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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친정식구 저녁 대접하다

| 조회수 : 5,807 | 추천수 : 54
작성일 : 2003-05-05 17:30:28
어제는 친정 식구들이 놀러왔습니다.

엄마랑 언니 두명의 가족들 11명이
24평 작은집에 와글와글 재미있었습니다. ^^

저희 집은 24평인데 방을 3개 내느라고 마루를 좁게 만든 모양이에요.
마루에 테레비를 놓고 맞은편에 앉아 뉴스를 보자면
앵커 거 누굽니까 엄기영인가?
그 아저씨랑 마치 마주보고 앉아 얘기 듣는 거 같아요.


아무튼.. 그렇게 좁은 사이에 교자상을 두 개 놓으려 하니
사선으로 놓게 되길레 너무 우껴서 그냥 방에서 책상으로 쓰는 식탁을 데리고 나와
마루의 식탁과 붙여 의자 7개 주루루 놓고 앉았습니다.


어쨋든 본론은요 ^^
친정 식구들에게 뭘 해주나 일주일 전부터 고민하며 괴로워 하다가
(할줄 아는건 없고 뭔가는 잘해야겠고.. 현실과 이상의 안맞음에서 오는 괴로움이죠)


손말이김밥과 데리야끼 닭야채 꼬치-회 한 접시를 주 종목으로
3일 전부터 준비에 돌입..(남편 왈: 도대체 뭘 3일 전부터 할 것이 있다고?)


손말이김밥 안에 넣는 재료의 화려함으로 승부를 볼 속셈에
전날 밤에는 남편과 마주 앉아 한석봉 부자처럼
재료 채썰기를 했었어요..
우리끼리 먹는거였다면 채를 왜 써냐, 대충 잘라 먹자 하면서 뭉텅 먹었을
게으른 냠냠주부..-_- 에겐 정말 인내를 요하는 작업이였죠..


지난번에 프로방스에서 구입한 포도-딸기 접시 4개를 꺼내어
햄-맛살-오이-달걀지단-무우순-깻잎-노란 단무지채을 동그랗게 두르고
날치알 가운데 놓고 그 외 메뉴를 첨부하여 상을 차렸는데요..


제가 평소에 대체 어떤 모습으로 보였는지..뭐 짐작이 아주 안되는건 아니지마는..
엄마-언니와 형부들..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김을 말아 드셨죠..

네가 차려준 밥상을 받아 보다니 영광이다 부터 시작하여
회사 다녀와서 채는 언제 썰었냐는 둥
이런 음식은  어떻게 개발했냐는 둥.. (내가 개발은 무슨..흐흐)


맛있다고 좋아하시며 드시니
뿌듯해진 저..그 가스렌지 죽일 뻔 해가며 와르륵 끓인
맛간장을 꺼내어
언니들과 엄마에게 방문 기념품으로 한 병씩 나눠 드렸죠..

엄마는 찍어서 맛을 보시더니.. 하이고 잘 만들었네, 하시믄서 과잉칭찬(?) 해 주시고..

이렇게 별 거 아닌걸로 칭찬받고 업(up)되어
흥분한 저, 음식 다 먹고 안주거리를 또 야심차게 준비해논 것으로
꺼낸다고 설치다가
한 번도 안쓴 크리스탈 안주그릇을 날려 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날렸어요.
무슨 부메랑 날리듯이 홱 날려서 박살을 내고 망연자실..

어쩔 수 없이 그냥 보통 접시에 안주 담고요..
다들 맛있게 드시긴 했죠..
저는 비닐봉투에 분해되어 담긴 안주접시만 흘깃거리고..

그 정신에
일밥에서 보고 구입한 츄로스를 구워
조카들 먹이고..또 그러면서도
야,야, 설탕 떨어진다, 접시에 대고 먹어,를 외치면서..ㅋㅋ


이렇게 썰기 외에는 별 다른 스킬이 필요없는 음식으로
친정 식구들 대접 잘 했구요..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회사 다니랴 이런거 준비하랴 애쓴다고요. 으흐흐

저도 언젠가는 김혜경님이 사진으로 올리신 그 화려하고 먹음직스런 생신상차림,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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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커피우유
    '03.5.5 7:54 PM

    예쁘게 사시네요.. 남편분도 착하시구...
    저도 며칠전 광주요 다기뚜껑깨고 무지하게 심란했습니다. 제손으로 깼기에 망정이지..남편이나 애기가 깼다면.. 으윽 ~~
    어제 강남신세계 갔다가 광주요매장이 있길래 기대도 안하고 뚜껑만은 안팔죠? 하고 물었더니
    판다고 하더군요. 값은 42,000원입니다(뚜껑 하나에...)
    저같은 사람이 또 있나봐요
    좀 위안은 됬지만 선뜻 사게는 안되더라구요, 하지만 나중에 꼭 살겁니다(혼자만의 다짐)

  • 2. jasmine
    '03.5.5 8:04 PM

    오늘도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재밌게 봤어요.
    제 전공이 바로 별 다른 스킬 없이 눈으로 죽이는 음식의 개발입니다.
    동지 만나 기뻐요.

  • 3. 김혜경
    '03.5.5 9:16 PM

    냠냠주부님 정체를 밝히세용!! 혹시 제 예전 직업과 비슷한 직종??
    수필집을 집필하셔도 될 듯한 글솜씨....
    매일매일 올리세요~~

  • 4. 냠냠주부
    '03.5.5 10:42 PM

    허걱.. 놀란 가슴 냠냠..^^;;
    전 잡지사는 아니고요.. 그냥 출판사 편집부에 다녀요...흐흐흐
    어린 아그들 영어교재랑 그림책 등등을 만들지요..
    (헉..영어조기교육을 부추기는 원흉이라는 나의 정체를...드러내다)

    그나저나 주인장님, 앞으로 별 솜씨없어도 눈으로 죽이는
    요리법도 마니마니 소개해 주세요-- 으흐흐

  • 5. 김화영
    '03.5.6 12:26 AM

    전 본적도 없는 그 크리스탈 접시가
    왜 이리 아까울까요.
    사실은 저 중학생때 엄마가 그 당시에 어렵게 사서
    장식장에 진열해놓은 크리스탈 포도주잔 한세트 8개를
    한방에 `날려버린' 전과가 있어요.
    동생이랑 집안 뛰어다니다가 하필이면 제 어깨가
    장식장을 비껴맞았는데, 워낙 `한 어깨' 하다보니 장식장이 휘청하면서
    포도주잔이 추풍낙엽처럼 곤두박질하면서 쨍그랑!
    올해 어버이날에는 왜 그 사건이 이리 삼삼한지
    크리스탈이나 좋은 접시류로 선물 사드려야 할까봐요.

  • 6. 캔디
    '03.5.6 7:42 AM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네요. 글을 남기지 않고는..
    너무 웃겨서 일하다 말고 기이-냥 막 웃음을 터뜨렸네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에 선하게 글을 쓰시네요. "맛간장 체험 수기"에 이어 정말 즐거웠읍니다.(??)

  • 7. 김수연
    '03.5.6 10:30 AM

    유리깨기에 진한 기억은 저에게도 있죠.
    어릴때 옆집이 3중강화유리로 온집안(커다란 2층집이었죠) 유리창 갈이 한다고 계단에
    잘 세워놓은거 난간타고 주르르 내려오면서 제 엉덩이로 한큐에 보낸 적이 있었거든요.
    어찌나 황당하던지... 엄마, 아빠가 혼내지도 못하더라구요.

  • 8. 호이엄마
    '03.5.6 5:36 PM

    냠냠주부님.. 우리 호이가 귀사의 출판물을 무료나(*^^*) 저렴하게 (^^;;;) 접할수있는 기회를 언넝언넝 주시기를 간곡히 촉구하는 바이옵니다. 조기영어교육이란 말에 귀가 쏠깃해지네여.. 전 맨투맨 기본영어 1권 시댁가서 몇장 읽구 공부하구 왔다는거 아닙니가.. 애미가 영어가 돼야 호이가 영어가 되죠?

  • 9. 김화영
    '03.5.7 10:52 AM

    말 나온김에 냠냠주부님,
    애들 영어교육에 대한 글좀 올려주세요.
    아니면 책 만드시니까 그쪽 정보도 많으실테니까
    어떤 책이 좋다, 어떤 기준으로 영어책 고르라 뭐 이런거 가능할까요.
    우리 아이들은 외국서 사온 `Curious George'라는 원숭이 이야기를
    한 20권쯤 되는데(전부 갱지로 만든거) 제가 목 쉬도록 얘기해줬어요.

  • 10. 이유경
    '03.5.13 1:44 PM

    어쩜 이렇게 다들 열심히들 사시죠? 넘 부럽고 제가 부끄럽네요.
    저도 이제부턴 일요일 아침이라도 제손으로 밥을 지어서 남편이랑 애들 먹여야겠어요.
    자주 들어와서 열심히 배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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