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식당에서 성게국으로 점심을 먹었는 데
맛은 그런대로 괜챦았지만, 유명관광지여서 인지~
가격에 비해 밑반찬등이 너무 초라하더군요~
오히려 성게비빔밥을 먹을껄~~! 후회좀 했슴다...ㅠㅠ
사진찍는다고 시간허비를 많이 한 탓에
나머지 구간은 좀 빨리 걸기로 하고 송악산을 올랐습니다.
구름이 아주 멋진 날이어서 짙푸른 바다위를 떠가는 여객선과
어우러지는 하늘이 그냥 바라만 보기에도 좋았어요~
그동안 걷던 길중 이 길은 산길이어서 인지 가파른 길도 만났으며,
그 길을 걸어 넘으니 퇴적암과 갈대와 산방산의 그림같은 풍광에
감탄사는 절로 절로 나오더라구요~ㅋ
송악산 해안쪽으로 길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나무밑에는 산국이 지금이 겨울맞나 싶게스리
만발하여 국화향을 내뿜고 있었으며~
우람직한 바윗돌을 감싸고 걷다가....
뒤돌아보면 산방산은 말없이 서서 오고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었고~
송악산 전망대를 오르니
하늘 가득 구름사이 빛내림으로 바다는
멋진 영상으로 우리를 홀리며 환호를 내지르게 하더라구요^^
빛내림을 넋잃고 한참을 바라다 보다가
이젠 송악산을 넘어 내려 갔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까지도 마음에 풍요로움을 더해 주었고~
연인들의 다정스런 모습을 느긋한 시선으로 바라다보며....
놀멍 쉬멍의 올레길을 걷습니다.
이제 바닷길을 낀 산길을 건너
자그마한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제주올레 10코스는 빼어난 풍광으로 유명해졌는 지
평일에도 올레길을 걷는 많은 사람을 만났답니다.
산길로 이어진 그 길에는 말들의 목장도 있으며
그 너른 풀밭을 가로질러 조그만 봉우리로 연결된 나무계단을
걸어 올라 내려가니 너른 길에 솔잎이 포삭하게 깔려 있어
걷기가 어찌나 편하던지요^^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니
송악산을 한바퀴 돌아 내려오게 되며
입구에 있었던 불란지펜션이 보이더라능~~!
그곳에서 함께 걷던 일행중 다향님이
먼저 가야할 일이 생겨 아쉬운 이별을 하고는...
물봉선님과 둘이 걷게 되었답니다.
아직도 간간이 바다위로는 빛내림이 계속되어
눈을 호사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너른 밭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우리는 셋알오름을 호젓하게 걸어 올랐는 데
여기서부터는 올레꾼들이 눈에 띄게 줄더군요~
그러고보면 올레길을 완주하는 사람은 몇 안되는 듯 싶더라구요~
여기서도 일제의 잔재~ 고사포를 설치했던 역사의 아픔을 만나게 됩니다.
일제가 남기고 간 침탈의 흔적을 가장 원형 그대로 볼 수 있어 살아 있는 역사교육의 현장입니다.
조그만 셋알오름의 숲속길을 걸으며 잠깐 아픈 다리도 쉴겸 차 한잔 따끈하게 하고 걸어 내려가니~
섯알오름에 4.3 학살터와 그 비극의 현장인 백조일손지묘가 눈앞에 펼쳐 집니다.
비행장 탄약고로 사용됐던 이곳은 1950년 8월 예비검속을 실시하면서
경찰과 군인이 무고한 마을주민 252명을 학살해 매장한 장소이라네요~
이후 출입통제구역으로 묶여 있다 1956년 후손들이 132구의 시신을 수습하였고,
하지만 시신을 구별할 수 없어 ‘조상이 다른 132명이 죽어 뼈가 엉켜 하나가 됐다’고 해서
‘백조일손지묘(百祖一孫之墓)’라고 이름 붙여졌으며
지금까지 발굴된 시신은 212구. 일본 패전 이후 미군이 탄약고를 폭파한 잔해가 입구에 남아 있답니다.
무고하게 목숨을 빼앗긴 영령들에 묵념을 올려 봅니다.
누구를 탓해야는 지? 참으로 가슴아픈 현장이네요~~ㅠㅠ
가슴아픈 역사의 추모비를 둘러 보고 걸어 나오니~
알뜨르비행장이 너른 들판에 펼쳐졌습니다.
1945년 무렵에 원형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구축된 고사포 진지로,
5기의 고사포 진지중 2기는 완공되고, 나머지 3기는 미완공된 상태로
일제 강점기의 일본군 군사시설의 하나로 태평양전쟁 말기, 수세에 몰린 일본이
제주도를 저항기지로 삼고자 했던 증거을 보여주는 시설물이라네요~~
그 경비행기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알뜨르...는 아랫쪽 들판이라는 제주도 사투리로서
이 비행장 인근에는 대공표진지 4개소와 방공호 2개소 격납고 20개소
어뢰정보관소 15개 지하벙커들이 흩어져 있다 합니다.
그 역사의 비극들을 산방산과 한라봉이 말없이 지켜 보고 있었겠지요?
그러고 보니 올레10코스는 풍광도 빼어 나지만
그 아름다운 풍광을 껴안고 역사의 슬픔마저도 품은
아주 의미있는 산방산을 돌고 도는 올레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른 밭들이 즐비한 모슬포의 한켠에서는
감자를 수확하고 있었지만,
그 반대편 길가에는 심어진 무우를 그대로 엎어버린
농가의 아픔이 서려 있더군요~ㅜㅡ
농부의 아픔이 고스란히 배어진 무우밭을
가슴아프게 바라다 보았습니다.
땀흘리고 열심히 사는 농부들이 잘 살게 될날은 언제일 지?
그런 희망찬 앞날을 간곡히 빌어 봅니다.
그렇게 가슴아픈 농토길을 걸어
하모해수욕장으로 지나는 길 다시금 빛내림의 환상의 몇컷을 담고는~
겨울바람이 유난히도 매서운 모슬포항을 지나
드뎌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무렵에, 올레 10코스 종점엘 당도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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