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리 오래 집구석에 있었던 적은 아마도 처음이지 싶습니다.
10대부터는 가출은 못하고 대신 거리구신이 들려 싸돌아 댕기고,
30대는 건물 안에서
40대는 전국을 돌아댕기고
50대 중반까지는 건물과 그 밖을 번갈아 살아왔고
밥벌이든 여행이든 밖에 있는 날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저는 제가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여태 생각했습니다.
아니더군요. 자면서도 들리는 빗소리에 아으으 지겨워 합니다.
할 짓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냉장고에 남아있는 채소를 꺼내어
반찬을 기특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살면서 장조림, 첨 했습니다.
히트레시피 찾아보니 쟈스민님 레시피, 경건하게 들여다봤습니다.
덕분에 쉽게 만들었습니다.
트레이더스같은 대형마트가면 저처럼 혼자사는 사람에게 넘볼 수 없는 것이
소고기같은 종류입니다.
저는 냉장고도 작고(88리터/모텔 냉장고, 그래도 냉동실 따로 있습니다.^^)
지난 달부터 이놈의 다이어트한다고 호주산 등심을 한 팩 샀습니다.
두어번 구워먹고는 도저히~
요리물음표에서 등심 검색해봐도 등심으로 할 수 있는 건 구워먹는 거말고
불고기? 양념이 없습니다. 집에 있는 건 간장, 소금 2종, 후추, 올리브유
그 흔한 참기름도 없습니다.
그래서 남은 고기들을 죄다 장조림했습니다.
아새끼들 삶아도 먹였으나 이 놈들도 질리는지 도저히 감격을 하지 않습니다.
새끼들, 돼지고기도 아니고 소고긴데ㅎㅎㅎ
얼마나 칼질을 할 줄도 모르고 하기 싫은 지 진짜 대충 썰어봅니다.
왜 호박씨는 안 먹나?
이게 땅으로 가면 수백개의 호박이 될 건데 음냐~
이래놓고
평소같으면 밥 위에 죄다 올렸을 터
사진찍는다고 접시 다 꺼냈습니다.^^
장조림 국물로 조린 겁니다.
이렇게 차린 걸 책상으로 죄다 들고 와 인터넷 보면서 잘 먹었습니다.
이 정도면 아주 잘 차린 밥상입니다.
보람찬 하루의 절반을 보냈으니 이제 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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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틀 전 극장에서 봤습니다.
결은 다르지만 넘버 3, 초록물고기, 부당거래, 내부자들, 달콤한 인생
그리고 신세계가 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비열한 거리도 있어요)
조폭이 주인공인 잘 만든 영화입니다.
황정민 배우는 국제시장이후 여러 편에서 이미지를 남용하여
어느 순간 좀 지겨워졌습니다.
황정민도 이걸 아는구나,
이 작품에서 중반부까지 휑하게 나옵니다.
휑한 표정이 남습니다.
이정재는 멋을 잘 압니다. 비쥬얼이 아주 좋지요.
이 두배우의 목소리가 아쉽습니다.
액션에는 몰입할 수 있는데, 그만큼 대사가 찰지지 못한 거지요.
목소리좋은 배우는 누가 있나?
단연 이병헌입니다. 황정민, 송강호는 말투에 사투리가 섞여 있지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유재명도 그렇습니다.
배우에게 목소리가 타고나야 하구나
(그걸 뭐라고 하기도 참 어렵네)
배우는 공공재? 맞습니다.
지금 한국영화 속의 남자배우들을 쭉 적어봅니다.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 한석규, 정우성, 이정재, 조인성, 김윤식, 조진웅
설경구, 하정우, 황정민 또 누가 빠졌나?
강동원, 원빈도 있군요. (이선균, 유지태, 무뢰한의 김남길)
다 좋아합니다. ㅎㅎ
박정민 배우, 나혼자산다에 나오는 거 보면서
이 친구 꽤 지 세계가 강하구나싶었는데 영화 나올 때마다
저 얼굴에 저 체구에?
타고난 천재성에 저 끼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노력? 연기는 그것만으로 안돼
매번 궁금한 배우입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는 이가 박정민입니다.
또 옆길로 샜습니다.
추신) 전국이 물바다로 생사를 오고가는 상황에 노니 좋다는 말이 제 속은 아닙니다.
토지문학관은 괜찮을 지 걱정되고 가을 추수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