔 벌려 날아 저 신록의 바다속으로 풍덩 빠지고싶은 기분^^
아시겠죠?
만경봉의 유명한 병풍바위 뒤로 도봉산이 얌전하게 앉아있습니다.
그 앞으로는 상장능선과 영봉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고~
지난 겨울 올랐던 노적봉이 발아래로 내려다 보입니다.
무섭다던 피아노바위도 거뜬히......
어느 사이에 용암봉을 마지막으로 만경 릿지를 무사히 끝냈습니다^^헤헤헤ㅔㅔㅔ
여우굴은 또 다른 날 찾아가겠습니다. 어디 안 가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테니까요^^
오늘 산행에 처음부터 함께하고 인도해주신 싸부님의 은덕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조심하며 잘 다니렵니다.
싸부님~담에 산에서 만나면 또 한번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