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에 특파원으로 나가있는 소년공원 나와주세요!
네, 여기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쌀국에서도 한참을 더 시골로 내려가야 하는, 그래서 체감 거리는 마치 지구에서 명왕성까지 정도로 여겨지는 명왕성입니다.
소떼들이 풀을 뜯고 봄꽃이 만개하는 애팔래치아 산맥 자락의 명왕성 마을에도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고, 그 숫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말에 주지사가 행정명령을 내려서 모든 학교는 여름방학 할 때 까지 문을 닫았고, 음식점이나 커피숍은 오직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도록 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극장이나 공원 등의 오락 시설은 "비필수 사업장" 으로 분류되어 모두 문을 닫았지만, "필수 사업장"인 식료품점, 약국 등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사회적 거리 2미터를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동네 산책이나 조깅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파원인 제가 직접 식료품점을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한국만 제외하고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지만, 소년공원네 가족은 어디선가로부터 마스크 몇 개를 조달했습니다.
사실 이주일에 한 번 마트에 가는 일 말고는 외출을 할 일이 없어서 식구 수대로 마스크 한 개씩만 있으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나이가 한 자릿수 일 때 착용해본 이후로 처음 써보는 마스크라서 무척 어색했습니다.
마스크가 안쪽 바깥쪽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지금 이 모습이 바르게 착용한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콧대가 낮아서 그런가, 마스크가 자꾸만 눈위로 기어올라와서 물건을 살펴보고 고르는데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이상, 명왕성 마트 주차장에서 소년공원 특파원이었습니다!
사실을 보도하고 현장을 전달하는 기자라는 직업은 제가 감히 흉내내기도 힘든 대단히 중요하고 훌륭한 직업인 것 같아용~
ㅎㅎㅎ
지금 현재 한국에서 이 직군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고, 힘들더라도 제대로 잘 일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명왕성에도 러쉬아워 라든지 병목현상, 교통정체가 아주 없는 건 아니랍니다.
이 나들목은 명왕성의 상습 정체구간이었는데요...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외출을 하지 않으니 도로가 이렇게 텅텅 비었어요.
라디오에서는 사람들에게 힘내라며 좀처럼 틀지 않던 옛노래를 틀어줍니다.
사이먼과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라든지, 오만 미국인 가수들이 함께 불렀던 [위 아 더 월드] 같은 노래가 막 나와요 :-)
그리고 보통은 라디오 방송국의 이름과 현재 흘러나오는 노래의 제목이 보이는 곳에 지금은 [손을 자주 씻는 것을 잊지 마세용~] 하는 글귀가 나오더라구요.
요즘 미국의 석유값이 많이 내렸어요.
올해 초와 그 이전에는 1갤런 (3.7...리터) 당 2달러 30 센트 정도 했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이 값이네요.
하지만 갈 곳이 없는데다, 제 차는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라서 싼 기름값을 누릴 기회가 오질 않네요 :-)
적막한 거리를 드라이브하다가 모처럼 차가 가득한 주차장을 보았어요.
알고보니 오늘이 부활절이라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였어요.
크리스마스 만큼이나 기독교에서는 큰 명절이 부활절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열 명 이상이 모이면 안된다는 행정명령 때문에 정기 예배는 진작에 온라인으로 대체했지만 오늘만큼은 이렇게라도 축하를 하고싶었나봅니다.
사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종교에 의지하고싶은 사람들이 많을테니,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것 같은 일요일 아침 시간을 이용해서 마트에 가서 2주일 정도 먹을 식량을 사왔어요.
온가족이 하루종일 집에서 지내니, 예전보다 식품 쇼핑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아무나 원할 때 쉽게 집어먹을 수 있도록 씻고 썰어서 담아두었어요.
예전에는 조금씩 사다가 홀랑 먹고 치우는 방식이었지만, 요즘은 마트에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예전의 두 배 정도의 양을 사와서 쟁여두고 먹습니다.
그렇다고 사재기를 하는 건 아니고요...
과일이나 채소를 함부로 사재기 했다가는 음식물 쓰레기만 넘쳐날테니까요 :-)
김치 냉장고 덕분에 과일이나 음료수를 따로 보관할 수 있어서 다행이예요.
제가 오늘 사온 점보 블루베리는 알맹이가 왕따시만하게 큰데, 값은 보통 블루베리의 두 배이고요, 맛은 세 배로 맛있답니다 ㅋㅋㅋ
지하실에 있는 냉동고에도 일용할 양식을 꼼쳐 두었어요.
나의 사랑하는 김말이튀김, 남편의 사랑하는 꿀호떡,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쮸쮸바...
이것들을 부엌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는 하루 이틀 만에 다 사라지기 때문에, 이렇게 안보이는 곳에 숨겨놓은 거예요 :-)
(참, 저 쮸쮸바는 일본 글자가 적혀있지만 일본산은 아니고 대만산인가? 그래요 :-)
(일본제품은 방사능이 무서워서...)
지난 번에 제 블로그를 보시고 청와대 청원을 하셨던 님이 계셨지요?
이번에 민주당에서 공약인지 법안인지 모르지만,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더라구요?
이제까지 해본 적 없는 일을 처음 시작하려면 막막하고 서투르고 과연 이게 될 일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두손놓고 아무일도 안하고 있을 순 없지 않겠어요?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에이~ 그러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아니야, 그건 그렇게 될 일이 아니야...
그럼 이런 방법은?
글쎄? 난 저런 방법을 생각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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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Problem Solving 을 끊임없이 하다보면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사심이나 욕심없이, 길을 찾겠다는 순수한 마음만 가지고 끊임없이 함께 길을 찾아보아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님이, 문재인 대통령님이, 아마도 그렇게 일하고 계시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
제가 정한 수업시간 3교시를 마치면 점심을 배달하는 학교버스가 옵니다.
저희 학군내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나이나 가정소득 불문하고 누구나 버스정거장에 나가서 점심을 무료로 받아옵니다.
아래 사진에 저희 앞집 총각 - 사실은 고등학생 - 형제가 밥을 타러 가고 있네요 :-)
저희집 가정학교에는 저희집 아이들 말고도 학생 한 명이 더 다니고 있습니다.
엄마가 매일 출근해야 하는 "필수 직종" 종사자라서, 제가 맡아서 함께 가르치고 있는 중이에요.
점심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100미터 남짓하지만 꽃구경 하기에는 충분히 좋은 산책입니다.
(이건 우리집 아니고요 ㅎㅎㅎ 부지런히 정원을 가꾸는 앞집입니다 :-)
(요기는, 집은 저희집이지만, 꽃나무는 옆집 나무입니다 ㅋㅋㅋ)
둘리양의 베스트 프렌드는 애칭이 주주 인데, 성씨가 양씨라서 (부모가 모두 중국계입니다) 주주양양 이라 부르기로... ㅎㅎㅎ
점심 봉지를 열면 이런 것이 들어있습니다.
미국 음식-특히 점심-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주전부리 정도로 밖에 안보일 겁니다 :-)
이런 음식이니까 버스로 배달이 가능하겠지요.
일년 단위로 납품하기로 한 업체가 초중고등학교가 문을 닫으니 식자재를 버리게 되던가, 아니면 납품을 못해서 도산하게 될 상황...
학교 급식실 직원은 일한 만큼 시간 단위로 임금을 받는데, 학교가 문을 닫으니 월급이 0원...
마찬가지로 학교의 행정직원이나 학교버스 운전자들도 월급 0원...
소득 수준이 낮으면 공짜로 급식을 먹을 수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으니 밥을 굶게 된 상황...
아무도 모르게 학대받던 아이들은 그나마 학교에 가서 다정한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마음의 안정을 받다가, 이제는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게 되는 상황...
아이들 밥먹일 소득은 벌고 있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들 밥까지 챙기기에는 벅찬 저같은 부모...
그런저런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저희 동네 관할 교육청에서는 관내 모든 아이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준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는, 아무리 무료라지만 이걸 받아 먹어도 되려나? 고민했어요.
내가 안먹으면 다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혜택이 가는 것을 내가 가로채고 있는건가 해서요.
그런데 교육감님이 수차례 안내를 해주시더군요.
마음 편하게 누구나 와서 얼마든지 음식을 받아 가라고 말이죠.
아이들은 매일 학교 버스를 맞이하는 것을 무척 즐거워해요.
버스기사님과 음식을 나눠주시는 교직원 분들에게 하이~ 하고 인사하는 것이 외부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지요.
어쩌면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하루에 한 번 환하게 웃어주는 어른들을 만나고, 주전부리 같은 음식일 망정 한 끼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받아오는 것이 그저 즐거운 일과인 것이 아니라, 생존을 확인받는 결정적인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받아가서 2시간 안에 먹지 않을거면 반드시 냉장고에 넣어둬!
하는 쪽지도 들어있어요.
2시간 동안은 실온에 두어도 괜찮을 온도...
버스를 타고 배달하는 동안 한 시간 정도 이미 상온에 있었던 음식...
그 상태는 이렇습니다.
냉동 식품을 뜨겁게 데우지는 않고 그냥 얼음을 녹인 정도로 차가운 상태...
그래서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게 하고 있어요.
무척이나 부실한 식사로 보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 급식실에서 점심 먹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가정 학습 시키랴 재택 근무하랴 바쁜 엄마의 일손을 돕고, 부실한 식사는 제대로 차린 저녁식사로 보충하면 되니까, 저는 이 무료 점심을 무척 감사하게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민주당이, 혹은 정부기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지만, 틀림없이 프로블롬 솔빙! 해낼거라고 믿어요.
여러분께서는 그런 일을 잘 해낼 사람을 잘 뽑아주세요!
(제가 시킨 거 아니구요, 둘이서 속닥속닥 옷장을 뒤지며 놀더니 이러고 나와서 사진을 찍어달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