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서의 100일 잔치를 하고는 거의 곧바로 아픈 바람에 한동안 제대로 꾸준하게 나가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그러자 오랜만에 만난 체력단련장의 사람들이 아니 백일떡만 내고 벌써 슬럼프에 빠진 것인가 하고 한마디씩 하더라고요.
물론 슬럼프에 빠진 것은 아니어도 한 번 못 나가니 관성의 법칙이라고 할까요? 마음은 있어도 몸이 벌떡 일어나게 되지 않는
묘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에 힘내서 갔지만 화요일에는 다시 주저앉고 말았는데요,이렇게 하면 곤란하다 싶어서
오늘은 콧물감기가 시작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러 갔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몸이 받쳐주는 한도내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배드민턴 치고 오면 되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막상 코트에 가니 바람이 부는 겁니다. 어떻게 하지? 다시 체력단련장으로 들어가야 하나, 순간 망서렸지만 그동안
몇 주에 걸쳐서 즐겁게 연습한 덕분인지, 아니면 바람이 덜 한 덕분인지, 바람속에서도 재미있게 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함께 하는 파트너의 실력이 좋은 것도 한 몫 단단히 하는 것이지만요.
그런데 오늘 인상깊었던 장면은 할아버지와 손주가 나와서 연습을 하는 겁니다. 보기 좋은 광경이더라고요.
한참 재미있게 연습하는 중에 초록별님이 들렀습니다. 연습하는 중인가 보러 왔다고요. 그래서 체력단련장의 실장님에게도 연락해서
복식을 치게 되었는데, 역시 단식과는 다른 맛이 있어서 그것도 즐거운 시간입니다.
탁구도 그렇고 배드민턴도 그렇고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상대방과 맞추어서 그저 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조금은 더 익숙한 제가
지난 토요일 스페인어 교실 끝나고 남자 아이들과 함께 쳐보니 그렇게 정직한 공이 꼭 좋은 것이 아니로구나, 예측가능해서 상대는
시시하고 재미없게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렇구나,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조금씩 길게 가고
상대방도 재미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량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걸어다니는 거리, 혹은 조금만 차를 타고 가면 뭔가 즐거운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서
사는 일의 즐거움, 고마움을 가득 느끼고 있습니다. 이 가을에
물론 일산에만 그런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은 아니겠지요?
소리내어서 무엇을 함께 하자고 자꾸 이야기하다보면 옷에 가랑비가 스며들듯 그렇게 조금씩 사람들의 공감이 커진다는 것을
실제로 느끼게 되네요.
중요한 것은 미리 실망하지 말고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하다 보면 공명이 생기고, 공명이 공명을 부르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게해도 무엇에 쓰는가,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디에 실용적인 쓸모가 있는가 하고 묻기도 하고요.
그런데 과연 우리의 삶이 실용적 쓸모만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 그 순간의 살아있다는 실감이야말로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순간의 즐거움은 아주 소중하게 느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