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일 년에 눈구경 한 번도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은 곳입니다.
아마도 추적추적 겨울비라도 내릴 모양이예요.

작년 곶감이예요.
곶감은 설이 지나면 분이 피기 시작한다는군요.
전 왠지 곶감에 분이 없으면 맛이 없게 느껴집니다.^^;

해마다 시댁의 고동시로 곶감을 만들곤 했는데
올해는 이른 서리로 감이 모두 얼어버려 시댁도 곶감을 못만드셨다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대봉감으로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대봉감 세 상자에서 작은 것으로 골라 깎아보려고 했는데
모두 남자 주먹보다 커서 80개 정도 깎고 말았어요.

지금은 한 달 정도 지나서 많이 마른 상태긴 하지만
워낙 감이 커서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요.


늦가을 어느 날 남은 단풍이라도 볼 생각에 떠나봤는데
산사는 겨울이었어요.
청도 운문사의 저녁 예불시간 법고 울리는 모습과
저녁공양을 준비하는 정갈한 부엌의 모습입니다.



가는 길에 한재 미나리를 사와
겉절이에 부침을 해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디너롤에 로즈마리 쫌 따서 뿌리고 소금도 살짝 뿌려서
따끈할 때 먹으면 그냥 디너롤이라고 부르기엔 좀 아까운...^^;

아이가 육개장을 좋아한다는 것을 몰랐었답니다.
어느 날 학교급식의 육개장 메뉴를 보고 기대했었는데
맛없어서 실망했었다는 말을 듣고 한~냄비 끓여서 먹였습니다.

브라우니를 너무 좋아해서
제가 칼로리 엄청 나다고 경고를 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답니다.
'엄마,오빠도 대학가니 살 빠졌다고 살에 신경쓰지 말고 먹고 싶은 것 먹으라고 했잖아?'
무슨 말을 못해요~ -.-;

치즈라면 사족을 못쓰는 딸래미를 위해 추운 어느 날 치즈퐁듀를 준비하고 있었더니
친구에게 문자를 해서 오라고 했다네요.
'울 엄마 치즈퐁듀 만든데 빨랑 와~'

모양새 구기지만 아직 워머를 장만 못해서
불을 켰다 껐다 하면서 온도조절 했습니다. -.,-;

치즈 누룽지 서로 긁어 먹으려고...ㅋㅋ

커가면서 식세계가 점점 제가 범접할 수 없게 멀어지는 딸은
'스테이크 먹고싶다....속이 안익은 거 있잖아.엄마.그거~~'
피 뚝뚝 보이게 레어로 익혀진 고기가 먹고 싶다며 군침 삼킵니다.

캬라멜 라이즈드 어니언에 고르곤졸라치즈를 넣어 만들어 준 스테이크.
만족하니?
남은 소스는 파스타에 버무려 달라더군요.^^;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 시금치 나물이라는 남편 때문에
겨울이면 매일 끼니 때마다 무치는 시금치입니다.
밥지으면서 밭에 나가 얼른 한 주먹 캐어와서
끓는 물에 인사만시켜 딱 한 줌만 무쳐요.

좀 귀찮긴 하지만 먹을 때마다 새로 무쳐줍니다.
좋아하는 것이 쉽고 소박한데
맛있게 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

12월에 들어섰으니 크리스마스빵인 빠네토네도 구워먹고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양이 많은 땅콩버터 처리용으로
땅콩버터 쵸코칩쿠키 구웠더니
왠지 추억으로 젖어들게 하는 그런 맛~~이라서 혼자 이런 저런 옛생각도 했답니다.

한 번 사면 처리못해 고민인 것 중의 하나인 사워크림,
역시 사워크림 처리용으로 만들어진 사워크림 케이크였는데
커피랑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어서
이젠 이 케이크를 굽기 위해 사워크림을 사게 될 것 같아요.

집에 워낙 카스테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하도 구워대다 보니 이젠 덕분에 달인이 될 지경입니다.
혼자 한 판을 다 먹어요.
반 판은 그냥 앉은자리에서 먹고
제 눈치를 슬쩍 본답니다.

그 동안 안해본 레시피가 없었던 것 중의 하나가 카스테라 였어요.
이상하게 치즈케이크와 카스테라 같은 클래식한 베이킹이 때론 가장 어렵더라고요.
어쩌면 이것이 바로 책을 보고 배운 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1.박력분으로 굽는 레시피
2.정종과 꿀을 넣는 레시피
3.노른자를 많이 넣는 레시피
4.오일이나 버터를 넣는 레시피
5.강력으로 굽는 레시피
여러 레시피로 다 해보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5번 레시피예요.
조금 쫄깃하다 싶기도 한데
요즘은 거의 통밀과 반반 섞어서 만들거나 통밀로만 만드니 쫄깃하거나 푸석거리지 않고 딱 좋습니다.
재료-계란 7개 분리,설탕 180그램,꿀 60미리,우유 50미리,강력200그램,바닐라익스트랙 한 큰술

반죽은 변립법으로 합니다.
먼저 계란 흰자에 설탕을 100그램쯤 넣고 단단하게 거품을 내요.
보울을 뒤집어도 흐르지 않을 정도로...

노른자에 나머지 설탕을 넣고 역시 거품을 내줍니다.
반죽을 흘려보아 반죽이 볼록하게 흐르는 자국이 보일 정도로 저어줍니다

노른자에 머랭을 세 번에 나누어 섞어 줍니다.
조심스럽게 주걱을 아래에서 위로 떠올리면서 섞어요.
아주 완벽하게 섞을 필요는 없습니다.

체에 쳐놓은 밀가루를 역시 세 번 정도에 나누어 넣으면서 섞어 줍니다.
역시 주걱은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듯이 해주세요.

어느 정도 섞였으면 꿀과 우유,바닐라 익스트랙을 넣어 잘 섞어주세요.
역시 조심스럽게 섞으면서 아래 밀가루가 가라앉은 것이 없도록 잘 마무리 해줍니다.

나무틀에 유산지를 깔고 반죽을 부어서
170도에서 20분,160도에서 50분 구워주면 됩니다.

82에 '잠팅이'라고 소개시킨 군의 작년 소식까진 들으셨을 겁니다.
말씀드렸듯 '잠팅이'라는 별명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교복을 새로 맞추어야 할 정도로 쪘던 살 역시
지금은 온데간데 없을 정도로 빠져버렸어요.
36인치의 바지가 작았고 110의 티셔츠가 끼었었는데
지금은 허리가 30인치가 안될 정도로 날씬해졌어요.
살쪘을 때 '왜 요즘 시키들은 내복을 겉옷으로 입고 다니나 몰라~'라고 말하더니,
살 좀 빠졌다고 스키니진에 쫄티를 입고 다니더군요.
재수하고 입학해 벌써 이 학년,
이번 학기만 마치고 내년 봄에 군에 입대할 예정입니다.
요즘 녀석이 많이 심난한가 봅니다.
엊그제는 제 블로그에 처음으로 방문을 해서 댓글을 달아놓았더군요.
//글들 둘러봤어요. 저로선 처음이네요
과학고.. 녀석한텐 많은 기대나 절박함, 당위성 대신 '그래도 괜찮아' 라는 말을 많이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너무 많은 기회를 녀석에게서 앗아가고 있는 철부지 오빠는 아닌지, 철없는 꿈같은 말들이나 늘어놓는 어리기만한 아들내미는 아닌지 가끔 걱정입니다.
그래도 사랑합니다. 엄마가 쓴 글들을 보면 십중팔구 눈물 줄줄 흘릴까봐 도저히 못와볼것 같았는데
세상 누가 뭐래던 늘 엄마 편으로 있을거에요. 울먹이며 씁니다//
서울 소식통께서
'전화 좀 해봐라.감기가 심하게 걸려 일찍 재웠는데 아침에 보니 눈이 퉁퉁 붓게 울었더라.
어젯 밤에 니 블로그 구경을 하면서 울었단다.
너는 그 말만 듣고도 우니??'
얼른 감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저도 눈물이 찔끔 나왔었거든요.
한참 후에 전화를 해보니
'어제 감기 때문에 잠도 안오고 해서 엄마 블로그 처음 들어가 봤거든...
아휴,아주 펑펑 울고 말았어.'
군입대를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한가 봐요.
녀석의 심난한 마음은 뒷전이고
저는 솔직히 겨울 내내 녀석과 함께 오롯이 지낼 수 있어서 벌써부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 표현력이 참 풍부한데 유독 아들에게만은 무뚝뚝한 남편도 은근 기다리고 있고,
터울 많은 여동생 역시 친구들에게 오빠자랑을 하도 늘어놓아 '팬클럽'결성해 기다리고 있다는군요.
진짜 저는 '자식'에 목메는 스타일이 전혀 아닌 엄마였어요.
저희 친정엄마는 우리가 조금만 아파도 벌벌 떨고
고3 까지 아침밥 먹이려고 김에 싸서 현관앞까지 따라나오고
조금만 늦게 들어가도 혼자 소설책 한 권 다 쓸 정도로
그렇게 끔찍하게 키우셨는데...
전 그냥 아이들이 늦으면 '일이 있어서 늦겠지~'
아파도 열이 펄펄 끓지 않는 한은 '병원다녀오고 약먹으면 괜찮아'
밥 안먹고 나가면 '배고프면 니 손해,배고프면 먹겠지' 하는 그런 엄마예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도 그냥 '표현을 못하는 성격'이 아니었던가 싶어요.
떨구고 난 지 벌써 이 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가족이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아이와 함께 살 날이 이젠 없는건가...싶은 것이 참 슬프기만 합니다.

오늘 같은 날 마시면 좋을 라떼 한 잔 놓고 갑니다.
참,댓글 다시면서 바질씨앗 필요하신 분 계시면 말씀해 주세요.(20명 까지 드릴께요)
주소와 성함은 쪽지로~~
며칠 전에 바질씨앗 수확했답니다.
----------------------------
씨앗은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