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쓰레기통이야
제발 우리 4형제 키운다고 그리 아껴 살아온 건 인정하는데
지금은 아니잖아
내가 1년을 쭉 지켜봤어
저 김치냉장고 한쪽 문 열번도 안 열었어
나는 이래놓고 못살아
참을만큼 나도 참았어"
얼마 전 집 냉장고가 고장났습니다.
냉장고하면 엄마 쑤셔박는 통에 아예 안사든지, 300리터 정도
두 짝 사든지 그러다 김치냉장고를 그냥 쓰자싶어 냉동해 둔 그 쓰레기장을
열어제껴놓고 다 들어냈습니다.
유효기간을 알 수 없는 떡, 곶감, 지난 가을에 넣어둔 대봉 한 상자
먹을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참깨와 들깨가루만 쓸 만하구요.
죄다 던져놓고 버리라고 ( 제손으로 이사할 때 버린 게 1톤 트럭 한 대입니다)
당신 손으로 버려야 앞으로 저러지 않을 것같아 열불 터져 밖으로 나왔습니다.
5시간 후 집에 들어가 냉장고 열어보니 죄다 그 자리에 다 들어가 있었습니다.
엄마는 치매중기 정도 진행 중이지만 기억말고는 다 괜찮은 편입니다.
음식은 제가 하고 설거지는 엄마가 하고 청소는 같이 합니다.
강아지가 넷이라 분주한 편입니다.
다 대소변 가리지만 화장실 청소를 하루 열댓번 합니다.
오늘 낮 엄마님 어버이날 친척 모임 간 사이
50리터 가득 채워 오래된 플라스틱에 있는 건 얼어서 통째로 버리고
감종류는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버리는 등
80리터 정도 버렸습니다.
엄마 집에 와 보시곤 암말 않습니다.
당신 손으로는 절대 버릴 수 없었던 겁니다.
반찬도 한 두가지만 드시는 바람에 아예 큰 접시에 반찬 여러가지를 올려 드립니다.
평생 몸에 밴 습관이세요. 맛있는 건 아버지와 자식들 주느라.
저 어렷을 적 밥상 두 개 차려 아버지와 남동생, 딸들과 엄마 따로
엄마는 밥먹다가 몇 번이나 일어나고
그게 평생 엄마였어요.
짠하면서도 고집 피우는 거 보면 열불터지고 고함 지르고
엄마는 울고. 동네에서 못땐 년이라 소문났을 겁니다.
저도 오십 대 중반 넘기면서
나의아저씨 젤 큰 형님처럼 반세기 동안 먹고싸고 먹고싸고만 했나싶기도 하고
어른이 되는 과정이 언제였는지 어른이 맞는 건지 그 지점을 모르겠어요.
봄은 오고가고 있는데 오십 줄에 들어서니
20대엔 뭐했나?
80년대 통과하면서 그게 청춘이였나 싶기도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왜이리 빈손이냐고 물어보니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왔는데 너만 몰랐어"
그렇게 알려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