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쉬지 않고 내리는 이런 날 추어탕 한 그릇 어떠세요?
과정샷이랍시고 미꾸라지 사진을 찍었는데...
좀...거시기 할 수 있답니다.
비위 약하신 분은 패스 바랍니다.
먼저 재래시장에서 미꾸라지 4근을 샀어요.
처음엔 2근, 넘 적어 보여서 2근 더 추가.
1근에 400g이라네요. 합이 1,600g
배가 노란거 보이시죠? 양식 국산이랍니다.
1근에 7,000원, 중국산은 1근에 4,800원 했어요.
검정 봉다리에 담아온 놈들을 속 깊은 양동이에 들이 붓고
소금 몇 줌 뿌리고 얼른 뚜껑 덮었어요.

먼저 들어갈 재료들을 샆펴 볼까요?
주인공 미꾸리지 1,600g
얼갈이 두단, 알타리 한단에서 나온 시래기,
경빈마마님께서 보내주신 배추우거지 두 주먹 가득.
줄기 깻잎 2,000원어치, 대파 한단, 다진 청양고추 많이, 홍고추 적당히.
다진 마늘 많이, 제피가루 적당히, 들깨가루 많이.
우거지들은 데쳐서 물기 꼭 짜내고 된장과 다진 마늘로 주물주물 무쳐 놓았어요.





숨을 놓은 미꾸라지들 체에 박박 문지르고 헹구기를 여러번~~
거품 안나오고 맑은 물 나올때까지 정말 여러 번 박박 문지르고 헹구었어요.
물론 고무장갑 끼고 말이죠.

속 깊은 곰솥에 물 조금 부어서 오랫동안 끓였어요.
살이 뭉그러지도록 푹.
다른 곰솥 하나에 다시마랑, 멸치 양파,대파잎 넣고 육수 만들어요.
푹 고아진 미꾸라지 체에 받쳐서 국물은 따로 끊인 육수에 보태기하고
살은 주걱으로 으깨 가며 체에 걸려요.
아, 그런데 제 체가 넘 고운건지, 아님 제 성질이 못된건지,
도저히 체에서 거르기를 못 하겠더라구요.
중간에 포기하고 핸드블렌드로 여러번에 나눠서 확 갈았어요.
혀에 느껴지는 뼈의 이물감이 싫어서 갈아서 거르고, 갈아서 거르기를
몇 차례 거듭해 겨우 요 뼈들만 추려 냈어요.


육수를 곰 솥 두 곳으로 나누고,
거른 미꾸라지 두 솥에 고르게 나눠 넣었어요.

양념된 우거지 죄 불러 넣고 대파도 굵게 잘라 넣어 한소끔 끓였어요.
우거지들 푹 물렀을때 다진 마늘과 다진 청양고추, 제피, 들깨가루 넣었어요.
한소끔 더 끓이고 국간장으로 간하고 맛보며 부족한 맛 보충 했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부족한듯 흡족하지 않아서 마늘 더 넣고, 제피가루 더 넣고,
청양고추 더 넣고 ....이러다 보니 정확한 레시피가 없답니다.*^^*


한 솥의 맛을 다르게 해볼 양으로 고춧가루 풀고 고추장도 좀 풀었어요.
얼큰한 맛 좋아하시는 분 드시라고,
원하는 맛이 안나와서 정신이 없던 터라 사진도 못찍었어요.
끓이는 중 맛 한 번 보라고 한 국자 떠서 남편에게 건넸더니
기어이 안 먹겠다고 반항을 합니다.
제발 간 좀 봐 달라고 사정을 해도 자기는 절대로 안 먹는다고....
시엄니랑 제가 한 편이 되어서 성화를 해도 꿈쩍을 안해요.
힘들다면서 뭐 이런 걸 만드냐고만 하고.ㅊㅊㅊ
처음엔 이까잇거~~뭐 대충~~ 그랬는데....그리 녹록하지가 않군요.
무엇보다 뼈 거르는게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어요.
어느 댁에 한 냄비 드리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지가 않아서
이걸 드려? 말아? 잠시 고민 했지만 맛이 대수냐? 정으로 먹는거지.
하면서 용기 내 드렸구요.
다음날 언니네랑 오빠네 불러서 저녁 먹었어요.
알타리 김치랑 모듬장아찌만 반찬으로 놓고,
제피가루,들깨가루,다진 청양고추는 입맛에 맞게 더 넣을 수 있도록 따로 상에 올리고,
마침 며칠 된 불려둔 당면이 있어서 콩나물잡채 만들고,
우유에 담가둔 닭 건져서 J님의 간단 닭날개 조림했어요.


난생 처음 끓여본 추어탕이라 생각만큼 흡족하진 않았지만
나름 흐뭇했어요. 시어머님도 한번 안 끓여 봤다는 걸 했으니.ㅎㅎㅎ
추어탕이 특히 갱년기 여성들에게 좋다네요.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고, 골다공증 예방도 되고,
물론 강장음식으로도 그만한 것이 없구요.
다음엔 뼈가 씹히더라도 체에 으깨서 거르기만 해야겠어요.
뼈를 거른다고 자꾸 갈았더니...입안에선 매끈하지만 좀 쓴맛이 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칼슘을 제대로 섭취하려면 입이 매끈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복날에 삼계탕만 드시지 말구요.
추어탕 한번 도전해 보시죠?
p.s 과정샷 열심히, 제대로 찍어서 올리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몇 컷 찍는데도 정신이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