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 조회수 : 13,657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11-20 21:14:37




저희 오늘...김장날이었어요.
김장날이면 당연히 덤으로 한포기 준 배추에 쇠고기 큼직큼직하게 썰어넣고 배춧국 끓이고,
김장김치소에 배추 속대, 돼지고기 수육, 굴무침 등으로 푸짐하게 한상 차리는데요, 오늘은 못 그랬습니다.ㅠㅠ
배추도 없고, 김장김치소도 없고...

해마다 김장을 하던 농장이 올해부터 안한다고 해서 다른 농장을 알아봤습니다.
다른 농장을 찾았다 하니, 소개해달라고 쪽지 보내주시는 분들께 한번 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요,
저 혼자만 편하게 김장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구요 해보지도 않고 소개해드리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런건데요,
알려드리지 않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릅니다.

먼저 농장과 일처리하는 시스템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배추가 너무 맘에 안들었어요,
거죽에 퍼런잎이 너무 많고(이 부분이 좋은거라고 하는데 좋은 것과는 별개로 식구들이 안먹어요, 그래서 떼어냅니다)
결정적으로 배추의 길이가 너무 짧았어요, 농장주 얘기는 맛있는 배추라고 하는데 그건 익혀먹어봐야할 일이구요,
암튼 배추 길이가 너무 짧아서 속을 넣고 접어서 겉잎으로 잘 싸서 통에 넣어야하는데 접히지도 않고,
또 통에 들어가는 것도 아주 애매한 거에요.

배추가 이렇게 작다보니 김치양이 적어진 건, 뭐 말할 필요도 없지요.
작년에 75포기 사가지고 크고작은 김치통 32개 채워가지고 왔는데요,
올해는 90포기를 사가지고도 25개 밖에 못채웠어요. 엄마네랑 오빠네랑 우리집이랑 모두  2~3개씩 빈통을 도로 들고왔어요.
게다가 정말 길이가 20㎝나 되려나 속쌈 먹기도 짧은 배추가 너무 여러개라서....에휴..
바꿔달라고 하니까, 그런게 맛있는 배추라고..ㅠㅠ...예전 농장은 이런거 ½포기 4개를 1통으로 치거든요. 근데 여긴...ㅠㅠ
포기당 가격은 작년까지 하던 곳보다 싸다고 하나 완성된 김치의 전체양을 계산해보니 쌀 것도 없어요. 

암튼 이젠 어차피 해넣은 거니까 여느때 김장처럼 맛이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제 기색이 별로 좋지않으니까 친정엄마 그러십니다.."내년 김장은 또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 하십니다.
맞아요, 정말 근 10년만에 집에서 담그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미리 굴이랑 수육용 삼겹살이랑 다 주문해놓았는데, 김치소도 없고 쌈용 배추도 없고 해서,
굴을 어쩔까 하다가 대충 무쳤습니다.
이거 김장김치소로 무치면 정말 맛있는데...
아쉬운대로 액젓에 양념넣고 무쳐야겠다 하고 액젓을 찾으니 액젓은 보이지 않고,
동남아액젓인 피시소스가 보입니다.

피시소스에 플라스틱통에 든 라임주스 조금 넣고 설탕도 조금 넣고, 다진 마늘 넣어서 잘 저은 후,
이 양념장에 굴을 무쳤는데요, 뜻밖에 맛이 좋습니다. 맛이 깔끔해요.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죠.





수육용 삼겹살 주문하면서 항정살도 조금 주문했는데요,
오늘 수육 대신 무쇠팬에 항정살을  구운 후 먹는 내내 식지말라고 무쇠접시에 옮겨 상에 냈습니다.
돼지지방의 진한 맛 때문에...역시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곁들이 채소는 영양부추와 깻잎을 섞어 담고,
시판 오리엔탈 드레싱에 모과청의 국물만 조금 섞어서 잘 저은 후 뿌려줬는데요,
물론 오리엔탈 드레싱만 뿌린 것보다 더 달착지근한데다가 모과향이 은근하게 드러나 꽤 괜찮았어요.
올해, 모과청을 아무래도 조금 담가야할 모양인데...
모과철은 언제인가요? 벌써 지난 걸까요?


올해는 모과청, 유자청 담가 여기저기 선물하겠다고 작은 꿀병 15개들이 한상자 사서 조금전에 배송받았는데요,
언제 유자나 모과를 살 건지...본말전도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올 김장에 아쉬움이 크다해도 어쨌든 큰 행사 하나 끝낸거고,
이제 아버지께 다녀오면 올 겨울 월동준비는 끝입니다.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흥임
    '13.11.20 9:26 PM

    에구
    고생은하시고 마음엔 안차신거군요
    거기다가 우째 생배추한통도 없던가요?

    저도회사김장날짜 빠득빠득다가오는게 무섭네요
    직원들이라고 팔걷어부치고도와줄친구 달랑하나에
    저는 여름내절름발이에 ㅠㅠ

    모과가 올핸 비싼건지 흉년인건지
    보통 저희동네재래시장에 지금한철취급하는데
    올핸아예 취급을안하네요
    모과가 근골격에 그리좋다고 한의사말이 많이먹으라던데 ㅡㅡㅡ

    장터 십킬로는 칼질자신없고

    몸가벼우면 퇴근길휘릭 경동시장한바퀴면해결인데
    이젠 그것도 꿈이구요
    많은걸포기해야하는
    참적응안되는 시간을보내고있습니다 .

    헤헤
    반가워 꼬랑지잡고는끝은하소연이되버렸어요
    용서하셔요^^

  • 김혜경
    '13.11.20 9:31 PM

    너무 마음이 상해서 생배추 한포기 사오겠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아, 장터에 모과 있어요? 10킬로는 제게도 너무 많네요.

    그냥 못본척 하고 쉬세요.
    모과청 없어도, 유자청 없어도 괜찮잖아요?
    그냥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세요.

  • 2. 니양
    '13.11.20 9:33 PM

    1년농사인데 착잡하시겠어요.
    잘은 몰라도 저희집 소량 심는 품종이 그렇게 뜯어먹은거마냥 길이가 짧아요.모르는 분들은 깜짝놀라시더라구요.
    아버지가 그 배추가 고소하다시며 일부러 심곤하셨 는데
    그 배추라면 고소하고 오래도록 무르지않을거예요.
    묵은지로 딱이어요.

  • 김혜경
    '13.11.20 9:39 PM

    그럼 좋겠어요.
    무르지않고 일년 내내 먹을 수 있어야할텐데요.
    그렇기만 하면야, 얼마나 좋겠어요.

  • 3. 겨울
    '13.11.20 9:43 PM

    배추가 짧은기 얼마나 맛있는데,,샘님이 안 드셔보셔서 그런거 아닐까 싶어요,,원래 짧은기 엄청 꼬시고
    맛좋심니더,,쌈배추라고 하는데,,배추 아는사람은 일부러 그거 가져감니더,,

    숙성되거든 함 드셔보이소 얼매나 맛이잇는지 몰라요

  • 김혜경
    '13.11.20 10:09 PM

    그럼 정말 좋겠어요.
    짧아도 너무 짧아서 그랬어요..ㅠㅠ..짧기도 하고 속도 별로 안들고...ㅠㅠ...
    그런 배추가 씻어서 쌓아둔 윗쪽에 있었다면 그런가부다 했을텐데, 위에는 이쁘게 생긴 배추가 있었는데,
    안보이는 곳에서 마구마구 튀어나와서..좀 많이 속상했었어요.

  • 4. 그린
    '13.11.20 10:45 PM

    어휴~ 김장이 연중행사 중 큰 비중인데
    배추때문에 속상하셨군요....
    제발 맛이라도 좋아햐하는데.....

    며칠 전 태국 여행갔었는데 피쉬소스 때문에
    몸무게 듬뿍 늘어왔어요.ㅠㅠ
    볶음밥에 피쉬소스랑 쥐똥고추 넣어 먹었더니
    진짜 밥도둑이잖아요.
    깔끔, 개운해서 계속 먹게 된다는 게 함정!!^^

  • 김혜경
    '13.11.21 7:21 AM

    여행 다녀오셨어요?? 부러워용...^^

  • 5. 7applepie
    '13.11.21 11:29 AM

    저도 안심하시라고 댓글달러 왔어요 ^^ 아마 경종 배추인가그품종이나보네요 제가 결혼전까지조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옛날말?을 많이 알아요 일제시대에 들어온 일본품종아라던가,크기는 작지만 잘안물러지고 고소한맛이 있던데요? 집안 어른들이 요즘은 구하기 힘들다고 하시면서 한탄? 하세요^^ 제발 예상이 맞아서 맛있게드시기를 바랍니다^^

  • 김혜경
    '13.11.21 10:30 PM

    그랬으면 좋겠어요.
    배추가 제 맘에 안들었던 건 배추 전체의 길이가 짧은 게 아니라 거죽의 초록잎은 웃자라서 아주 길고,
    그 안쪽은 너무 짧았기 때문이랍니다. 속도 꽉 차지않고요.
    그래도 맛있는 배추일거라 믿어보고 싶습니다.^^

  • 6. 열쩡
    '13.11.21 11:38 AM

    저희집 주말농장 배추가 좀 그래요
    아마 비료를 안(덜)주어서 그럴거에요
    아직까지 안뽑고 버티고 있지만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파는 배추에 비하면 늘 작고 속도 덜차요
    그런데 막상 먹으면
    약간 질깃한 느낌도 있긴 하지만
    고소하고 맛있다고들 해요
    비료줘서 무성하게 키운 배추보다 맛있을거에요
    (라고 우선 위로의 말씀을...ㅎㅎ)

    좀 야박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큰 일 치루신거 축하드려요
    저도 이번 주말엔 합니다!

  • 김혜경
    '13.11.21 10:32 PM

    네, 맞아요.
    배추가 짧고, 겉잎과 속잎이 너무 다르고, 또 보이는 부분에 쌓여있던 것과 속에 들어있던 배추의 차이가 너무 크고..
    이런게 다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런 경우에 대처하는 농장주의 자세가 너무 야박해서 마음이 상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더 배추에 대한 믿음이 없어진 것 같아요.

  • 7. 주현맘
    '13.11.21 11:40 AM

    짧은 배추가 양은 작지만 속이 알차고 간이 잘 스며둔데요..고소하면서 맛있을거예요..저는 시골출신이라 그런지 짧은 배추로 김장이나 생저리 하는게 참 맛있더라구요..^^

  • 김혜경
    '13.11.21 10:33 PM

    그랬으면 좋겠어요.
    김치소에 들어간 재료,우리 늙으신 친정어머니께서 정성껏 준비한 거라...

  • 8. 꽃게
    '13.11.21 12:42 PM

    배추 퍼런 잎 안드시는 분들은 좋아하시지 않을것 같네요.
    그래도 맛은 좋을거니 너무 상심 하지 마세요.

    우린 일부러 배추 늦게 심어서 늦게 뽑아요.
    그러면 딱 2쪽 낼만큼 헐렁하게 자라는데 정말 맛은 좋아요.ㅎㅎㅎㅎ
    기온이 영하로 몇번 내려가고~~서리도 한두번 맞고 그러고 뽑으려니
    오늘 뽑아요.

  • 김혜경
    '13.11.21 10:34 PM

    배추 뽑으시면 이번 주말에 김장하셔야겠네요.
    그래도 날 풀린 후 김장 하시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맛있게 해서 드세요. ^^

  • 9. 예쁜솔
    '13.11.21 3:18 PM

    윗님들 댓글을 보니 맛있는 배추 같아요.
    그만 마음 푸시고 잘 익기를 기다려 보세요.
    드셔보시면...내년에도 이 집에서 해야겠다 하실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양 마져도 적다니...속상하실만해요.
    그래도 숙제 다 한 듯 시원하시겠어요.
    저도 토요일에 하려구 합니다.

  • 김혜경
    '13.11.21 10:35 PM

    대안이 없으니까 아마도 내년에 또 그 집에서 하게 되겠죠.
    정말 그러기는 싫은데..새벽부터 가서 절여놓은 배추더미에서 우리집 배추를 골라내는 일까지 하게 될지도 몰라요.
    어쨌든 제일 큰 숙제를 해서 개운하기는 해요.

  • 10. 계란꽃
    '13.11.21 4:01 PM

    저도 처음에 그런 배추 받을때 화났었는데요 맛있어요
    좀 질긴듯 하면서도 더 고소하고 깊은 맛이랄까요?^^

    몇년전부턴 직접 주말농장에서 키우는데 유기농으로 키웠더니 다 그런배추가 나오더라고요^^
    맛 좋을테니 걱정 마셔요~~
    김장 다 하셨다니 부러워요~ 저는 토요일에 합니다~
    이번엔 농사도 절이기도 힘들어 한살림 절임으로 주문했어요
    한살림도 퍼런배추가 온답니다 그래서 포기가 아니라 키로단위^^::

  • 김혜경
    '13.11.21 10:37 PM

    포기가 아니라 킬로 단위라면 제가 이렇게 섭섭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아, 그 배추 사진들을 찍어와야하는 건데...

    토요일에 김장 맛있게 하세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52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90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90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62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896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0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3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88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0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14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6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05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25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01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2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57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74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37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495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1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13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4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19
3324 산책 14 2013/11/10 13,358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1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