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설날 같은 기분이 드는 명절입니다.
연중 가장 큰 명절이거든요.
추수감사절은 추석과 비슷하게 여겨지고요.
미국 사람들도 한국사람들 처럼 명절이 되면 가족 친지들을 방문하기도 하고, 친한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해요.
저희집도 며칠 전에 명절 선물 바구니를 받았답니다 :-)
아마도 선물 배송 주문할 때 입력해서 함께 보낸 듯한 카드도 달려있었어요.
쇼박 패밀리는 남편은 저희 남편과 같은 직장을 다녔고, 부인은 한국 드라마 광팬이라 (남편은 한국 게임광이기도 해요 :-), 저희 가족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그 댁 큰 아이가 대학을 가고, 바깥 양반 직장에 변동이 생기는 등의 이유로 바빠서 한동안 뜸했었어요.
아이가 대학을 가면 부모는 입시 뒷바라지로부터 해방되어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아이가 대학을 가면 왕복 열 시간 가까운 거리를 운전해서 아이를 학교로 데려다 주어야 하고 기숙사가 문을 닫는 기간 (추수감사절 방학이라든지) 동안에는 또 그 거리를 달려가서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고 다시 데려다주고...
거국적으로 더 바빠지는 것 같아요
물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자동차를 사주기도 하고, 걸핏하면 문을 닫는 기숙사 대신에 아파트를 얻어주어서 조금은 여유가 생기겠지만요.
얼굴은 한동안 못봤지만, 김장을 하고나니 김치를 잘 먹던 쇼박 패밀리가 생각나서 김장김치 조금 하고 제가 직접 만든 이런 거 하고 카드를 써서 쇼박 부인이 일하는 병원으로 가져다 주었어요.
쇼박 부인은 안과 의사인데, 일전에 제 눈을 무료로 검진해주고 안경 처방전을 써주기도 했던 고마운 사람이어요.
그랬더니 아마도 김장 김치와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이런 선물 바구니를 보냈나봐요.
내용물은 단촐합니다.
여러 가지 과일과 치즈와 크래커가 전부입니다.
미국에는 사과도 품종이 수십가지 되고, 배도 제법 여러 가지 품종이 있는데, 이번 참에 각기 다른 품종의 맛을 비교할 수 있었어요.
이건 도무지 배로 보이지 않죠?
ㅎㅎㅎ
둘리양이 가장 먼저 꺼내 먹었던 건 크래커였어요.
이 아이는 입맛이 특이해서 맨밥, 삶은 국수, 크래커, 그런 것을 아무런 소스나 양념 없이 그냥 먹기를 좋아해요.
어느날 아침에는 전광렬 닮은 남자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칩 와플을 구웠어요.
팬케익 믹스 가루를 사다가 반죽해서 반죽 좀 붓고, 초코칩 뿌려넣고, 또 반죽 마저 부어서 기계를 닫았다 열면 되는 간편한 조리이기는 해요.
와플 기계의 뚜껑을 덮은 다음 손목 스냅을 이용해 회까닥~ 하고 뒤집는 모습은 흡사 붕어빵 기계를 다루는 것과 닮았어요.
한 번 구울 때 많이 구워서 어느 정도 열기를 식힌 다음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번에 먹을 때 전자렌지에 잠시 데우기만 하면 마트에서 파는 냉동 와플과 전혀 다를 것 없는 맛과 모양이 납니다.
제대로 만들자고 하면 밀가루 반죽부터 해서 일이 많겠지만, 믹스 가루 사다가 기계로 구우니 일이 아주 간편해서 주말 아침 식사를 하는 아이들이 행복해 했어요.
마지막으로 부록삼아...
ㅎㅎㅎ
리빙데코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맞겠지만서도...
사진이 몇 장 안되는 관계로다가 여기서 꼽사리로 보여드릴께요 :-)
한 뭉치에 5달러 하는 반짝이 털실 사다가 인터넷에서 찾은 도안을 보며 코바늘 뜨기 해서 아크릴 수세미를 서른 개도 넘게 만들수 있었어요.
크리스마스 까지는 트리에 장식으로 걸어두었다가 명절 끝나면 걷어서 설거지 할 때 수세미로 쓰든지, 세안할 때 스크럽으로 쓰든지 하라고 쪽지 써서 동료나 아이 학교 선생님들께 가벼운 선물로 드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