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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이미올리브의 솔로쿠킹 #05 - 마늘빵과 프렌치 어니언스프 -

| 조회수 : 6,067 | 추천수 : 15
작성일 : 2005-04-08 13:29:49

분당에 사는 어머니가 필요한 물건을 전해주러 스튜디오를 다녀가셨다.
내가 가지러 가겠다는걸 바쁜사람 시간이라도 덜어줘야지 하며 먼길을 오셨다. 사실 별로 바쁘지도 않은데...
"오세요, 피자한판 구워드릴께"
"알았다. 남은건 아버지 드시라고 싸오면 되겠네" 하는 통화를 마치고 생각해 보니 싸줄 상자가 없다.
'피자는 안되겠고 어제 구워 놓은 바게뜨로 마늘빵이나 구워드리자' 생각하고 손님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대충 설거지를 마치고 사용할 그릇과 도구들을 챙기는 사이 어머니가 오셨다.
참고로 내 스튜디오의 조리시설 구조는 등뒤로 오븐렌지가 있고 바처럼 조리대를 옆으로 길게 만들어서
서로 마주보며 음식만드는 것도 구경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엄마, 마늘빵 좋아해요?"
"그럼, 내가 그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아버지랑 아울렛가서 피자랑 마늘빵 자주 먹잖아. 나는 피자 두꺼운거 싫더라"
옛날 같으면 나그런거 못먹어 느끼해서 싫어 했을 양반이 몇년전 유럽여행 한번 다녀오시더니 아들과 이렇게 코드가 맞다니...
와, 세련! 럭셔리! 진정 내엄마 맞아?
"알았어. 마늘빵 해줄께! 양파스프도 한그릇 해드릴께요"
내가 빵칼을 들고 바게뜨를 써는데 내가 마늘 까줄까 하신다.
"잠깐 기다려 봐요. 마늘 쉽게 까는법 가르쳐드릴께요." 어쭈 제법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다.
양파 볶을 팬을 가열하기 시작하며
마늘 두쪽을 뚝 떼어내 밑둥을 자르고 칼로 쓱 짓눌러서 껍질을 홀랑 벗겨 마늘빵에 쓱쓱 문지르다가
작은 종지에 버터 한스푼 뚝 떼어내 예열중인 오븐에 넣고 남은 마늘빵 마늘로 마저 문지르고 살짝 녹은 버터 꺼내서
붓으로 쓱쓱 발라 피자팬에 예쁘게 담아서 오븐에 넣었다. 마늘빵이 익는 사이 양파 반 개 잘라서 채썰고 나니 마늘빵이 다 익었다.

마늘빵을 접시에 담아 먹다남은 토마토 소스와 함께 내놓으니 참 맛있게 드시더라.
채 썬 양파를 약한 불에 아주 천천히 볶는 사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가졌을때의 태몽이야기, 매형의 큰형이 한식날 성묘갔다가 언덕아래로 굴러 팔에 금이 간 이야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양파가 노릇하게 볶아지고 있었다.
다음 과정은 원래 치킨스톡을 써야하는데 내가 채식주의자이다보니(완전채식은 아니고 생선과 우유, 계란은 가끔 먹는다)
볶은양파위에 스프 한그릇 분량의 물을 붓고 월계수 잎 2장과 베지터블스톡 1개를 넣고 10분쯤 약하게 끓여준다.
스프그릇을 준비하고 완성된 양파스프를 가득담은 뒤 마늘빵 한두개를 담는다. 그 위에 모짜렐라치즈를 듬뿍 얹어서
접시째 오븐에 넣고 10분정도 구워주면 완성이다.

그 뜨거운 양파스프를 너무도 맛나게 드시는 어머니를 보며 행복을 느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 날.
생각해 보면 너무 늦은 걸지도 모른다.

2005년 이른봄

사진/요리/글 제이미올리브(말코비치)
http://blog.naver.com/tomte

6편 예고 -입안의 평화-
--------------------------------------------------------------

퍼가실때는 점선 위에까지 사진과 글을 함께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리디아
    '05.4.8 1:48 PM

    한 수저만 주세요! 아~
    넘 넘 맛있어 보입니다.
    예고편까지....6편 기대합니다~

  • 2. 어중간한와이푸
    '05.4.8 1:50 PM

    저를 죽여 주십시오...
    맨 마지막 치~즈가 늘어난 양파슾을 먹지 못한다면...

    사진빨이 아니라 진짜 요리 잘 하시나 봐요.
    우짜꼬... 난 아들도 없는데...난중에 저런것도 못 얻어먹을텐데...

  • 3. 티티
    '05.4.8 1:54 PM

    도란도란,, 조근조근...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듯 합니다.
    어머니께서 행복하셨을 듯.....^^

  • 4. 정빈화이팅
    '05.4.8 1:55 PM

    와~글에 요리에 사진까지 하나 빠지는게 없으시군요~~어머님이 행복하시겠어요..^^

  • 5. 미소조아
    '05.4.8 2:09 PM

    와~~ 넘 부럽네요..엄마가 지방에 계서서 많은 얘기도 못나누고 가끔 전화로만
    안부만하는데..부끄..그리고..침 넘어갑니다..음..맛있겠당...^^

  • 6. 앙칼진애미나이
    '05.4.8 2:44 PM

    저렇게 앙증맞은 바게뜨는 첨이예요~ 어머니가 많이 행복하셨겠어요...^^

  • 7. 바람부는날
    '05.4.8 2:45 PM

    정말 감각이 대단하십니다..솜씨도 좋으시구요..
    그리고 저 빨간 에밀 앙리 ....제가 지금 사고싶은 목록 중 하나예요..교보갈때마다 침흘리고 옵니다^^

  • 8. 준영맘
    '05.4.8 2:48 PM

    진짜~진짜 멋진분이네요.
    울 아들도 넌 나중에 커서 니 마누라랑 같이 맛난거 해먹어 라고 ,,,
    이런건 많이 해봐야 한다며...잔손가는 일들을 시켜보는데...
    님처럼 커서 울엄마 오시면 좋아하는거 해 드려야지..생각이나 할까요?
    아님 울 엄만 나 어릴적부터 많이 시켰으니까 엄마한테 뭐 해달라고 해야지...할까요???궁금해지네요.
    딸래미인 나도 엄마오시면 당연 외식인데...엄마도 외식하면서 가끔 기분전환도 필요하다는 말도 안되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으며...으흑~~~
    님의 어머니는 참 말로 행복하셨겠어요.
    부럽기도 하고,샘 비슷한게 나기도 하고...기분 희안하네...~~~
    꼭대기사진 프랑스 바게뜨 아닌가요?혹시..
    전 코스트코에가서 사왔는데,짠맛이 강하더라구요.
    직접 만드셨다면 그냥 꼬리내려 버릴랍니다.대단해요~

  • 9. 샤이마미
    '05.4.8 4:03 PM

    멋있으세여.. ^^

  • 10. 씩씩이
    '05.4.8 4:29 PM

    정말 부러워요 의욕이넘쳐 드롱기오븐 사놓고 모셔만놓고 있는데...
    맛있겠네요 .중풍으로 누워계신 친정 엄마생각이....ㅠ ㅠ

  • 11. 강두금
    '05.4.8 5:01 PM

    정말 미치도록 조금만이라도.........

  • 12. 참비
    '05.4.8 5:27 PM

    양파스프 무척 좋아하는데, 참 맛나 보여요. 사진도 너무 좋고^^

  • 13. 현민아
    '05.4.8 5:29 PM

    Jamie Olive
    요리도 잘하지만 이번에 영국에서 크게 한건했답니다
    영국 어린이 급식을위해서정부와 손을 잡고 많이 신경을쓰기로 훌륭하죠?

  • 14. 김소정
    '05.4.8 5:59 PM

    디씨 음갤에서도 뵙고 여기서도 뵙고..
    꼭 제가 직접 아는 분 같이 반갑고 즐겁네요^^
    요리랑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제 신랑이 제이미 올리브님 블로그를 보더니
    자기도 요리를 잘 하고 싶다고 야단이네요~

  • 15. 제이미올리브
    '05.4.8 6:05 PM

    현민아님, Jamie Olive 는 여기 찌그러져 있는데요...
    좋은 일 한 사람은 Jamie Oliver 겠죠 *^^*

  • 16. 새댁
    '05.4.8 6:06 PM

    사실 전 양파스프를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데.. 왠지 먹고싶어져요..
    치즈 길게 늘어진 것이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탈..
    딸인 저도 시집가고 나서야 엄마랑 도란도란..하게 되던데..
    울 동생도 님처럼 다정해졌음 참 좋겠어요. 그럼 엄마가 적적해 하지 않으실텐데..

  • 17. 아기토끼
    '05.4.8 6:13 PM

    저 어니언숲 진짜 좋아하는데 직접 만들어 드신다니.. 존경존경!!

  • 18. 현민아
    '05.4.8 6:21 PM

    ㅋㅋㅋㅋ
    지송 R 빠진데다가....
    어째든 님도 훌륭하세요
    잠시 착각할정도로 수준이 대단하세요

  • 19. Terry
    '05.4.8 6:34 PM

    에밀앙리 갖고 계시네요...
    남자분이 어쩌면 그릇 보는 눈도 그렇게 높으신지..
    전문가시라 그러시겠지만서도...사진이..정말.. 어흑... 가서 배우고 싶습니다. ^^

  • 20. 모카치노
    '05.4.8 8:12 PM

    양파슾 저렇게 끓이는 거였네요... 가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면 나혼자 독특한 취향인척 하며 치즈를 쭈욱~ 늘려 먹는 재미에 양송이슾이나 크림슾 말고 양파슾을 시켜먹곤 하는데..
    집에서도 해볼 수 있겠네요, 고맙습니다~~
    글구 남자분이신듯 한데 요리를 즐기시는 걸 보니, 보통 멋쟁이가 아니신 듯 합니다요^^
    (참고로 저희 남편은 요리의 ㅇ 자도 모르는 사람인지라... 부러움의 칭찬입니당..ㅋㅋ)

  • 21. 크리스
    '05.4.8 9:45 PM

    제이미님...저도 베지테리언은 아니지만...육식을 별로 안좋아해서요...그 치킨스톡,브로스 쓰길 꺼리거드뇨...베지터블 스톡이란거...첨 들어봐요. 어디서 구할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 22. 동경
    '05.4.8 10:42 PM

    어쩜 마늘빵하나를 드셔도 이리 폼나고 멋지게 드셔요^^
    어떤 음식이든 왜 더더욱 맛있고 폼나게 보일까요~

    근데 바게트도 직접 구우셨어요? 어머나 맛있겠어라~~~
    아니 어쩜 볼때마다 놀래요놀래^^

  • 23. soll
    '05.4.8 11:54 PM

    와 진짜 너무 맛있어 보여요~어머님 감동받으셨겠어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

  • 24. 후추
    '05.4.9 12:35 AM

    너무... 멋지세요. @.@

  • 25. marie1
    '05.4.9 12:36 AM

    어떻게하면 제이미님같은 남자가 되는거예요? 부럽당~
    남편은 교육시키기 너무 늦었으니 다섯살된 아들이라도 교육을 시켜야겠네요..

  • 26. champlain
    '05.4.9 1:09 AM

    님의 팬이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27. 설해목
    '05.4.9 5:14 AM

    총각분이 하신건가?쉰머리론 설명을 또보고또보고했네요.울아들한테 얻어먹고싶네요

  • 28. pjikmj
    '05.4.9 3:41 PM

    흠... 채식주의자시라니... 딱 제 취향이시네요. (저랑 비슷하게 생선, 우유, 계란은 가끔 먹는...)
    아무래도 팬이 될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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