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지난 음악회 이후에 처음으로 셋이서 모여서 첼로, 두 대의 바이올린 연습을 한 날입니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세 장의 음반을 소개받았는데요
하나는 카잘스의 베토벤 연주, 다른 하나는 요 요마의 탱고 모음곡, 그녀가 첼로를 연습하는 중이라서일까요?
아니면 원래 첼로 음을 좋아해서 첼로를 선택해서 배우게 된 것일까요? 그녀에게 가면 첼로 음반이 계속 나와서 신기하더라고요.
마지막 한 곡이 바로 지금 듣고 있는 밥 말리입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곡이 들어있어서 구했다는 live 음반, 제게도 밥 말리 음반이
딱 한 장 있지만 그래도 자주 듣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이런 계기가 있어서 연습이 끝나고 와서 처음으로 듣게 된 것이
밥 말리인데요, 다른 연주자들의 곡은 일상적으로 자주 듣는 곡이라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낯선 곡이라서 손이 가는
그런 현상이 재미있네요.
한 사람과 만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요즘 많이 생각하게 되네요.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 읽고 있는 책, 관심있게
하고 있는 일들, 이루지 못해서 아쉬워 하는 것들, 그리고 가고 싶은 나라, 가 본 나라, 혹은 지역, 이런 이야기도 듣게 되고요
그녀가 알고 있는 멋진 친구를 소개받기도 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보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저런 일들을 통해서 한 사람과의
만남이 우리의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그런 것에 묘하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교회에 다니는 분이 바이올린 선생님인 희영씨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그 선생님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팀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덕분에 새로 시작한 찬송가 한 곡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막 받은 악보, 아직은 낯설지만 들어 본 노래라
저도 연습해보려고 일단 들려달라고 했습니다,귀로 들어보면 낯설어도 연습하기가 훨씬 수월한 법이니까요.
그리고 나서 오늘 서로 소리를 맞추게 된 것은 바흐의 미뉴에트 세 곡입니다.
내년 여름 음악회에서는 매들리로 이 세 곡을 연주해보자고 미리 정하면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이런 작은 기회가 연습을 활기차게 하고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가면서 연습하는 시간의 밀도가 얼마나 기분좋은가 하고요!!
저음을 잡아주는 첼로가 있어서 훨씬 풍성한 음, 안정된 음으로 연습 가능한 것도 고맙게 생각하게 있습니다.
그녀가 내는 소리가 안정되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감이 더 좋은 사람이 있어서 바쳐주는 덕분에 안심하고 연습 가능한 것도
행운이고요.
밥 말리의 노래와 함께 본 그림은 뷔야르였습니다 .
보나르와 더불어 나비파 ( 나비란 히브리어로 선지자란 뜻이라고 하네요 ) 의 양대 화가로 알려져 있는 뷔야르
그의 그림의 색상이 묘하게 사람을 자극하는 느낌이어서 언뜻 보면 정적인 색감이어도 이상핫게 밥 말리의 노래와 어울리는
화음을 내고 있어서 그림 보는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