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 명절이면 생각나는 울엄마와 자장면!!
천사 |
조회수 : 3,601 |
추천수 : 38
작성일 : 2006-10-11 00:03:28
올 추석은 많이 한가로왔습니다.
추석 연휴에 시댁식구들은 다들 무리지어 백암온천으로 떠나고 저는 일때문에 혼자 있다가
늦게서야 추석날 식구들 오면 밥 한끼 먹을 요량으로 마트를 다녀왔습니다.
(저희집은 예배를 드리므로 제사음식은 준비하지 않지만 다른집과 마찬가지로 항상 음식은 넉넉히 준비했었지요. 허나 이번 추석은 여행관계로 간단히 지내기로 했었답니다.)
복작거리는 마트에서 겨우 달랑 제일 싼 대구 두마리 사들고 집으로 오는데 과외하느라 지쳐서 그런가 허기가 지더군요.
집에 오자마자 밥을 하려니 혼자 먹기도 그렇고해서 에이 걍 자장면으로 때우자 생각했답니다.
특유의 자장면 냄새를 들이키며 면발을 덥썩 물었는데 눈물이 툭 떨어집니다.
겨우 한 입 물고는 목이 메어 물을 한사발 들이켰습니다.
자장면....
부모님 생각에 돌아가신지 20년이 다되가건만 마치 어제일처럼 가슴이 막히고 숨이 차올랐습니다.
교회를 등지고 있던 나를 위해 끊임없이 새벽마다 기도하시던 나의 어머니...
열 다섯 어린 막내딸을 눈물 그렁그렁한채 쳐다보시다 돌아가신 아버지....
살아계실때 따뜻한 생일상 한 번 차려드리지 못한게 왜 이리 후회가 되는지...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건만 왜 이리도 후회가 되는지....
얼마전 TV에서 자장면에 관한 다큐를 보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대부분의 자장면에 대한 추억은 지오디의 나의 어머님께라는 노래처럼
그 당시의 최고의 외식음식이었던 자장면에 대한 부모님과의 추억에 관한 것이죠.
제가 그토록 가슴이 아팠던 자장면에 대한 추억은 제가 성인이 되어서였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말기암투병중이었고 난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대전에 유명한 한의원이 있다해서 어머님을 모시고 대전까지 다니고 있었답니다.
굳이 그 비싼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있는돈으로 내 대학등록금해야 되지 않겠냐고 하셨지만
어머니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저의 마음을 어머니도 꺾지 못하셨어요.
(어머님 돌아가시고 시작한 과외를 지금까지 하고 있답니다.)
점심을 대전에서 해결해야 했기에 우리는 가장 만만한 중국집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전 그냥 자장면을 먹으려고 하였지만 어머니는 굳이 잡채밥을 먹으라며
점원에게 잡채밥 하나 자장면 하나를 시키더군요.
왜 그러냐고 그럼 엄마도 같이 잡채밥 먹자고 그랬더니 당신은 자장면이 젤 좋다시며 웃으셨습니다.
전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어머니가 힘들게 면발을 넘기시는 것을 보며 꾸역 꾸역 잡채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것이 내 어머니가 나에게 바란 것이니까요.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잡채밥을 먹고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옆에서 졸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며 소리죽여 눈물을 흘렸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저는 제가 참 잘하였다 생각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까요.
평생 허리띠 졸라가며 사신 어머니는 자식입에 맛난거 먹여주고 싶지만 죽을 병에 걸린 당신은 비싸봤자 몇백원 더 비싼 잡채밥의 사치는 부리지 못하시는 분이었죠.
명절이면 오랜만에 반가운 식구들 만나서 부모님과 둘러앉아 맛난 음식 먹을때 맛있다 맛있다 이야기하며 드세요.
그리고 어머님이 마련하신 음식들 제대로 배부르게 많이 드세요.
언제 하늘나라 가실지 모를 그분들 마음 흡족하게 하는 것은 그저 정성스레 차린 밥상에 싫다 하지 않고 자식들이 내가 해준 음식 자~알 먹고 건강하게 살아주는 거랍니다.
한 입 먹다만 자장면은 어느새 퉁퉁 불어 있었답니다.
냄새 풍길까싶어 비닐에 넣으면서 그렇잖아도 좋아하지 않는 자장면을 이제 한동안 못먹겠다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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