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뒷베란다에 놀고 있는 감자 약 1kg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만들었던 뇨끼.
사실, 그 전날 기대하고 갔던 이태리 식당에서 시켜 먹을려다 라비올리랑 다른 거 시키는 바람에 못 먹었죠. 근데 문제는 그 식당 두 번 가고 싶진 않았다는 거. 다시 갈 일은 없을 듯 하여 결국은 자급자족하기로 결정. (아니, 음식 맛은 그럭저럭에 이 동네서 라비올리랑 수제 파스타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분위기가 영~~ 아니었어요..ㅡㅡ; 그 분위기 상쇄시킬 정도로 음식 맛이 아주 뛰어 났던 것도 아니고)
집에서 만들 때의 장점은 재료를 아낌없이 쓸 수 있다는 거!
먼저 감자를 오븐에 잘 구워서 뜨거울 때 체에 통과시켜서 포슬포슬하게 만듭니다! 숟가락으로 으깨는 건 비추. 눈이 굵은 체에 통과 시켜서 떡지지 않고 포슬포슬한 상태를 유지해야 밀가루랑 잘 어우러져서 나중에 입안에서 살살 녹는 뇨끼가 됩니다. 바로 밀가루 섞지 않고 15분 쯤 그 상태로 식히는 게 좋아요.
+ 감자는 삶아도 되긴 하지만, 역시 굽는 걸 추천.
소금 1티스푼하고 밀가루를 넣어서 반죽하는데, 저는 여기에 파마잔 레지아노를 듬뿍 갈아넣었습니다. 좀 비싸긴 하지만 한 덩이 사두면 여기저기 쓸 데가 많은 아주 맛있는 치즈. 감자 1kg 기준으로 밀가루 1 + 1/4 컵 정도 들어갔나요. 상태 봐서 더해주거나 빼주거나...
나머지는 길게 막대 모양으로 뽑아서 칼로 썩둑썩둑 썰어서 포크로 눌러서 모양 내준 다음 소금을 넉넉히 친 다량의 끓는 물에 10~20 개 정도씩 살짝 데쳐주면 끝. 처음에 반죽을 넣으면 가라앉지만 익으면 곧 떠오릅니다. 그 때 건져내서 물기 뺀 다음 바로 먹을 거 빼고는 몽땅 얼려버렸어요. 한 번 잔뜩 만들어놨다가 냉동시켜두면 생각날때마다 그때그때 소스만 만들면 되지요.
소스를 뭘로 할까 하다가 마침 생크림 들어온 것도 있고 해서 리치 베샤멜 소스를 만들기로.
양송이도 조금 섞었지요.
우유와 양파 다진 것, 타임 약간, 월계수 잎 한장을 우유에 넣고 중간 불로 끓기 직전까지 둔 뒤, 불 끄고 15분 정도 방치. 그 사이에 다른 팬에 버터에 밀가루를 볶아서 위의 우유를 넣고 걸쭉해 질 때까지 긇인 뒤, 소금과 생크림으로 마무리. (생크림은 안 넣어도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들어둔 뇨끼를 섞은 뒤, 접시에 옮겨 담고 파마잔 레지아노와 통후추를 잔뜩 갈아서 얹으면 끝.
이태리식 감자 수제비라고도 할 수 있지만 수제비와 달리 굉장히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이 일품. 밀가루 양을 좀 더 늘리면 쫀득한 맛이 늘어나지요.
데보라 메디슨의 'Vegetarian Cooking for everyone'을 참조해서 만들었는데, 처음 만들었봤던 뇨끼보다 훨씬 낫습니다. 포인트는 역시 감자와 밀가루가 잘 어우러져야 하는 거였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