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이한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진중권과의 공저 천천히 그림읽기에서입니다.
이력이 특이해서 우선 눈길을 끌었던 사람이었지요.
독일로 유학가기 전 심리학을 공부한 뒤 노동자 문화 단체에서 가수를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훔볼트 대학에서
공부한 것이 미술과 젠더학이라, 그러니 그녀가 누군지 무슨 글을 쓰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천천히 그림읽기를 만난 뒤 잊고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된 것이 위험한 미술관이었지요.
이 책은 공저가 아니라 단독으로 쓴 글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구해서 읽은 책, 이 책에서 카라바지오와 프리드리히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 를 설명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림속에 갇힌 남자, 남성다움이 시대에 따라서 어떻게 변하고 그것이 그림에 어떤 식으로 투영되는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책읽기였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곤 이 저자에 대해서 잊고 있다가 어제 교보문고에 갔다가 다시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뉴욕 여행을 앞두고 많은 책을 이미 읽었기 때문에 보통의 저자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인데 저자가 조 이한이란 것에 눈길이 가서
책 진열대에 서서 조금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서서 읽고 말 책이 아니더군요.
표지에 있는 척클로스가 우선 인상적이었고 그녀가 책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화가들중에 모르는 사람들도 간혹 있어서 흥미를
자극했습니다.
금요일 하루의 일과가 다 끝나고 음악회가 없는 날이라 미야님과 둘이서 소문에만 듣던 신사동의 audio cafe fly with the wind
에 갔었습니다.
소리가 좋은 스피커가 여러 대 있다고 해서요. 처음에는 이야기 하느라 한참 시간이 지났지만 여기까지 와서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싶어서 음악들으면서 책을 읽기로 했는데 그녀에게는 새로 산 강신주의 제자 백가의 귀환1 철학의 시대를 건네주고
저는 뉴욕의 예술찾기를 집어 들었지요. 역시나 재미있는 글이라서 늦었으니 가자는 말이 나와서야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시간내내 함께 한 음악의 저음마저 잘 들리는 소리에 언젠가 이 곳에 느긋하게 시간을 내서 다시 오고 싶더라고요.
결국 지하철에서, 그리고 집에 와서 마지막까지 다 읽고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날개를 들추어 보니 혼돈의 시대를 기록한 고야도 그녀의 책이로군요. 아이세움의 이 시리즈는 하나 하나가
보석같은 글이어서 어른이 미술에 입문하기에 오히려 더 좋은 책들이랍니다.
출간되었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 베를린에 가보지도 못하는데 읽으면 공연히 마음만 들락날락할 것 같은 생각에 미루고 있었던 이 책도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