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팥죽한그릇의 추억...
담쟁이 |
조회수 : 2,089 |
추천수 : 37
작성일 : 2003-12-23 15:58:13
어제가 12월 22일 동지였지요.
모두들 팥죽한그릇 드셨는지...
팥죽한그릇이 한해의 액귀을 막아준다고 어릴때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아! 어릴때 생각이 나네요.
제가 어릴때는 동지가 큰 절기가운데 하나였거든요.
동지가 되면 친구들이랑 뒷동산에 올라가 새알을 찾아 헤메던 생각이 나네요.
동지만 되면 할머니랑 고모께서 새알을 빚으면서 장난삼아 뒷산에 가서 새알을 주워오라고 하셨죠. 그때는 새알을 내 나이대로 주워오지 않으면 그날 팥죽도 먹지 못한다고 어름장을 놓으셨거든요.
어른들의 장난기에 나와 친구들은 뒷산을 헤메이면서 정말로 새알을 줍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느낌에 이산 저산을 하루종일 뒤지고 다녀야만 했죠. 그렇지만 새알을 줍기란 하늘에 별따기였죠.
그것도 새알을 내 나이만큼 주워와야만 한다고 했으니...
결국 우리는 제풀에 지쳐서 새알은 하나도 줍지 못하고 울상인채로 집에 돌아오면 할머니께서 웃으시면서 새알없는 팥죽을 먹어야 한다고 하시곤 했죠.
하지만 저녁상위에 제 팥죽그릇에는 새알이 동동 띄워져 있는걸 보는 순간에 그 기쁨과 함께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곤 했던 추억...
해년마다 속으면서도 몇년을 그렇게 동지만 되면 친구들이랑 뒤산을 뒤지면서 새알을 주우러 다니기도 했죠.
또 하나의 추억은...
동짓날 저녁이면 친구들 모두 바가지 하나를 가지고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면서 "팥죽좀 주이소"라고 소리치면 어느 집에서든지 그날만은 넉넉히 바가지에 가득 팥죽을 주시곤 하셨죠.
집집마다 얻어온 팥죽은 어느 친구의 집에 모여 앉아 밤 깊은 줄도 모르고 키득거리면서 한손으로는 김치를 한손으로는 팥죽을 한입가득 물고는 어느집의 팥죽이 맛있는지를 가늠 하곤 했죠.
그날만은 모두가 넉넉한 시골의 인심이였죠.
동짓날만 되면 팥죽 얻으러 다닌 꼬마들로 동네가 시끌벅쩍 했던 내 어릴때 시골집...
지금은 동지가 되어도 팥죽한번 끓어 먹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지.
그때 팥죽얻어 먹으면서 동네를 돌았던 내 어릴때 소꼽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는지...
동지의 추억들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아마 나와 같이 동지의 추억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동네를 돌면서 "팥죽 한그릇 주이소" 라고 외치는 어릴때의 추억을...
그 추억때문인지 동지만 되면 팥죽 한그릇은 꼭 먹어야만 될것 같아서 해년마다 팥죽을 끓이게 되죠.
올해도 넉넉한 기분으로 시부모님과 동서네를 불러서 넉넉한 팥죽 한그릇의 추억을 만들어 보았답니다.
비록 보잘것 없는 팥죽 한그릇이였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넉넉한 팥죽 한그릇에 저의 행복을 담았답니다.
팥죽 한그릇에 제 추억까지 듬뿍 담아서...
* 김혜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2-23 19:36)

에어컨을 판매하는 조그마한 가게에서 남편을 도와주고 있는 14년차에 아들(13) 딸(11)살을 두고 있는 어설픈 주부라고 합니다. 항상 삶에 최선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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