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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나의 처녀작, 감자크로켓

| 조회수 : 3,528 | 추천수 : 5
작성일 : 2004-09-13 23:32:41
재료 : 감자 3개, 소고기, 양파 반 개, 당근 반 개, 소금, 후추, 밀가루, 계란 2개, 빵가루

1. 감자를 껍질 벗겨서 쪘어요.
2. 소고기를 곱게 다져서 간장, 소금, 후추, 마늘로 양념하여 볶았어요.
3. 당근을 채치고 곱게 다져서 식용유에 볶았어요. 그러면 베타카로틴이 풍부해진다네요.
4. 양파를 다져서 기름에 볶았어요.
5. 감자가 뜨거울 때 으깨서 소고기와 당근과 양파를 골고루 섞으며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췄어요.
6. 충분히 섞인 반죽을 길이 4㎝ 정도 되는 타원형으로 빚었어요.
7.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 순으로 입혀서 기름에 튀겼어요.
   (계란물에는 깜장깨를 조금 섞었어요. 너무 식상해서)

중딩부터 고딩까지 나는 아주 혹독한 병고에 시달렸어요.
간신히 등교했다가 집에 올 때는
엄마와 여동생이 학교까지 마중을 나와서 나를 집으로 데리고 갈 정도였지요.
엄마는 내 가방을 받아들고 여동생이 내 등을 밀어줘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까요.
참으로 이상한 건 그러면서도 고딩 3년간 단 하루도 결석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아마 오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맏딸의 오랜 간병에 엄마의 근심과 집안 살림은 말이 아니었지요.

고3 예비고사를 치를 때까지 계속된 투병생활 덕분에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취직이 되어서 안동을 떠날 때까지도
엄마는 내 속옷까지 빨아주셨어요.
나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여동생에게는 간간이 부엌일을 시키셨지만.
덕분에 결혼해서 살림을 할 줄 몰라 고생 좀 했시다. ㅎㅎ

고딩 때인가, 처음으로 내 손으로 학교에서 배운 음식을 해봤는데
그게 이 감자크로켓이었어요.
내 엄마는 그때,
세상에 우리 딸내미가 요리를 할 줄 안다고 수선을 피면서 아주 맛있게 잡수셨어요.
요즘도 이 감자크로켓을 만들면 왠지 나는 잘 안먹게 돼요.
엄마 생각에 목이 메이거든요.
엄마가 당뇨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을 때는 정작 임종도 못했으니까요.
(쓰고 보니 우리 부부는 둘 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당뇨로 돌아가셨네요. 나도 조심해야겠네)

직장 다닐 때 가끔 안동집에 내려가면 꼭 엄마 옆에서 잠들었는데
아침녘 엄마의 보드라운 볼을 느끼며 잠이 깨곤 했어요.
유난히 살결이 고운 엄마가, "이렇게 이쁜 딸을 누가 낳았지?" 하시며
당신 볼을 내 볼에 부비시면
나는 왠지 일어나기 싫어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곤 했어요.

오늘 엄마를 생각하며 이 음식을 만드는데
나보다 훨씬 커버린 아이가 뒤에 와서 내 허리를 껴안으며
"난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합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아이가 나랑 눈만 마주치면 날리던 멘트였는데
요즘은 듣기 어려워 아이한테 투정을 했거든요. 넌 이제 엄마가 별론갑다.
아이가 그 투정을 기억했나 봅니다.
생각해보니 되게 웃깁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엄마라니.....
내 엄마가 그리운 밤입니다.

---Note----
*베타카로틴의 효능 : 녹황색채소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베타카로틴(β-carotene)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며, 이는 영양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세균감염에 대한 저항력강화, 피부와 점막 보호, 야맹증, 약시예방, 암 예방, 고환과 난소의 기능을 강화, 피부, 모발, 치아, 성장 분화 촉진, 상피조직의 분화, 정상상태 조직 구성, 시각망막 색조층 형성 등.

*양파의 효능 : 양파는 남자의 정력 강화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파에 들어 있는 비타민A가 정자의 생성을 돕고, 비타민B1은 성 활동에 관여하는 부교감신경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이다. 양파에는 칼슘과 철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특히 뼈를 형성하는 칼슘이 많고 자체적으로 성장호르몬과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에 한창 자라는 어린이와 칼슘 부족으로 병을 얻기 쉬운 노인에게 좋다. 또한 지방이 적고 야채로서는 단백질이 많은 편이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자궁수축에 의한 분만 촉진에도 효과가 있어 임산부에게도 좋다. 각종 요리에 사용되는 양파의 효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무궁무진하다. 양파의 효능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1. 양파에는 글루타치온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간장의 해독작용을 한다.
1. 혈액을 묽게 하는 작용으로 혈액의 점도를 낮추는 역할을 해 깨끗한 혈액으로 만든다.
1. 세균 속의 단백질에 침투하여 살균과 살충 효과를 낸다.
1. 비타민의 흡수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다른 채소나 과일과 같이 섭취하게 되면 피부미용에 좋다.
1. 유지의 산화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1. 혈액 속의 불필요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녹여 주는 역할을 한다.
1.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1. 당뇨병에 의해 생기는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의 합병증을 예방한다.


*감자의 효능 : 산성화된 체질을 중화시키는 알카리성 식품. 비타민C 풍부. 저칼로리 식품. 성인병 예방과 항암효과 및 변비에 탁월.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누룽지
    '04.9.13 11:57 PM

    크로켓도 정갈하니 참 맛있겠고 사진도 멋지지만, 그에 얽힌 사연이 더 감동적이네요...
    덕분에 각종 영양소 공부도 하구요...^^*

  • 2. 보라
    '04.9.14 12:15 AM

    가슴이 찡해 오네요~~~~~~~
    이가을에 괜실 눈물날려해~~~~~잉

  • 3. 하늘사랑
    '04.9.14 12:18 AM

    갑자기 친정엄마가 보고 싶네요...

  • 4. 권나영
    '04.9.14 1:10 AM

    ㅠ.ㅠ...감동감동...저도 큰딸인데..전 엄마의 사랑을 동생3명에게 다 줘버리고, 정작 제 가슴속에는 '엄마의무조건적인 진한사랑'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네요..하지만 저에게 어린 딸아이가 있는데, 저와 엄마는 싸이클(?)이 안맞았어도, 저는 유난히 저희 딸아이가 좋으네요..전생에 은인이었는지....저도 제 딸아이를 껴안고 장난을 치면서 "이렇게 이쁜것이 어디서 왔을꼬"라고 하면서 안아주는데....저도 제 딸아이에게 금희님어머니같은 기억을 심어주고 싶네요..꼭이요.....행복하세요...

  • 5. 봄봄
    '04.9.14 7:50 AM - 삭제된댓글

    글 읽고 다시 보니까 크로켓이 더 맛있어 보여요..
    엄마한테 받은 사랑을 엄마께 다시 드릴 수 있음 좋을텐데..
    애낳으면 제 자식만 챙기느라 바쁘고 그래서 내리사랑이라고 하는가봐요..

  • 6. 에마맘
    '04.9.14 7:55 AM

    보나마나 아름답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분이신것 같아요...
    저도 늦둥이라 부모님이 거의 80을 낼모레 바라보시는데, 저는 미국에서 살아 잘 뵙지를 못합니다. 거의 매해마다 부부동반해서 미국나들이를 오셨었는데 작년 엄마 위암 수술로 이제는 정말 오시기가 힘들어지셨습니다. 음악들으면서 사연을 읽자니 가슴이 메여오네요. 다시한번 그래도 그 자리에 계신 우리엄마 아빠를 생각하면서..... 따스한 가을되세요.... 크로켓 정말 바삭해보여 맛있겠네요. 저도 함 만들어봐야죠....

  • 7. 홍차새댁
    '04.9.14 8:17 AM

    흐미 맛있겠어요~ 요건 동글동글해서 한입에 쏙 들어가겠네요~

  • 8. 코코샤넬
    '04.9.14 9:44 AM

    넘 이쁜 감자크로켓이네요..동글동글한 것이요..
    더불어 설명까지 올려주시니 감격 또 감격입니다..

  • 9. 다시마
    '04.9.14 10:08 AM

    친정쪽이 안동인데다가 제 성이 강씨거든요.. 그래서 강금희님 글을 보면
    넘 반가워요. 저 감자크로켓 좋아하는데 하나 집어갑니다~~
    큼직한게 맛도 있겠어요.

  • 10. 가을산행
    '04.9.14 10:17 AM

    처음에는 감자크로켓에 눈이 박혀서 훔쳐갈 생각을 했는데..
    글을 읽고 보니 찡한 것이 가슴에 쏴아 와닿는 무엇이 있네요.
    어머니는 아마 하늘나라에서 지상과는 다른 행복을 맛보며
    사시 겠지요.......

    건강하세요..

  • 11. 강금희
    '04.9.14 10:27 AM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내 집에 함께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일어나는 기분입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 12. champlain
    '04.9.14 10:49 AM

    잔잔한 강금희님의 사연이 참 아름답네요..
    님도 늘 행복 하셔요...^ ^

  • 13. 선화공주
    '04.9.14 10:55 AM

    네...음식하나에 깃든 사연이 차마 크로켓을 먹지 못하고 보고 있게만 하네요...
    강금희님...건강이 최고입니다..건강하세요

  • 14. 미스테리
    '04.9.14 11:22 AM

    엉엉...ㅠ.ㅜ
    요즘 벙개후에 자게에 재미붙여 정신 못차리다 들어오니 가슴찡한 사연담긴 크로켓이
    있었네요...^^;

  • 15. 수기
    '04.9.14 11:51 AM

    정말 이뿐 크로켓이네요...더불어 감동적인 사연까장...ㅜ.ㅜ
    저오늘 여러번 울고 갑니다..점심시간직전 괜히 들어와서는...
    맛난음식 사진만 줄창보고 침만 꼴딱이다가...지금은 또 괜히 울적해지는...

    뭡니까? 이게? 나빠요~~82cook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6. 은맘
    '04.9.14 1:39 PM

    저두... 목이메여... 저 크로켓 못먹을것 같애요.

    그치만....

    만든사람의 정성을 봐서리...

    어쩔수 없이 한개만 달랑 집어옵니다. 참말 어쩔수 없이 -.,-

  • 17. julliana
    '04.9.14 3:56 PM

    @.@ 저 눈 튀어 나왔어요.
    며칠전 부터 감자 크로켓을 간식으로 해주려고 레시피 여기 저기 찾아 보고 다녔는데
    칼라 프린터로 좌~아~악 뽑아 두었는데, 강금희님게서 벌써 하셨네요.
    제가 찾던 소고기 양념헤서 조물조물~~~ㅋㅋㅋ
    참, 맛있어 보여요. 우리 강~쥐들 너무 좋아겠네요.

  • 18. 비니드림
    '04.9.14 6:46 PM

    동글동글 이뽀요~ 맛있게 한입! 먹고가여~~

  • 19. 이혜경
    '04.9.14 10:18 PM

    우앙~ 눈물나요....너무 감동적인 글인것 같아요...
    저도 지금 멀리 떠나와 있는데 엄마가 당뇨라고 하는군요....
    엄마가 보고싶어서리.....

  • 20. 경연맘
    '04.9.14 11:27 PM

    아까워서 못 먹겠는걸요...
    엄마한테 잘 해드려야하는데..항상 마음뿐이네요..

  • 21. 레아맘
    '04.9.15 4:49 AM

    눈물의 크로켓....
    넘 이쁘게 빚으셨네요..

  • 22. 신진연
    '04.9.16 6:25 AM

    중학교 가사시간에 만들어 먹은 감자크로켓이 생각나네요.
    저도 안동출신인데 안동여중 나왔거든요. 여기서 안동분 만나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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