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후반의 여자입니다. 저희 집은 여자 셋이 단촐하게 사는 집인데, 다들 바쁜 일과를 지내다보니 평일에 밥 한끼 모여 못먹고 지나가는 때가 더 많은 것같아요. 타고나길 먹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제 기질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생 가장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의 짐을 좀 덜어드릴까 싶어 대학교 입학 후 남는 시간을 조금씩 사용해서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만들면서 실패도하고 성공도 하고 좋은 레시피를 발견하는 그런 일들 자체가 재밌더라구요. 맛있게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하고 마음은 이미 주부가 된 것 같더라구요^^ㅎㅎ
글 제목이 빵굽는 냄새인데 너무 사실이 길었죠?
제가 기억하는 냄새가 몇가지가 있어요. 초등학교 시절 할머니랑 같은 방을 쓰고 자랐는데요, 방 한켠 따뜻한 곳에 청국장이 담긴통을 두고 그 위에다 두꺼운 이불을 얹어서 따뜻하게 보온을 해서 발효를 하셨어요. 그리고 그 옆자리가 제 잠자리 였는데, 그 구들장의 뜨겁고 콤콤한 냄새가 기억이 나요. 지금도 청국장냄새는 겨울냄새, 옛날에 살던 그 마을 냄새처럼 느껴 집니다.
시골에 살던 저는 주말이면 시내에 있는 이모집에 가곤 했어요. 이모가 그 때 빵굽는 취미를 갖기 시작하셨는데, 미니 오븐과 요리책 하나면 모든 게 가능해보였죠. 어른들이 요리할 때 거실에 있지않고 꼭 부엌에 따라들어와서 옆에서 구경하고 잔심부름을 하던 저는 이모에게 귀찮지만 든든한 조수였던 것 같아요. 빵, 케이크, 그리고 쿠키 라는 이름의 책이였던 것 같은데.. 지금도 기억이 나네요. "파운드케이크", "스폰지케이크", "치즈케이크".. 그땐 참 생소하고, 시내사는 우리 이모가 그런 대단한 빵을 만들어주는 대단한 고수이줄 알았는데, 지금보니 기본빵이라 재밌네요. 미니오븐 안에 반죽을 넣고 그 앞에서 들여다보며 30분, 40분을 기다리다보면 어느새 집안 가득 냄새가 가득하고 식혀먹어야 맛있겠지만 뜨거운 파운드케이크, 가스가 채 빠지지 않은 머핀을 갈라 먹으며 살이 포실포실 찌기도 했었어요.
그 이모께서 수년 후 쓰시던 제빵기를 주셨어요 지금은 뚜껑도 떨어져서 베란다 세탁기 위에 볼품없이 있지만 여전히 반죽은 잘 되는 기특한 기계입니다.
앞서 제가 가족을 위해 요리를 많이 했었다고 했죠? 그 중 특히 주말이면 많이 했던 것이 빵이예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반죽기를 돌립니다. 20분이면 반죽이 완료되죠? 전자렌지에서 1차발효를 합니다. 이때부터 다시 자는 거예요 ㅋㅋㅋ
7시반에 다시 일어납니다. 성형을 해요. 8시에 다시 잡니다.
9시쯤 일어나서 오븐을 예열하고 빵을 굽습니다. 가족들이 일어날때가 되면 집안가득 빵냄새가 납니다.
주말 아점이예요.
커피나 홍차, 빵, 올리브유와 발사믹이면 행복해요.
최근에 이런 빵을 안구운지 오래됐더라구요. 주말이라 오랜만에 구워봤어요. 그런데 오늘은 식구들이 없네요.
내일 다시 오븐에 데워서 먹어야겠습니다. (참고로 집에서 구운빵은 내일먹더라도 냉동보관이 좋아요)
가족들에게 이 냄새가 열심히 빵굽던 막내의 주말냄새로 기억이 될 것도 같아요. 오븐을 들여다보며 발효가 잘되는 들여다보는 제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이제는 냄새만 맡아도 어느 정도 빵이 잘 됐는지 알아차릴 수 있으니 나름 발전했다며 스스로 칭찬합니다.
결이 괜찮죠?
볼 바닥에 있던 반죽이 두 배정도 부풀면 1차발효끝
속재료 조합은 마음대로
1. 무화과 건포도 크랜베리
2. 무화과 건포도 크랜베리 롤치즈
3. 롤치즈
깜빡하고 쿠프를 안 넣었지만 작아서 잘 부풀었어요. 앞 옆 뒷면!
단면. 이것은 무화과 건포도 크랜베리네요.
레시피는
우리밀 300g(오늘은 중력분으로)
액체류 ( 170g 정도 , 우유나 물 다 돼요)
소금 1t
인스턴트드라이이스트 1t
꿀 1T
오일 2T
그냥 이정도로 외워서 맘대로 만들어요. 모양도 맛도 파는 것의 감칠맛과 부드러움에 비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빵먹었다고 헛헛하지 않고 마음도 채워지는 든든한 빵이예요. 속재료도 오늘만든 빵마다 다 달리넣었네요. 더 궁금하신 점 댓글로 물어보세요~
^^
이렇게 냉동실로 갑니다.
수정 ++++
위의 레시피가 기본이고 원하는거 추가하시면 돼요. 물양 가루양만 잘 맞춰주고 나머지는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라
반죽이 충분히 부풀때까지 기다려주시면 돼구요!(물론 섬세한 맛은 없겠죠?^^)
온도는 가정오븐마다 다른데요, 저희집은 가스오븐이고 200도로 예열해서 문을 열고 닫으면 180정도로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예열 후 반죽을 넣고 온도를 180도로 낮춘후 25분이상 굽습니다(대신 바닥이 타지않게 판을 하나 더 겹치고)
짙은 색을 원하시면 여기더 좀 더 굽구요 부드러운 걸 좋아하시면 이정도에서 마치시면 돼요.
자유롭게 반죽을 믿고 구우시면 잘 될거같아요~ 몇 번 해보시면 요령이 생기더라구요!^^