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에도
은행나무 숲이 있다고 해서, 길을 나서 보았습니다.
우리 집에서 삼십분 차로 나오니,
이리 한적하고 예쁜 거리가 나옵니다.
커피 한 잔 땡깁니다.
커피 잘 내리게 생긴 관상의 아저씨가,
얼마전 떠난 챈들러가 다닐 거 같은 커피숍에서 한 잔 건네 줍니다.
인테리어 빠방한 커피전문점을 이리저리 뺨치는 건,
사람만한 분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을엔 떠나지도 말라켔는데,
이리 기어이 찾아가 만난 숲에는
나무가 가진 마음처럼 가을이 조랑조랑 달려 있습니다.
미국은 은행나무가 귀합니다.
아마 우리처럼 가로수로 심겨진 곳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 것입니다.
80년전에 UVA 대학교 정원에 심긴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에서
씨발아해서 삼백그루를 이곳 State Arboretum of Virginia 정원에 심었다고 합니다.
그 할배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이역 멀리 사는 다른 사람들은
마음 한자락을 늘 한국에 두고 있습니다.
저에게 한국은 나무고, 숲이고, 음식이고,
함께 한 사람인데..
저를 이곳으로 이끈 분은
내가 사는 이곳을 나무고, 숲이고, 음식이고,
함께한 사람으로 하나씩 풀면서..
도장깨기를 해 나가시고 계십니다.
우리와 전체 인원 사진찍기를 교환한
중국인 가족입니다.
온 가족들 특히, 할매들의 힙한 패션이 죽였습니다.
온갖 사람을에게 전체샷을 부탁했었지만,
역시 아시안인이 사진엔 최고입니다.
알아서 척척
여러장도 찍어주는 젊은 손자를 바라 보며,
자신들도 찍어 달라 할 참으로
옆에서 힙한 할머니들
외투 벗으며 헛둘헛둘 기둘리며 워밍업 중이십니다.
사랑해요!
은행나무숲!
더 없이 아름다운 미모가
파아란 하늘아래 빛났고.
천하제일미인 나무의 말 못할 비밀인 똥냄새는
찬란한 미모 앞에 미미할 뿐.
숲으로 가는 길에 만난 들꽃
지난 일년을 살아내고
장하게 마무리하는 순간도 알아줍니다.
오래된 건물이 주는
낡음의 애틋함과 평안,
어디에서든 피어나고야 마는
아름다움의 힘에도 감명을 받습니다.
귀갓길에는 따뜻한 국물과
술술 넘어가는 국수로 위장을 달래 줍니다.
돌아가는 길에 과수원도 들립니다.
아까운 사과들이 이리 떨어져 있네요.
아깝데이~
하늘이..
구름이..
산의 선들이 다 하고 있는 풍경입니다.
사과 한 박스를 삽니다.
쌉니다.
32불
언니들이 큰 손으로 농산물을 담고 있는 농장 건물 안,
창 밖에서 가을이 무더기로 들어 옵니다.
가을도 도매로만 거래 되는 곳 같습니다.
다시 은행나무 숲을 떠 올려 봅니다.
그리고
그 보다
실상은 더 아름다울지 모르는
스스로의 정원을 생각해 봅니다.
잠시 시선이 머물렀던 곳에서도
그 따스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은행나무 숲 체험이었습니다.
장소 : State Arboretum of Virginia
날짜: 10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