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아니 한 열흘이 몽땅 날라가버린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마치 이런 것이 개인에게 있어서의 부활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네요.
불어수업 시작하기 전 미리 집을 나섰습니다.
오랫만에 들른 토 프레소, 이미 주인장이 감기로 몸이 많이 아팠다는 소식을 알고 있더라고요
그 곳을 지나도 시간적으로는 늘 약을 복용한 직후라서 커피 마실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오랫만에 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해서
도서관으로 들고 갔습니다.
거의 잊혀진 감각을 되살리면서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자니 정말 일상으로 돌아왔구나 고맙게도
그렇게 갑가지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들리네요. 몸이 기뻐하는 소리도!!
불어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오랫만에 뉴욕의 모마에서 찍은 건축 모형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게 된 것은 9.11 이후에 무너진 건물을 다시 짓기 위한 공모전 도안들이네요.
사실 그 자리에 가보니 이미 건물은 상당히 진척되고 있더라고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갔다가 허를 찔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역사의 현장으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닐까 막연히 혼자 생각하고 있다가 그 자리를 그대로 두기는 어려웠을까?
그런 의문부호로 돌아왔던 시간도 떠오르고요.
한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기억 다발은 다 다르겠지요?
그 일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 다친 사람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 가족관계에 상처가 깊게 패거나 오히려 그 일로 사이가 돈독해진 사람들
마음속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서 현재의 삶이 흔들거리는 사람들, 그들을 돕기 위해서 발벗고 나선 사람들, 한 사건으로 인해 생긴
나라사이의 긴장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사이에도 살벌한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고요.
그러니 그것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적인 힘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사건들
무너진 자리에 어떤 건물이 들어설지는 완성된 형태를 보지 못해서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건축책을 자꾸 보다보니 사진 찍을 때와는 다른 눈으로 도면들을 보고 있는 저 자신을 느끼겠네요.
이런 변화가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랍니다.
공모전이 열리면 얼마나 많은 건축가들이 그 공간을 놓고 생각을 펼쳐 나갈까요?
당선된 작품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건축가는 성장을 하고 그것이 남아있다가 언젠가 실현할 공간을
착기도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도 요즘 계속 만나고 있는 안도 다다오의 책을 통해서 제게 들어온 생각들이랍니다.
그것은 건축가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 시간 같은 곳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었던 시간이 기억납니다.
낮 시간에 맑은 머리로 , 회복된 몸으로
음악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사진을 정리하고 앉아 있으니 이런 일상이 참 고맙구나, 정말 고마워
앞으로 너 자신을 조금 더 소중하게, 이제 몸이 회복되었다고 다시 몰아치지 말고 조금은 게으르게 살도록 해봐
그리고 조금은 속도를 낯추고 살아봐 그렇게 제 자신에게 충고하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언제까지 이런 약속을 기억하면서 살게 될지는 몰라도 한동안은 조금은 조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