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뮤지움에 가서 그림만 보고 나왔을 겁니다.
그런데 26일, 모마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3층에 가보고 싶어진 것은 일년동안 도서관에서 만나면서 영향을 받게 된
지혜나무님 덕분이었습니다. 그녀가 늘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건축사를 특강 형식으로 두 번이나 강의를 해주었던 점
그리고 자신의 전공인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 이야기해준 것등이 제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그 곳에 가보고 싶어졌지요.
26일에는 카메라의 충전이 끝나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27일에 다시 갔을 때 이왕이면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건축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소정이에게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찍었습니다.
문제는 그때까지만 해도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이름이 거의 없어서 지금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아쉬움이 가득하네요.
그 때 미리 건축사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갔더라면 하는
20세기 건축의 거장 세 사람을 들라 하면 그 안에 이름이 꼭 낀다는 미스 반 데어 로에
그런데 처음 이름을 들을 때는 미스라니, 독신여성이었나 (철자를 보기 전에 ) 이런 재미있는 오해를 했던 건축가였던 기억이 나서
혼자 웃게 되네요.
2012년 제게 가장 큰 변화는 건축에 관한 책을 강의를 듣기 위한 의무가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저절로 읽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이런 저런 책을 구해서 읽기도 하고요. 그리고 상상을 합니다. 공간에 대해서, 내가 살고 싶은 공간
여럿이 모여서 공부하고 음악회도 하고 음식도 나누고 삶도 나눌 수 있는 공간에 대해서도요
오늘 참석하면 4번. 다음 목요일이면 현대 건축사 함께 읽기가 끝나는군요.
건축사 정리를 못한 이유중의 하나는 현대 건축에 대해서 들은 말은 너무 많고 그것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모마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해서 함께 올리려고 했지만 그림을 찍은 사진이 한없이 남아서 그것을 마저
정리하고 나서 사진을 하고 미루다보니 벌써 건축사가 끝나가는 실정이라 오늘 아침 마음먹고 건축관에서 본 사진을 정리하기
시작했지요. 역시 이것도 만만한 분량이 아니네요.
그러고 보니 제겐 이렇게 건축에 관한 전시에 가서 사진을 찍고 신기한 마음으로 둘러보고
이 사람이 궁금하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어서 참가한 것이 처음이로군요.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날이기도 했었답니다.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돌아오고 나서 다시 보기 시작하는 것과 미리 준비하고 눈이 밝아진 상태에서 보는 것하고
어느 것이 더 좋은 방식이라고 일방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요. 그래도 다시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건축관에 가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관람객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그 곳에 들어갈 때만 해도 지혜나무님에게
강의자료의 보조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던 터라 자발적으로 이 곳에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모자랐던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모르는 상태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작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사진을 정리하고 나서 찾아볼 기회가 생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