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근황보고.
일단 큰아들에게 야채나, 새로운 음식을 먹이려고 하는 노력은 중단한 상태다. 지금 나의 최우선 과제는 먹는걸로 서로 마음상하지 않기.
그리하야. 이렇게 원한다면 라면도 마다하지 않고 끓여주고 있다. 이날은 엄마가 주신 한우도 찬조 출연.
큰아들 먹이기에 한가지 전과 달라진점이 있다면, 조금씩 담아주기. 이날도 안심이 아니라고 잘 먹지도 않으면서 손만 대는게 싫어서 먹기 싫으면 안먹어도 된다고 조금만 담아주니 조금씩 조금씩 두번 리필하여 잘 먹었다.
큰아들 더 신경써주려니 마음이 더 아리는 우리 둘째.
우리 둘째는 보통 이런 식으로 먹는다... 형아 챙겨주면서 먹을 수 있는거 골라서 작게 잘라주는데. 김치는 안먹는다고 했고 고기랑 밥만 해서 밥한그릇 뚝딱했다. 미운자식 떡하나 더준다고 큰애는 이것 저것 궁리하면서 둘째 만을 위한 음식을 거의 해주지를 못한다.
이날은 큰애가 꼬~옥 자기도 마트에 따라가서 자기가 먹고싶은것만 골라온다고 해서 그것만 차려준 아침. 종ㄱ집 김치, 치즈, 베이컨, 스크램블드 에그, 비비ㄱ 미역국.
그럼 또 우리 막둥이는 우유와 계란과 더불어, 시판 미역국과 베이컨으로 아침 식사. 형아때는 상상하지도 못하던 식단으로 식사를 한다. 요즘 자주하던 말.
"햄 없어?"
그런 우리 둘째가 열흘 가까이 항생제를 먹어도 낫지를 않고 폐렴으로 진행되려고 하여, 엄마 정성이 부족해서 애가 자주 아픈가 해서 태어나서 처음 끓이니 전복죽.
사진은 큰애 조금 먹어보라고 작은 그릇에 덜어 준 것.
큰애의 시식평은 "맛은 없지만 괜찮다"
??? 뭐냐 그게~
아무튼 거의 완성 단계에 아기가 잠이 들어서 너만을 위해서 만들었는데 자는게 안타까워 예쁘게 차릴것도 없이 깨워서 먹인날. 생각외로 맛나게 잘 먹어준 둘째.
지난주는 둘째만을 위해서 열심히 요리하려고 했는데, 아기 반찬은 전복죽하고 저 연어패티 딱 두개만 만들었다.ㅜㅜ
생선 좋아하는데 발려 주고 하는게 불편해서 혼자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먹을까 만들어 준 연어패티. 연어를 다져서 레몬즙 소금, 후추, 전분가루 넣고 성형해서 구우면 된다는데, 야, 그게 하나 하는게 그렇게 어렵고 미뤄지는지 연어 상할까봐 냉동실에 넣었다 요리한다고 녹였다, 그냥 구워버릴까 고민하다 만들어줬더니 생선, 생선 하면서 잘 먹었다.
다른날 아침. 우리 남편의 추억의 음식이라는 케찹을 뿌린 프렌치 토스트. 달콤하게 만들어서 케찹을 뿌리냐니 그냥 설탕없는 계란우유물에 적식 식빵을 구운거라는데, 큰애는 꿀과 케찹중에서 선택하라니 꿀을 선택했는데, 케찹이라는 단어를 이미 들은 둘째는 케찹을 강력하게 요구.
이날은 이전에 만들어 냉동해 놓은 미트볼을 토마토소스에 살짝 졸여 토스트와 함께 제공. 소원대로 치즈는 뺌.
이주의 간식. 그래도 자연간식 먹이려고 고구마도 쪄서 먹이고.
남편이 월말 식권 남은걸로 사온 고로케빵과 내 다이어트 스무디. 애들이 너무 먹고 싶어해서 그냥 애들한테 간식으로 주고 있다.
그나저나, 이번달에는 식권 남은걸로 근 또 6,7만원어치에 육박하는 고로케빵을 사왔는데, 당일날 여기저기 나눠주지 못해서 냉동실에 또 6,7만원어치의 고로케빵이...
큰아들이 먹고 싶다며 마트에서 직접 골라담은 푸딩. 어려서 너무 이런거 뒤집어 담아보고 싶었는데 우리 엄마는 안해주셨다. 그래서 아들이 하지말래도 난 또 반대로 강행해 봄 . 미안 아들. 뭔가 내 환타지였어...
형아가 하는거는 다 해야하는 아기는 하지마라 하지마라 해도 푸딩을 뒤집어 엎고 안먹는다고 해서 나한테 한소리 듣고 사과와 국산체리로 간식. 사진찍는다고 기다리라니 뒤에 조신하게 기다리는 손.
사실. 이주에 내가 꼭 하려고 벼르고 있던 프로젝트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카레!!!
친구가 애들 채소먹이기 일환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카레를 먹인다고 했는데, 우리 아들은 어느날 부터 또 카레가 싫어졌다. 나 참. 근데 얘가 웃기는게 코코이찌방야 어린이 세트는 또 그렇게 좋아한다. 너무 많이 가서 나머지 식구들이 제발 외식할때 다른거 먹자고 사정을 할지경. 그러나 코코이찌방야 어린이 카레세트는 유치원생까지만 판매를 해서 우리 식구는 몇번이나 어린이 세트 고별식사를 하러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애가 집에서 카레를 만들어 주면 자기는 카레를 별로 안좋아한다나?
일단 원인을 생각해보면 애들 생각해서 자주 구입하는 백 ㅅ카레 순한맞은 너무 노.랗.다. 사실 나도 너무 노란게 싫어서 우스터소스도 넣고, 간장 ㅋㅋㅋ도 넣어서 색깔을 좀 갈색으로 만드는데 역부족인가 싶다. 근데 다른카레로 해줘도 싫다고 하기를 했음.. 음..
그리고 노골적으로 들어있는 야채들. 이게 또 그냥 마음에 안들 확율이 큼.
그리하여 생각해보니, 일반 카레를 그냥 갈아버리고, 집에 있는 향신료랑 우스터소스 같은거 넣으면 좀 먹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핸드믹서를 구입하고 결전의 날을 기다림.
일단 갈아버릴 예정이니 고기는 넣지 않고 집에 있는 야채 다 투하!!!!! 내 기억에는 코코이찌방야 카레에서 토마토 페이스트 맛이 나서 그냥 토마토도 왕창 넣고 고기를 안 넣었으니 집에 있던 비프브로스 투입.
완전 만족스러운 비주얼. 너도 모르게 이 채소를 다 먹여버리고 말리다 매우 기분 고조됨.
2단계. 코코이찌방야 홈페이지에 가서 나름 어떻게 만들었다 이야기하는지 훑어보니 엄선된 스파이스와 신선한 야채를 진한 소고기 육수에 넣고 장시간 정성들여 끓인 후 그것을 4일 이상 숙성시켜 어쩌구 저쩌구.. 야 무슨 4일일씩이나 숙성. 난 그런거 필요없다.
다행히 이게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것을 어필하기 위하여 넣는 향신료를 대충 공개하고 있었다. 대충 우리집에 있는 것을 보니, 올스파이스, 카더멈,진저,큐민,코리엔더,넛맥,펜넬,시나몬,후추,세이지,딜,파프리카가 있었다. 비율은 모르니 그냥 한작은술씩 이유식 절구에 투하!!! (내 한때 이 향신료들을 다 구입하며 우리 애들이랑 셰계음식 만들어 먹으리라 혼자 꿈꿨었다. 이제 오래 되어서 시간날때 다 갔다 버리려고했는데 게을러서 못버렸는데 구사일생 구제됨..)
위에거 다 섞으니 나름 좋은 냄새, 맛있는 냄새가 났다.
얼마나 넣어야하는지 몰라서 그냥 두큰술 넣었다.
이때부터 망필!! 분명 좋은냄새 났었는데 투하하고 나니..국물은 흙탕물이되고 계피냄새만 강조되는 뭔가 독한 냄새가 난다!!!!
이거... 이제 내가 다 먹는건가....
환장하겠는 마음을 부여잡고 너.. 잠깐 이리와봐라...
일단 잘 갈아 야채의 흔적을 지워주고
오뚜기 카레야... 나 좀 도와줘라.... 내 너를 무시했던거 사과한다. 용서해다오..
카레를 투하해도 독한냄새 및 기운이 별로 사그라 드는거 같지도 않고, 자신이 없어서 집에 굴러다니던 하야시라이스 루도 넣고, 우스터소스도 다 투하.
나는 이미 충격으로 인해 맛봐도 잘 모르겠는 상태. 그냥, 이것저것 다 넣어서 코코카레만큼 짜다는거는 알겠다..
야... 내가 믿을 존재는 너 밖에 없다. 나 좀 살려다오... ㅜㅠ
이리하여 완성된, 나의 짝퉁 코코카레. 너무 놀라서 소세지도 다 태워버렸다.
그래도 어린이 세트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똑같은 디저트도 놔주고,.이제 어린이 세트 못먹어서 어쩌냐는 가족들의 위로에 괜찮다고 자기 소세지카게 먹으면 된다고 하던 그의 염원을 풀어줄 원래 나의 회심의 역작이 되었어야할 소세지카레의 탈을 쓴 야채듬뿍 카레....
" 크..큰아들. 엄마가 코코카레 처럼 한번 만들어봤어... 함 먹어봐...."
근데...
이게 맛있단다!!!!@.@!!
쥐인짜~???? 너 이런거 좋아하니???!!! 나는야 솔직히 좀 혀가 아프더라.
아들의 정확한 평은 코코이찌방야 카레보다 한단계 아래지만 맛이 괜찮다고.
(남편은 왜 쟤는 말을 저렇게 하냐고 하는데, 먹는게 자체가 굉장히 호평이라 아무 불만 없음)
이날 잘라고 누웠는데. 오늘 내가 뭐한건가 어질어질함. 그냥 고형카레 제일 매운맛 두가지 섞어도 비슷한 맛이 날것 같기도함. 남편도 맛있다고 좋하하기는 했는데, 저 인간은 원래 내가 하도 속상해하고 기분나빠하니 밥먹으면서 하는 말에 진정성이 좀 없기는 하다. 아무튼,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면서 맛나다고 먹으니 뭔가..헛짓한거 같지도 않으면서 아리송한.. 밥해먹고 사는거 자체가 참 쉬운일이 아니구나 생각.
이날 밤 야채가 크게크게 썰려서 들어간 한국식 카레가 매우 먹고 싶었다. 그렇게만 해도 참 맛있는데... 쟤는 언제 그맛을 알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