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
집 뒤에 심어놓은 빼곡한 두릅나무 아래로 달래가 많이도 나왔습니다.
여느 곳의 달래라면 손으로 슬슬 뽑고 털고 하면 잘도 나오는 것 같았는데.
추운동네에 사는 달래는 호미로 땅을 한참 파야합니다.
낭군 왈, 삽으로 떠서 떨어야 한다는 표현을 하더군요.
추운 겨우내 뿌리가 얼어 죽지 않으려면 땅 깊이 들어가 있어야하겠지요.
딱 요즈음만 캐어 맛볼 수 있는.
마늘처럼 매콤하면서도 양파처럼 싸~ 한 맛.
달래...
오늘 우리집 저녁반찬으로 올랐습니다.
집 주변 휘~ 둘러보고 마련하는 봄기운 제대로 받는 초간단? 달래무침.
슬로우푸드라는건 이런 거 아님?
장갑준비, 호미준비, 뒷마당에 가시두릅 요리 조리 피해가며 호미질 시작 곰취도 보이고 나물취도 보이고..삼겹살 굽는날을 꼽아보며 달래만, 오늘은 달래만...
땅을 깊이 파다보니..후덜덜...뱀사촌쯤 될것 같은 두께 0.8센티의 지렁이도 인사해주고..ㅋㅋ
침 한번 삼키고 다시 땅을 팔 생각을 접고 오늘은 이만, 그래 이만큼이면 한 접시는 족히 될꺼야.
시집 온지 9년,난 아직...시골녀가 덜 되었나보다..벌레..지렁이..아직도 적응 안 됨...
달래나 어떤 나물이나..캐고, 꺽고, 뜯는건 재미로 한다지만..실로 그 뒷손질은 배로 시간이 걸린다. 손 느린 나, 하염없이 앉아서 짚 풀 걷고 흙 털고.
점점 예뻐지는 녀석들 시원하게 목욕도 시켜주고,
너무 길 것 같아서 좀 썰어도주고,
들기름, 고춧가루, 설탕, 집간장, 간장, 지난 가을 대려놓은 멸치액젓 쬐금, 통깨.. 슬슬 무쳤어요.
맛은요... 산의 맛이 난다고 하면...강한 맛, 순화되지 않은 맛, 마늘처럼 맵고, 양파처럼..달달 쌉싸래한 맛, 보리밥과 비벼먹음 잘 어울릴듯한 거친 맛.
산이...제게 봄이 왔다 속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