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한 해에 세운 계획의 거의 대부분을 혹은 그 이상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고 있습니다.
왜 그런 일이 가능한가? 생각해보니 현실적인 계획에다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보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탄력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12월 첫 날을 열면서 생각을 합니다. 얼마나 고마운 인생인가 하고요,
올 한 해의 일 중에서 가장 뚯하지 않게 시작했으면서 에너지를 담뿍 주는 일이 바로 배드민턴을 치게 된 것입니다.
우연히 윤교가 한 말, 선생님 배드민턴 칠 줄 알아요? 에서 시작한 배드민턴 치기는 목요일 저녁 수업이후의 공원에서 여러 아이들과
어른들과 더불어 하는 즐거운 놀이로 시작해서, 이제는 낮시간에도 시간을 내어서 치게 되기도 하고, 날씨가 추워지자
실내 코트를 소개받아 실제로 가보기도 했습니다.
정발산의 코트에 가보니 거기에도 한 세계가 오롯이 들어있더라고요.
낮시간에 모여서 묘기라고 생각될 정도의 기량으로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조금 지나니 주변을 잊고 함께 간 파트너 arhet님과 몰입하면서 땀흘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부터 회원 가입하고 활동하는 것은 잠깐 유보하고 12월 한 달은 시간날 때마다 가서 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한 다음
바닥이 고무인 배드민턴화 착용이 필수라고 해서 신발도 장만한 상태입니다.
3월부터 마음 먹고 시작한 바이올린 레슨,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박자를 맞추기가 어렵고 곡을 연습하고 나면 늘 마음에
들지 않는 완성도로 고민하고 ) 스즈키 2권의 마지막 곡을 연습하는 중입니다 .어제 레슨을 받다가 소리가 더 좋은 악기를 구입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것을 마음 바꾸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대신 잡고 연주하던 내 바이올린이 내는 소리, 아니 이럴 수가
이런 소리가 가능한 바이올린이라면 훨씬 기량이 좋은 사람이 켠다면 어떤 소리가 가능한 것일까, 물론 상한선의 소리는 있겠지만
아직도 나는 내 악기의 최선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인데, 소리 좋은 바이올린만 타령하고 있었구나 갑자기 눈이 확 떠지는 기분이더라고요.
지금 렛슨을 받으러 가는 곳은 동네 피아노 학원인데 그 곳에서 요일별로 다른 악기도 레슨을 하고 있는 중인데요
내년부터 이 주일에 한 번만 피아노 레슨을 받을 수 있는가 어렵사리 원장님에게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그리고 바이올린을 이미 배우고 있으니 조금 저렴한 비용으로 배울 수 있게 해주겠노라고, 시간도 조절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선의를 보여주시더라고요.
동네에서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되었고, 함께 공부하는 어른들, 아이들, 그 아이들의 동생들, 동네 사람들과 더불어
음악회를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 2011년.
운동의 근육도, 음악회를 할 수 있는 기반도, 그리고 악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함께 모여서 상시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멤버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링구아 포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계획이 눈앞에 가까워진 느낌이 든 한 해, 불어, 일본어, 스페인어, 그리고
독일어를 함께 할 멤버들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그 모든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 가지러 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이? 한 개인이 자신의 삶속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일들과 분리되어 살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새삼 느끼게 되는 날,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정하지 말고, 조금 더 손 내밀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날이기도 하네요.
(함께 본 그림은 점묘화라고 클릭하고 그림을 보다가 만난 앙리 에드몽 크로입니다 henri-edmond cro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