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오늘...김장날이었어요.
김장날이면 당연히 덤으로 한포기 준 배추에 쇠고기 큼직큼직하게 썰어넣고 배춧국 끓이고,
김장김치소에 배추 속대, 돼지고기 수육, 굴무침 등으로 푸짐하게 한상 차리는데요, 오늘은 못 그랬습니다.ㅠㅠ
배추도 없고, 김장김치소도 없고...
해마다 김장을 하던 농장이 올해부터 안한다고 해서 다른 농장을 알아봤습니다.
다른 농장을 찾았다 하니, 소개해달라고 쪽지 보내주시는 분들께 한번 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요,
저 혼자만 편하게 김장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구요 해보지도 않고 소개해드리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런건데요,
알려드리지 않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릅니다.
먼저 농장과 일처리하는 시스템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배추가 너무 맘에 안들었어요,
거죽에 퍼런잎이 너무 많고(이 부분이 좋은거라고 하는데 좋은 것과는 별개로 식구들이 안먹어요, 그래서 떼어냅니다)
결정적으로 배추의 길이가 너무 짧았어요, 농장주 얘기는 맛있는 배추라고 하는데 그건 익혀먹어봐야할 일이구요,
암튼 배추 길이가 너무 짧아서 속을 넣고 접어서 겉잎으로 잘 싸서 통에 넣어야하는데 접히지도 않고,
또 통에 들어가는 것도 아주 애매한 거에요.
배추가 이렇게 작다보니 김치양이 적어진 건, 뭐 말할 필요도 없지요.
작년에 75포기 사가지고 크고작은 김치통 32개 채워가지고 왔는데요,
올해는 90포기를 사가지고도 25개 밖에 못채웠어요. 엄마네랑 오빠네랑 우리집이랑 모두 2~3개씩 빈통을 도로 들고왔어요.
게다가 정말 길이가 20㎝나 되려나 속쌈 먹기도 짧은 배추가 너무 여러개라서....에휴..
바꿔달라고 하니까, 그런게 맛있는 배추라고..ㅠㅠ...예전 농장은 이런거 ½포기 4개를 1통으로 치거든요. 근데 여긴...ㅠㅠ
포기당 가격은 작년까지 하던 곳보다 싸다고 하나 완성된 김치의 전체양을 계산해보니 쌀 것도 없어요.
암튼 이젠 어차피 해넣은 거니까 여느때 김장처럼 맛이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제 기색이 별로 좋지않으니까 친정엄마 그러십니다.."내년 김장은 또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 하십니다.
맞아요, 정말 근 10년만에 집에서 담그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미리 굴이랑 수육용 삼겹살이랑 다 주문해놓았는데, 김치소도 없고 쌈용 배추도 없고 해서,
굴을 어쩔까 하다가 대충 무쳤습니다.
이거 김장김치소로 무치면 정말 맛있는데...
아쉬운대로 액젓에 양념넣고 무쳐야겠다 하고 액젓을 찾으니 액젓은 보이지 않고,
동남아액젓인 피시소스가 보입니다.
피시소스에 플라스틱통에 든 라임주스 조금 넣고 설탕도 조금 넣고, 다진 마늘 넣어서 잘 저은 후,
이 양념장에 굴을 무쳤는데요, 뜻밖에 맛이 좋습니다. 맛이 깔끔해요.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죠.
수육용 삼겹살 주문하면서 항정살도 조금 주문했는데요,
오늘 수육 대신 무쇠팬에 항정살을 구운 후 먹는 내내 식지말라고 무쇠접시에 옮겨 상에 냈습니다.
돼지지방의 진한 맛 때문에...역시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곁들이 채소는 영양부추와 깻잎을 섞어 담고,
시판 오리엔탈 드레싱에 모과청의 국물만 조금 섞어서 잘 저은 후 뿌려줬는데요,
물론 오리엔탈 드레싱만 뿌린 것보다 더 달착지근한데다가 모과향이 은근하게 드러나 꽤 괜찮았어요.
올해, 모과청을 아무래도 조금 담가야할 모양인데...
모과철은 언제인가요? 벌써 지난 걸까요?
올해는 모과청, 유자청 담가 여기저기 선물하겠다고 작은 꿀병 15개들이 한상자 사서 조금전에 배송받았는데요,
언제 유자나 모과를 살 건지...본말전도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올 김장에 아쉬움이 크다해도 어쨌든 큰 행사 하나 끝낸거고,
이제 아버지께 다녀오면 올 겨울 월동준비는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