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야 고마워, 아니 이게 무슨 이상한 제목인가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요즘 제 심정을 표현하자면 네이버에 사전을 만들어준 사람들의 노고가 정말 고맙다고 느껴져서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어졌답니다.
보람이가 교환학생으로 파리에
가 있었던 그 겨울, 여행을 갔습니다. 물론 미술관에 들렀고요. 퐁피두 센터의 아트 샵에서 이 책을 발견한 순간
갈등을 느꼈지요. 제목 이외에는 읽을 수 없는 책을 그것도 거금을 들여서 사야 하나, 다른 미술사 책도 많은데 왜 ?
그 날은 책장을 뒤적이기만 하다가 나왔지만 그 다음 날 루브르의 어린이 책 서점에서 또 만나자 갈등은 조금 더 깊어졌지요.
책을 사서 글을 읽지 못하는 경우란 상상해보지 못한 것이라서 망서리다가 그렇다면 이 책을 사서 읽을 수 있게 불어를 공부하면 되지
않는가, 그런 마음의 속삭임이 있었습니다. 가능할까? 과연?
의문부호가 가득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책이라서 결국 한 권 사고 말았습니다.
막상 책을 사들고 왔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도대체 사전을 어떻게 찾아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동사의 원형을 알 수 없어서 변형으로 문장에 쓰인 단어로는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는 방법을 발견할 수 없어서 고민고민하다가 그렇다면 보람이에게 부탁해서 같은 책 한 권을 구해달라고 하자
그리고 나서 불어가 가능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함께 읽자고 권하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조르바님에게 책을 한 권 선물하고 당시 정독도서관의 철학 모임에서 만나면 모르는 것을 물어보려고 했던 것인데요
몇 번 하다가 역시나 어렵다고 포기하고 말았지요.
그렇게 해서 한 구석으로 밀려난 책, 이상하게 이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에 불어공부를 해야지 마음 먹고 있던 중
길담서원을 알게 되고 서원지기님에게 불어를 공부하는 모임을 만드실 의향은 없는가 자꾸 여쭙게 되었고 그 해 가을 실력이 한참 모자라는
상태에서 어린 왕자와 철학책에서 인용한 구절을 뽑아놓은 책 한 권을 함께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당황하면서도 어렵사리 끝까지 함께 했던 한 권의 책 읽기 (사실 철학책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단어찾기도 어려워서 거의
포기한 상태로 발제자의 말을 따라가기 급급한 수준이었으니 읽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어린 왕자 불어판이었습니다.
그 뒤에 제 개인 사정으로 길담의 불어 모임에 계속 참석하는 일은 어렵게 되었지만 일산에서 불어를 도와 줄 사람을 찾다가 만난
이미원씨, 그녀의 도움과 함께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몇 명의 멤버가 모여서 계속 불어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오리무중인 것은 변함이 없었는데 여러차례 네이버 사전을 이용하면 훨씬 쉽다는 말을 듣고도 설마 하는 마음에 , 그리고 시간 날 때
짬을 내서 단어을 찾으면서 공부하는 제겐 집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불어 공부하는 시간을 내긴 어렵다는 이유로 네이버 사전을 시도해보지
못한 채 한참 시간이 흘렀지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맡은 번역이 너무 어려워서 거의 포기 상태에 있다가 그렇다면 혹시나 하고 네이버로 불어 단어를 검색해보니
이게 웬 일입니까!! 몰라서 늘 헤매던 원형이 떡하니 소개되어서 다른 단어를 쳐도 원형을 알게 되고, 모르는 문장을 검색하면
문장이 통째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어서 공부에 한 단계 진전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함께 공부하는 켈리님께 위에서 말한 책을 빌려 드렸더니 글쎄 이 책의 내용을 블로그에 번역해서 바로 바로 올리더니 다 읽었노라고
금새 돌려주는 겁니다. 그것이 자극이 되어 저도 이 책을 집에 들고와서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시작해서는 한 주일을 이리
저리 생각해도 한 장을 읽기 어렵던 책인데 세월이 무섭네요.
단어는 아직도 한참 찾아야 하지만 짧은 시간에 글이 읽히는 것이 신기해서 저절로 네이버야 고마워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은
기분이 되었답니다.
프랑스어 외에도 일본어, 스페인어, 독일어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사전이 만들어져서 얼마나 도움을 받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 작업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 마음속 깊이 축복의 인사,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네요.
책이 너무 예뻐서 처음에는 안에 단어를 적기가 망서려졌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싶어서 지금은 모르는 부분에는 형광펜으로 표시도
하고 단어를 적어넣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다 끝나면 대학교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학교 선생님을 그만두게 되면 영어 말고
새로운 언어와 만나보라고 권하는 의미에서요.
가끔은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여러가지 언어를 하느라 고생하는가, 영어와 일본어로 읽는 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은가 하고요
그런데 스페인어는 아이들과의 인연으로 ,독일어는 제자와의 인연으로 불어는 이 책과의 인연으로 이렇게 시작한 공부가 혼자서는
지속하기 어려웠겠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는 덕분에 그리고 네이버 사전의 덕택으로 ,확 실력 향상이 되어서 기뻐하는 그런 기적은
없어도 꾸준하게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은 모마의 디자인실에서 찍은 겁니다.
아마 보통때라면 들러보지 않았을 디자인 실에도 발걸음을 하게 된 것도 역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지혜나무님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지요.
이렇게 내 앞에 계기가 주어졌을 때 덕분에 한 발 내딛게 되는 것은 역시 사람과의 인연이 만드는 변화이고 축복이 아닌가
올 해에는 어떤 인연으로 또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될까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