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7 & 7
새내기 직딩시절,
일 도와준거 웬수 갚는다며 퇴근길에 동료하나가 칵테일 한잔 사겠다하더이다.
하드웨어 상태로봐서야 딱 거절하고 저의 도도함을 한층 더 끌어 올렸어야했지만,
그노무 칵테일이라는 묘한 매력땜시 못이기는척 따라 나섰죠.
꽤 넓직한 또랑 같은델 들어갔습니다.
그땐 칵테일 바람도 불기전이고 워낙 그방면에 아는바도 없었던지라
제것까지 시켜달라했더니,
메뉴판에도 없는 쎄븐 앤 쎄븐을 주문하더군요.
앗, 이넘이? 슬슬 흥미가 좀 생기더이다.
그때 주문 받아갔던 종업원 당근 되돌아와서는
모르는거라서 못 만든다하니 다른걸 주문해 달래요.
그러자 부드럽고도 여유있는 목소리로 간단한거니까 그냥 만들어주십쇼 하믄서,
톨 글래스에 얼음 담아서 진(Gin)을 7부가량 넣고 나머지는 사이다를 채워주시면 됩니다 하는것이죠.
하드웨어 상태가 상당히 심각했던 그자가 살짜쿵 멋있어보이는 환각증세가 슬슬 시작하려고 고개를 들더군요.(여자들은 이거 조심해야합니다)
자기가 단골로 가는 칵테일 빠가 있는데 주인장이랑 친하게 지내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나요?
잠시후 배달된 7 & 7을 맛보니 맛또한 먹을만 하더라구요.
칵테일이라고는 TV에서 줏어들은 핑크레이디, 진토닉, 마티니...뭐 이런것만 있는줄 알았었고,
그런걸 맛볼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시도해본 그 칵테일들은 한마디로 훌떡 깨는 맛이었기에
그 뒤로는 칵테일이란 괜히 돈 버리고 오바이트 쏠리는 짓거리로 딱 도장을 찍었던터라,
이 자와의 7 & 7은 상당히 신선했습죠.
암튼 그걸 홀짝거리며 영화 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쪽에도 꽤 박식함을 드러내더군요.
이넘이 이쪽까지? 슬슬 더 호감이 파~악 갈려고하는데,
“영화 인투더스톰을 보면 말이죠, 거기서....뭐라뭐라뭐라..."
가만있자...인투더스톰...인투더스톰....인투더스톰?
한 영화광했던 제가 한참 짱구를 굴리다,
“키아누 리브스 나오는 폭풍속으로를 말하는 건가여?”
“네. 그 영화를 보면....뭐라뭐라...뭐라뭐라...씨부렁씨부렁...”
헉. 아니 이작자가?
그때 그넘 구라의 깊이가 온몸으로 느껴져 씁쓸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섰죠.
걍 번역해준대로 말을 하든가...
그 영화의 원제는 써핑 용어인 포인트 브레이크(Point Break) 였습니다.
난척도 정도껏했어야지 이넘아...
뒷기억은 안좋았지만 암튼 그자와의 7 & 7을 계기로 다시 칵테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바텐딩을 배우네어쩌네 깝죽거리기도 했습죠.
나중에 7 & 7은 진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씨그램스 7 크라운(Seagram’s 7 Crown)이라는 미국산 위스키에 쎄븐업을 섞어
이름이 7 & 7 이 되었다는 유래도 알게됐구요.
진을 컵의 7부를 부어서 7 & 7인양 말하던 그넘.
그넘이 그러면 그렇지...진즉에 그 구라는 알아봤다만...
제 기억으로는 그리 심하게 독하지 않았던걸로봐서 그 또랑 쥔장도 아까운 술을 7부씩이나 붓지는 않았던거같아요. 적당히 바닥에 살짝...
그래서 맛없는 진도 사이다 맛에 묻혀 먹을만 했었겠죠.
7 & 7의 정확한 레시피는,
긴 잔에 얼음 채우고 위스키를 1온스(30ml) 부은다음, 나머지는 사이다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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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일밥과 칭쉬를 선물함으로써 저를 이 사뜩한 폐인의 길로 이끈 친구가
요새 중독 1기의 심각성을 보이고 있는 저에게
그 옛날 따라다니던 한트럭의 장정들(?) 얘기도 좀 써보라고 농담하길래
거기에 탄력받아 있지도않은 과거를 들추기다 괜히 7 & 7 한잔 만들어
씰데없는 너스레를 기~일게 떨어봤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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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혜경
'04.3.9 2:25 PM하하하...
시리즈 기다립니다요...
이거 큰일이네, 급한 원고는 안써지고..여기서 죽치고 있으니...2. moon
'04.3.9 2:25 PM밴댕이님..저 팬클럽 회원할래요...
어쩜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세요??
부럽습니다.
" 인투더스톰??" 에서 입에 있는 커피 뿜어낸 moon이...
" 또랑같은데.." 이 부분에서도 커피 쪼금 뿜었습니다...^ ^;;3. 아라레
'04.3.9 2:30 PM저 밴댕이님 소프트웨어에 슬슬 맛이(?) 가고 있잖아요. ^^
4. ellenlee
'04.3.9 2:33 PMㅋㅋㅋ 넘 재미있어요~
밴댕이님 너무너무 멋쟁이실것 같아요,저도 시리즈 기다립니다요..^^5. 훈이민이
'04.3.9 2:43 PM전 은근히 그 작자랑 어찌어찌되었다는 스토리를 기대했네요.
ㅋㅋㅋㅋ6. beawoman
'04.3.9 2:46 PM밴댕이님 예술입니다. 예술........
7. 밴댕이
'04.3.9 2:52 PM하하..그 작자 지금도 어디서 구라치고 있겄지요?
시리즈 없습니다요. 시리즈 나올만큼 만난 넘들이 없사와요.
인생 헛살았습죠.8. 미백
'04.3.9 3:01 PM푸하하하, 안됬네요 그작자.. 구라도 칠사람한테 쳐야지...딱 걸렸네요....
솔직히 저도 그리하야 어찌어찌된 사랑 스토리를 기대했건만...
쪼금 아쉽네요...9. 로로빈
'04.3.9 3:17 PM우리 옛날에 데이트 했던 (당연히 한 번 아니면 몇 번 밖에 안 만났겠죠?)
사람들 중 worst를 서로 뽑아 보는 게 어때요?
제 머리속에도 이미 여나믄 명이 떠오르는데요... 그 중에 worst를 꼽으라면
일명 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내 말만 듣고는) '썰렁맨' 이 있습니다.
정말 기막히게 썰렁하면서도 구라도 심하고 그랬어요.
엄마가 여섯 번은 적어도 만나보고 싫다고 하라 그래서 할 수 없이
네 번 만나고는 집에 가서 죽기살기로 대들어서 끝장냈죠. (엄마친구 아들이었음)
디테일은 밴댕이 님만큼의 글솜씨가 없어서 글로는 차마 다 못 풀겠네요..
말로는 한 시간도 하겠건만...10. 밴댕이
'04.3.9 3:49 PM로로빈님, 여나믄명이나요?
썰렁맨 얘기좀 해주세여~~~~~~11. 깡총깡총
'04.3.9 4:05 PM전 핑크레이디 먹어보기도 전에 냄새맡고 속이 울렁울렁 거려 혼났어요
제가 제일로 싫어하는 머리아픈 향이라 ..
칵테일에 대한 환상이 홀라당 깨져버렸네요.
밴댕이님 글 너무 재밌어요. 저처럼 직딩이지만 별로 바쁘지 않은 여인네들한테
정말 고마우신분이여요 ^^12. 마플
'04.3.9 4:09 PM마자여 구라으~~~~깊이...
이거 조심 또조심해야하는디....13. 치즈
'04.3.9 4:15 PM크하하하....
밴댕이님 너무 재미있게 보았어요.
시리즈 나올 만큼 넘덜이 안되더라도 구라로 시리즈 이어가실 생각 없으셔용? ㅎㅎㅎㅎ14. 홍이
'04.3.9 6:06 PM로로빈님 거 잼나겠네요.전 선을 노무노무 많이봐서 쓰라면 글이 잼없어서 그렇지 징헌놈들도 많았어요..나중엔 엄마가 선보러 나가라구...모하는사람이야?(엄마 모름) 나이는?(엄마모름)내참!!!!!!!!!!!!!정말 징허게 많이 봤씁죠,,,한참 잘나갈땐 하루에 두번 세번 본적두 있어요.나중에 애프터해서 만날땐 헷갈렸음...누구한테 먼말했나..근데 결혼은 엉뚱한사람하고 하데요...
15. 쭈야
'04.3.9 8:17 PM왕구라쟁이 남자네요. 쿠~ㄱ 사진 7&7 너무 이뻐요. 연보라색 필터 쓴 거 같아요.
16. 푸우
'04.3.9 8:42 PMㅎㅎㅎ 재밌어요,,
앞으로도 이런 재밌는 이야기 들려주세요~~17. 이론의 여왕
'04.3.10 12:58 AM밴댕이 님, 너무 재미있어요!!
18. june
'04.3.10 2:25 AM진을 7할 채워 달라는 말에... 갑자기 할.푼.리.가 헷갈려 버렸단거 아닙니까... 인투더스톰...함 써먹어 볼까요 ㅋㅋ 잼나는 이야기 계속 들려주세요~
19. 별똥별
'04.3.10 10:51 AM급하게 찬거리 눈팅할려고 들어왔다가는 또 이렇게 리플까지 다 봐야하는 빨리쿡때문에 나의 게으름은 또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지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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