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새벽 3시경에 다 읽고
키톡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달도 더 지났습니다.
겨울 안에 끝을 내려했지만
일하면서 짬짬이 보느라 봄과 함께 토지의 구속(?)에서 벗어 났습니다. ㅎ
토지는 총 5부로 구성, 1897년부터 1945년 동안 3대에 걸친 그 시대를
보여줍니다. 2002년 나남출판사 발행판은 총 21권
박경리 선생께서 25년 동안 원고지 4만매,
그걸 두 달안에 따라 가려니 숨이 찼습니다.
토지에는 600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헤아려보질 못했으나 족히 제가 기억하는 인물은 100여명 됩니다.
제대로 된 밥상은 4부에서 들어서야 밥상 위에 반찬 몇 가지가 올라 갑니다.
먹는 것은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 겨우 끼니를 잇는 시절이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진주 분들이라 토지의 사투리를 거의 이해할 수 있어
즐거웠고, 정말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그의 삶과 참 잘 맞아떨어집니다.
박경리 선생께서 이름에 참 많은 공을 들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최서희, 구천이(김환), 봉순이(기화), 월선이, 용이, 홍이
말로 다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그 시절 나올만한 이름은 다 나옵니다.
가장 가슴이 아픈 대목은 월선이 세상을 뜨는 장면입니다.
"임자, 여한이 없제"
새처럼 가벼운 월선을 안고 용이가 묻습니다.
"야"
그렇지, 여한없이 살아가자고 굳게 다짐합니다.
토지는 지금 50대인 분들 경우, 부모님과 그 위 어른들의 삶이라
사이사이 내 부모님의 말하지 못한 역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 토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토지와 겨울을 보내면서 행복했습니다.
일 이야기는 재밋게 쫑이 났습니다.
결론은 짤렸습니다. 두 달 만에~^^
해고 사유는 인화(?)가 안된다는 겁니다.
갈구는 주임할매가 시도때도 없이 저랑 일 못한다고 회사에다 노랠 부르니
담당 팀장이 해고예고 차 면담하자고 합디다.
"부당함이 관료화 되어 있다"
"아무도 부당하다고 제기하지 않았다"
"말은 안했지만 다 더러워서 열받아서 나갔다"
"여기가 왜 사람들이 자주 나가는지 분석을 해 본적이 있나
수습기간에 해고도 노동법에 해당된다.
부당해고다"
팀장 얼굴이 벌겋게 변합니다.
"구두로 하지말고 정당한 사유를 서면으로 보내주길 바란다"
토지와 더불이 나의 룸메이드 밥벌이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ㅎ
그 사이 먹고는 살았습니다.
겨울 끄트머리 장날입니다.
어제 가보니 해산물 파는 아저씨 "화창한 봄날입니다아~~"
흥겹게 소리냅니다.
엄마와 약간은 무능력한 장성한 아들, 낼이면 바람날 것같은 며느리로 구성된
아주 재밋는 집입니다.^^
의성댁 아주머니 속청입니다.
토지에는 영산댁, 서울댁 ~댁
저는 경주댁^^
잡곡농사가 이어주니 고맙지요.
그 사이 아버지 기일 제사가 있어
갈비찜을 해서 갔습니다.
제게 저 갈비찜 가르켜 준 언니 왈
"질겨진 갈비는 있어도 태초에 질긴 갈비는 없다"
팁이 뚜껑을 여는 겁니다. 갈비가 익는 동안.
인자는 갈비찜 안할랍니다.
뭐 먹을 끼 없을 때 갈비찜이지 다들 채식으로 살짝 돌아간 입맛에
싱크대 기름끼 제거하는데 1박2일 걸립디다.^^
경주에서 먹고 사는 일은
한국의 중년여성이 일을 하고싶어도 선택의 여지가
아주 별로 없는 그 현실 속에서
더 심각합니다.
광광도시, 경주
호텔이 지천인 이곳에서 가장 홀대받고 저임금에 혹사받는 이들이
룸 메이드 입니다.
객실 팔고 호텔 돌아가게 만들어 주는 장본인들이
호칭 하나 제대로 불리지 못하고
무시 당하고 당연한 권리도 못찾고 있는
이 곳에서 많이 갑갑하고 속이 탔습니다.
일하면서 마음이 없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
내가 없다
질낮은 인간들과 싸우는 일도 지쳐
차라리 질높은 고독을 선택하리라
뭐 혼자 묵언수행하듯 두 어달 지내고
지금은 또 다시 잠시 백수로~^^
뭐해먹고 살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