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육 In the Hell.

| 조회수 : 4,912 | 추천수 : 1
작성일 : 2020-05-09 07:39:38
시작은 돼지 목살 덩어리였습니다. 

큰 목살을 돈까스용으로 다섯개 쯤 썰어 칼집 내다가, (= 칼집 내기 귀찮...) 
마구 썰어 제육볶음을 하기로 급 선회 하였습니다. 

제육쯤이야 인터넷에 쉬운 레시피가 많겠지 훗? 하는 어줍잖은 마음으로 
차 모 배우의 제육볶음 레시피를 찾아 보니, 
밑간 대충 버무려놓고(?) 나중에 고추가루와 간장을 넣으라고 하더군요. 

식구들을 다그쳐 마늘을 까고 빻아, (그냥 깐마늘 사 둘걸...)
고기와 양파에 잘 버무려 숙성시킨 후 (= 냉장고 구석에 처박아 두고 까먹음) 
 
저녁에 야심차게 볶아 보려 꺼내어 보니,고기가 희멀건 해서
고추가루를 넣어야 겠구나.. 싶어 고추가루 병을 꺼내들고 

아~~~무 생각없이 고추가루 병을 탁 치니 
억~ 하고  주먹만한 고추가루 덩어리가 툭 떨어집니다. 

고기에 비해 고추가루 양이 많아 보였지만  물 부우면 괜찮을 것도 같아 일단 볶습니다.

몇 번 뒤적이는 와중에 퍼져나오는  매캐함에 모두들  화생방 훈령병 마냥 켁켁댑니다.
더 이상은 무리다 싶어  창과 문을 모두 열고 양팔을 벌로 바람을 맞아 봤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일단 물을 바가지로 부었습니다. 

하나 집어 맛을 보려다 무서워서 내려 놓고 냉장고에 있는 미니 당근을 한 봉 뜯어 털어 넣었습니다. 
야채로 중화시켜 보려는 속셈이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제육볶음에 통째로 들어간 미니 당근은 정말.. 맛도 없네요. ㅠ.ㅠ

그래도 배고픈 자들은 밥을 방패 삼아 꾸역 꾸역 저녁을 먹고, 
오늘은 우유가 특히 맛나는 날이라며 앞다투어 우유를 마셔댑니다. 
이렇게 또 한끼를 보냅니다. 

아래 사진은 최대한의 보정으로 밝게 나온 사진입니다. (구글 자동 보정. 칭찬합니다.) 
실물은 지옥의 화탕도와 비숫한 거무튀튀한 붉음 입니다. 상상만 하세요. 
제육 in the hell..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NGNIA
    '20.5.9 7:43 AM

    오늘의 교훈을 빼먹었네요.

    1. 돼지고기는 돈까스가 진리.
    2. 고추가루는 꼭 수저로 떠서 넣자.
    3. 못 하는 요리는 사다 먹는 것도 좋다.

  • 2. 테디베어
    '20.5.9 8:29 AM

    그래도 너무 맛있게 보입니다^^
    화생방훈련 하셨네요.
    제육볶음 다시 도~~전!!
    교훈도 넘 재밌습니다.

  • 3. 롤링팝
    '20.5.9 9:57 AM

    착한
    가족분들~~
    설사♡♡♡

  • 4. 롤링팝
    '20.5.9 9:58 AM

    매우면~
    배아파요~~
    빨간고기 ~우유~설사♡♡♡
    우리집 공식 입니다

  • 5. 블루벨
    '20.5.9 3:38 PM

    글이 너무 재미있어요.ㅎㅎ
    안타까워 하면서 '고춧가루 덩어리 얼른 수저로 걷어내세욧!' 혼자 말까지하면서 막 읽었는 데
    그냥 하셨군요.ㅋ

  • 6. 월요일 아침에
    '20.5.9 3:47 PM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 읽고 아래로 쭉 내려오니 맞춤 광고에 제육볶음 색깔의 빨간 원피스 광고가 나오네요. ㅎㅎ

  • 7. 초록
    '20.5.9 5:19 PM

    ㅋㅋ
    맞아요

    뭔 근자감으로
    간장 휙~~짜요ㅠ

    계량스푼의생활화 ㅎ

    밥비벼먹음 괜찮지않을까요?^^

  • 8. albireo
    '20.5.9 11:19 PM

    여기 키친토크에 나온 목살 요리 해먹고 반했지 뭡니까.. ㅋㅋ
    내용은 일단 팬에 목살들을 겹치지 않게 잘 편다. 거기다가 냄새 잡는 각종 향신료(생강가루, 맛술, 마늘, 후추 등 있는 것으로) 때려 넣는다. 뚜껑 덮고 익히고 다 익으면 마무리로 간장과 올리고당이었어요. 두번째 해먹을땐 거의 다 익을 시점에 양파도 넣어보고 했는데 어떻게 해도 너무 간편하고 맛있더라구요. 힘드시면 그 요리라도..(핸드폰이라 링크를 못걸겠어요. 초간단.. 뭐 이랬던 것 같아요.)

  • 9. 민서네빵집
    '20.5.11 10:34 PM

    확 밋나보입니다. 맥주 못하는 사람도 확 끌어당기는 그런 맛!

  • 10. 솔이엄마
    '20.5.13 4:10 PM

    ㅋㅋㅋㅋ 글이 참 재미있어요~^^
    제육볶음 사진은 입안에 침이 돌 정도로
    매콤하고 먹음직하게 보여요^^
    다음엔 어떤 요리를 보여주실지 기대됩니다~♡

  • 11. NGNIA
    '20.5.18 3:05 AM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침 목살이 생겼으니 albireo님 레시피로 오늘 도전해 볼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3 ··· 2024.11.18 7,641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28 Alison 2024.11.12 11,239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9,182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7,322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7,889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205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322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663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232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260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9,882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090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441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00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102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040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9,971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598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412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5,967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27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148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00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777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412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374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446 3
41059 딸들에게온 가을소식(명절 과 생일을 지내는 유학생아이들) 12 andyqueen 2024.10.14 6,717 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