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만인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연이틀 남자 두 명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 남자는 30대 시절 직장동료, 이틀 후 남자는 저한데 가끔 상담오는 남자인데
두 남자 다 전혀 연애하고는 상관없습니다.
첫째 날은 낮술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입니다.
와인을 제가 한병 갖고 갔습니다.
문제는 이 친구가 다리에 염증이 생겨 술을 못 한답니다.
임원까지 하고 퇴직한 친구는 무려 한 직장에서 삼십 년 넘게
다녔습니다. 저는 13년 다녔구요.
하루 일과를 물어보니 퇴직 1년 차는 동네 뒷산에 다녔고
지금은 공인중개사 공부한다고 학원에 다닙니다.
"왜그리 집중이 안되나 몰러"
"재미가 없으니까 글치"
"그래, 재미 없어"
"집에 있기가 너무 불편해"
"집사람은 하루를 어떻게 지내?"
"뭐 여성회관인가 일어? 영어 배우러 다니고 친구들 만나고"
그닥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자꾸 돌아보게 되구나."
이 친구 삶을 집단 이동으로 보면 제도교육에서 군대 그리고 회사
그 사이 가정을 이루었고, 책임을 다하고 나니 덩그런히 혼자라는 생각이
드나 봅니다.
그래서 자주 우울하다고 합니다.
단순하게 살기가 어려운 나이입니다.
두번 째 날 만난 남자는 아파트를 산 적이 없어 집 구입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밥을 산다고 합니다.
여름에 맛없는 횟집에서 점심 식사입니다.
상담을 오래하여 거의 일상을 아니 그닥 할 말도 없고
노후에 뭘 할 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였습니다.
두 남자의 공통점은 나이가 58~59세
남은 날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나이입니다.
게다가 한 가지 일만 쭉 해와서 특히 사무직한 친구는 평생 해 온 일이
사회에 전혀 호환이 안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두 사람 다 뭘 해야할까에 계속 질문이 집중됩니다.
제가 꼭 뭘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그럼 어떻게 살아?
부동산에 돈이 다 묶여 현금이 없는 게 두 사람의 공통점입니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나이 들어 집 밑에 돈 좀 그만 깔고 살지"
"국민연금 조기 수령해서 좀 편하게 살아"
"뭘 좀 재밋게 놀면서 살면 안돼"
연이틀 그렇게 사람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무거웠습니다.
50대 후반,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질문이 훅하고 들어옵니다.
동네술집 안주입니다. 정재형식 삼겹배추술찜
식당에서 먹다가 싸 오는 거 안하는데 와인을 적게 넣은 게 한이 되어 ㅎ
집에 와 와인 반병을 딥다 부어 두 끼 먹는데 시겁했습니다.
저 국물이 다 와인입니다. 남은 반병은 그 자리에서 마셔주고^^
밥 먹으러 오는 녀석들 중에 젤 가까이 오는 똘이녀석입니다.
지 이름이 똘이인 줄 몰라요.^^
제가 나타나면 어디서 잠복했다 나오는지 구신같이 냐옹냐옹하면서
간식 내놓으라고 다리 옆을 지나가고 노랠 부릅니다.
다 먹고 그냥 가기는 미안한지 1미터쯤 떨어져 갸륵한 눈빛을 보냅니다.
똘똘해서 똘이라 지었습니다.
약간 지루한 여름날 오후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모두 무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