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국기 게양하고,
어제 빨아널었던 빨래 걷어서 개키고, 또 한바탕 빨래하고, 이때까지만 해도, 외출 계획은 없었습니다.
휴일이라 어디를 가도 길이 막힐 텐데,
우리 부부처럼 매일매일이 휴일이면서 또 매일매일이 근무일인 사람,
그래서 주로 평일나들이를 하는 사람들 마저 밖으로 나서서 길 막히는데 일조할 필요는 없다 생각하고,
그냥 집에 있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밖을 내다보니 너무 포근해보이는 거에요.
에라, 모처럼 우리 차도 교통체증에 좀 보태보자 싶어서 남편과 무작정 나왔습니다.
"어딜 갈까요?"
"당신 맘대로!"
"그럼 경포대 갈까?"
"지금 이시간에?"
낮 12시가 경포대 가기 늦은 시간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내켜하지 않는거에요.
"그럼 쭈꾸미사러 대명항 가면 어때요?"
"쭈꾸미 아직 좀 이르지 않나?"
"그럼 우리 장어 먹고 옵시다, 요즘 장어값, 무지 비싸다는데 그 집은 또 얼마나 가격을 올렸는지 직접 확인합시다!"
제 이뤄질 수 없는 소원중 하나가, 행선지를 남편을 정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 늘 당신 맘대로, 당신 가고 싶은대로, 이렇게 말하는 데요, 제발 행선지 좀 정해줬으면 좋겠어요.
암튼 이리하여 파주의 장어집에 갔습니다.
저희가 그 집에 처음 갔던 2008년에는 1㎏에 3만4천원이었는데요,
그 다음해에는 3만6천원이던 것이, 작년 여름에 미국에서 나온 조카 데리고 갔을때는 무려 4만8천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무려 6만6천원...헉....오른 가격 확인차 간 것이니까 놀라지는 않았는데요,
가격은 그렇다 쳐도 양도 적어졌고, 맛도 작년에 왔을 때보다 고소한 맛이 덜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번호표를 받아들고 보통 20분은 기다려야 겨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치어값도 오르고, 사료값도 올라 어쩔 수 없다지만, 이젠 거기 못갈 것 같아요.
맛도 그렇고, 가격도 그렇고, 또 거기까지 가려면 기름값도 상당한데, 휘발유값도 만만치않고...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 맛집 블로거들의 후기를 보니 한결같이 칭찬일색, 참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자유로를 달려 장어집에 갈때만해도 계획은,
장어 먹고나서, 헤이리의 이케아 들려서, 신세계아울렛과 롯데아울렛 찍고 돌아오려 했습니다.
헤이리의 한 빵집 포카치아가 맛있다며, 얼마전 후배가 먹어보라고 하나 줬는데요,
정말 맛있길래, 그 후배에게 헤이리의 어느 빵집인지 물어서 가보니, 헤이리 전체가 주차전쟁중!
간신히 차를 세우고, 빵집엘 찾아들어가니, 빵이 하나도 없는 거에요.
순간 너무 당황했는데, 때마침 따끈따끈한 포카치아와 치아바타가 막 구워져 나오고 있는 중이었어요.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따끈따끈한 빵 몇개 사들고,
이케아 구경갔더니, 거기 역시 사람이 느무 많아서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 였어요.
필요한 수납용품 두어개 사들고, 또 계산하느라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헤이리에서 나와보니, 프로방스 들어가는 쪽 길이 꽉 막혀있어서,
차를 돌려 영어마을쪽으로 돌아나왔는데도 거기 역시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했습니다.
아울렛은 무슨 아울렛, 얼른 집에 가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그냥 자유로로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입고나간 재킷을 벗어던지고, 얇은 스웨터 바람에 헤이리를 활보해도 춥지않는 봄기운을 만끽하고 왔더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한사람당 3만3천원이 넘는 값비싼 점심을 먹고온 탓인지, 저녁밥 생각이 없어서, 사온 치아바타로 샌드위치를 해서,
남편과 반씩 나눠먹고 말았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기 앞서, 양파 두개 채썰어서 소금 후추로 간하고 발사믹비니거로 맛을 내가면서,
꼬박 30분 동안 볶아, 양파조림을 만들었습니다.
치아바타 반으로 갈라서 마요네즈 살짝 발라준후,
로메인 한장 깔고, 그위에 양파볶음과 치즈, 햄, 다시 로메인 올렸어요.
양파조림을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강해서 다른 재료들 맛이 죽기 때문에 조금만 올렸습니다.
그리고 포카치아를 조금 잘라서 그안에 양파조림만 넣어서 먹었어요.
뜻밖에도 이게 아주 맛있네요, 아무것도 안넣고 양파조림만 넣은 포카치아!
양파값이 너무 싸서 농민들이 울상이라면서요?
몇년전엔가 이맘때 양파값이 너무 비싸서, 아껴먹었던 적이 있는데요,
요즘은 값이 너무 싸다하니까, 더 열심히, 더 많이 양파를 먹어야겠어요.
그렇게 양파가 해독작용에 좋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